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주차_더욱 선명하게 기억될 봄의 시간, 오늘도 즐겁게!
하얗게 불태운 주말이 지나고 어김없이 찾아온 월요일 아침. 십분 단위로 알람이 울리지만 하나씩 끄고 십 분만 더 자기로 하면, 십분 뒤에 어김없이 울리고. 피곤 한가득 짊어진 채 일어나 오늘도 포기할 수 없는 아침을 먹기 위해 냉장고를 열어보는데.
냉동 곤드레밥을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엄마가 싸 준 연근조림과 숙주나물무침과 부지갱이나물무침을 꺼내고, 냉장 훈제오리를 데우고, 아몬드우유를 컵에 따랐다.
지난밤 꽤나 먼 거리를 천천히 걸었고, 시원한 맥주를 파이렉스 계량컵 큰 잔으로 두 컵을 들이켰고, 제시간에 차 타려고 택시로 빠르게 달렸고, 빨간 버스 타고 깜박 졸았고, 일어나 내린 곳이 집까지 꽤 멀어 또 한참을 걸었다. 월요일로 넘어온 새벽길을 걷는 동안 꽤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조용히 피어있는 많은 벚나무를 보았다. 어김없이 아침이 왔고, 멋진 벚꽃길이 출근길이 되었고, 정장 자켓만 가볍게 걸친 나는 오늘도 지하철에서 아침밥 기록을 남긴다.(22.04.11)
어제 일찍 잤는데도 주말의 피로가 깨끗이 씻겨나가지 않은 채 맞이하는 아침. 찌뿌둥한 몸으로 힘겹게 일어나고. 무거운 몸을 옮겨 오늘도 냉장고를 열고.
지난밤 안친 흰쌀밥을 푸고, 어제 한솥 끓여둔 부대찌개를 그릇에 담고, 숙주나물무침과 부지갱이나물무침과 연근조림과 갓김치를 꺼내고, 아몬드우유를 따라내면 오늘의 아침밥 준비 완료.
밖으로 나오니 간밤에 내린 비에 자전거 안장이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어제만 해도 화려하게 피어있던 벚꽃도 한풀 꺾인 듯 보였고, 지난 주말의 시간이 갑자기 아득하게 느껴졌다. 여름에 한층 가까워지는 봄의 모습은 어떨까 생각하다가 자켓마저 더운 아침의 출근길에 오늘 밤에는 선풍기를 꺼내야 하나 싶고.(22.04.12)
피로감이 생각보다 오래가는 이번 주는 침대에서 일어나는 일이 왜 이리 힘든지. 아무것도 하지 않기에는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PT 받은 것 복습하려면 헬스장에 다녀와야 하고, 아직 개지 않은 빨랫감이 보이고, 한가득 쌓인 설거지거리가 눈에 밟히고 만다. 씻고 누우면 금세 열 시를 넘기고, 눈 감으면 금세 잠에 빠져든다. 그렇게 맞이하는 아침에 힘겹게 일어나 오늘도 주방으로 가서.
냉동밥을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냉동시켜 둔 쇠고기스프를 데우고, 갓김치와 연근조림과 부지갱이나물무침과 숙주나물무침을 꺼내고, 지난밤 썰어 둔 양배추 위에 키위드레싱을 올리면 오늘의 아침이 완성된다.
밖을 나서니 간밤에 내린 비로 길바닥에는 벚꽃잎들이 별처럼 촘촘히 박혀 있었다. 기다린 시간에 비해 짧게 머물고 지나가는 벚꽃이 못내 아쉽지만, 흔적으로 남은 꽃길로 출근하며 또 새롭게 피어날 봄꽃과 봄의 순간들을 찾아보며 아직 한창인 봄을 만끽하기로.(22.04.13)
지난밤 신나게 마셔댄 통에 머리가 지끈지끈한 아침. 요즘 들어 업무량이 늘고 긴장 타는 일이 많아져서 그런지 이렇게 술을 마시는 날이면 더 신나게 마시게 된다. 우산을 들고 오지 않은 날에 비는 오지 않았고, 생각보다는 춥지 않았고, 무사히 집에 도착해서 씻고 잠에 든 나는 오늘 아침에도 힘겹게 일어나서.
냉동밥을 데우고, 조금 남은 달래를 잘라 밥 위에 올리고, 간장과 참기름을 넣고, 계란까지 올리면 달래비빔밥이 되고, 마늘쫑과 갓김치와 연근조림을 꺼내고, 아몬드우유와 블루베리그릭요거트를 내놓으면 오늘의 아침밥 준비 끝.
길 위에는 분홍빛 벚꽃잎이 어제보다 더 많이 떨어져 있었고, 벚꽃나무도 조금씩 말라가고 그 틈을 초록잎들이 메워가고 있었다. 문득 작년 사월은 어땠는지 생각해보지만 잘 기억나질 않는다. 올해만큼 오랫동안 벚꽃을 손꼽아 기다리고, 자세히 들여다보고, 열심히 사진을 남긴 적은 없는 것 같다. 더욱 선명하게 기억될 봄의 시간, 오늘도 즐겁게!(22.04.14)
"부모님과 여행 가기"가 새해 빙고의 한 칸이었던 목표를 실행하기 위한 첫날. 어제 부지런히 짐 싸고, 일찍 잠들어서인지 알람 소리에 번쩍 눈이 뜨였다. 여전히 피곤한 몸이지만, 이른 비행기 시간과 두 분을 모시고 가야 한다는 책임감에 정신을 단디 챙기고. 아무리 일러도 아침은 먹고 나가야 하기에.
고구마 소가 들은 베이글을 토스터기에 구웠으나 오버쿡으로 겉면이 좀 타고, 양배추에 마요네즈를 뿌려 양배추샐러드를 만들고, 유리컵에 키위청과 탄산수를 섞어 키위에이드를 준비하고, 그릭요거트 하나를 꺼내면 오늘의 아침 준비 끝.
아침식사를 마치고 호다닥 준비해서 본가로 달려가고. 역시나 아침식사를 일찍 마치신 부모님을 모시고 지하철역으로 가는데, 저 멀리서 보랏빛 꽃이 인사를 건넸다. 가까이 가서 보니 라일락이 이제 막 피기 시작하고 있었고, 마스크를 꼈어도 진한 꽃향기가 코로 스며들었다. 벚꽃이 가고 어느새 찾아온 라일락의 반가운 소식이 여행의 시작을 더욱 설레게 하는 오늘 아침.(22.04.15)
벚꽃이 가고
어느새 찾아온
라일락의 반가운 소식이
여행의 시작을
더욱 설레게 하는
오늘 아침.
글, 사진 / 나무늘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