4월 1주차_향긋한 봄으로 배를 채운 오늘의 아침밥
핸드폰을 잃어버릴 뻔했고, 생각보다 많이 취했고, 아주 오랜만에 반가운 만남이 있던 주말의 시간이 지나고 다시 찾아온 월요일 아침. 본격적으로 시작된 사월에는 두 번의 출장과 두 번의 여행이 계획되어 있다. 바쁜 일정 속에서 금세 지나갈 순간들을 사월에도 변치 않는 마음으로 기록하기로 마음먹는 오늘의 아침은.
곤드레밥을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엄마가 싸주신 미나리김치와 마늘쫑장아찌와 달래를 꺼내고, 훈제오리를 데우고, 머스터드 대신 스리라차소스를 작은 그릇에 담고, 방울토마토 다섯 알과 그릭요거트 하나를 꺼냈다.
지난 주말의 시장에서 보았던 봄나물을 아침밥상에서 만나니 더욱 반가운 계절이다. 출근길은 여전히 찬기운이 감돌지만 코트는 조금 더워 땀이 조금 나고, 낮이 되면 완연한 봄기운이 느껴지겠지. 사월에도 변치 않는 마음으로 순간을 사랑하고 살아내기로 마음먹는 오늘의 출근길에서.(22.04.04)
출장의 날이 밝았다. 오랜만에 가는 출장이라 조금 긴장도 되는지 짐 챙기고 집정리 하다보니 시간이 빠르게 지나고 벌써 열 두시. 출장 가는 동안에는 아침을 사 먹어야 하지만, 그래도 꼬박꼬박 기록을 남기기로 마음먹고. 출발하기 전 오늘도 아침을 먹기 위해.
냉동밥을 데우고, 그 위에 달래와 간장과 참기름을 넣고, 참깨를 뿌리고, 멸치볶음과 마늘쫑과 미나리김치와 도토리묵을 꺼내고, 방울토마토 다섯 알을 씻어내고, 블루베리그릭요거트 하나를 꺼냈다.
달래장 만들어 밥 비벼 먹으라는 엄마의 말씀에 따라 만들고 한술 뜨니 향긋한 봄으로 배를 채운 오늘의 아침밥. 출장으로 일상의 패턴이 조금 바뀌어도 아침밥도 꼬박꼬박 챙겨 먹고, 남쪽에서 만날 만개한 벚꽃과 함께 산보도 잊지 않기로 마음먹는 오늘의 출장길.(22.04.05)
출장 둘째 날의 아침이 밝았다. 아침을 차려 먹을 순 없지만, 사 먹는 아침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먹기 전 찰칵. 오늘의 아침은 시원한 복국지리.
맑은 국물에 콩나물과 무와 미나리가 듬뿍 들어 있고, 통통하게 오른 복어살이 여러 조각 들어 있는 은복국지리. 식초를 국물에 슬슬 둘러주고, 콩나물과 미나리를 초장에 비비고, 말간 국물에 밥 한 공기를 말아서 든든하게 배를 채웠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차창 밖으로 거리마다 벚꽃이 하얗게 피어있는 모습을 즐겁게 구경하는 오늘의 출근길.(22.04.06)
출장 마지막 날 아침이 밝았다. 긴장했던 시간들이 지나고 오전이면 마무리되는 오늘의 출장업무라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오늘 아침은 근처 설렁탕집으로 정했다. 메뉴는 설렁탕으로 통일하고.
팔팔 끓여 나온 설렁탕 한 뚝배기와 공깃밥 한 그릇이 나왔고, 무김치와 배추김치와 마늘장아찌가 나왔다. 오늘은 사진 찍는 걸 깜박해서 여기 설렁탕집에서 다른 사람이 찍은 비슷한 사진을 찾았다.
잘 먹고 잘 쉬면서 지냈지만, 그래도 오랜만의 출장이라 낯설고 피곤했는지 입술 오른쪽 부분이 구쿨었다. 회사에 있는 아시클로버 연고를 발라야겠다고 생각하다가 서울에는 벚꽃이 얼마나 피었을까 문득 궁금한 목요일의 부산에서.(22.04.07)
출장 때문에 이번 주가 금세 지나가고 벌써 금요일. 다시 집에서 아침밥을 차려먹는 일상으로 돌아왔다는 안도감에 몸도 마음도 편안한 오늘 아침.
곤드레밥을 데우고, 밥 위에 간장과 참기름을 넣고, 김과 멸치볶음과 마늘쫑과 민들레김치를 꺼내고, 남은 방울토마토 여섯 알 씻어놓고, 블루베리그릭요거트를 작은 숟가락과 함께 준비했다.
한 달이 순식간에 지나고, 오늘이 벌써 리추얼 모임의 마지막 기록의 날이다. 이번 달도 빠짐없이 기록으로 채울 수 있었던 건 역시 히읗 탐험대원들의 열심과 응원 덕분이다. 그리고 매번 같은 주제로 집요하게 올려도 매번 공감해주고 응원해주는 고마운 마음 덕분에 즐겁게 기록할 수 있었다. 작심세달의 기록은 여기서 끝내지 않고, 할 수 있는 만큼 계속해서 기록을 이어가려고 한다. 더불어 계속해서 당신의 기록에 공감하고 응원을 보태고 싶다.(22.04.08)
더불어
계속해서
당신의 기록에
공감하고
응원을 보태고 싶다.
글, 사진 / 나무늘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