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노 Aug 05. 2024

조급함도 장점이다

빨리빨리

  저는 성격이 조급합니다. 좀 많이 급해요. 한국인의 빨리빨리 문화가 의인화된 결과라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유년시절부터 무엇이든 결과를 빨리 마주하고 싶어 해서 시간이 걸리는 것들을 그다지 잘 기다리지 못했어요. 대표적인 예로 레벨을 올리는 게 주목적이었던 RPG 게임들을 오래 걸린다는 이유로 중간에 그만두기 일쑤였습니다. 즐겁자고 하는 게임에서조차 서둘렀으니, 인생에서 중요도가 보다 높은 공부나 업무에서는 말할 것도 없을 겁니다.


  사람이 조급한 것에는 여러 단점들이 있습니다. 단어 자체가 부정적인 어감을 갖는 것도 그러한 이유일 거예요. 제가 겪었던 조급함이 단점으로 작용하는 경우는 이랬습니다. 객관적으로 전혀 뒤처지지 않았는데 느리다는 이유로 괴로워하거나 포기하는 경우. 다른 사람들은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먼저 논리적으로나 감정적으로 앞서 표현하는 경우. 스스로의 몸과 마음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그저 속도를 올리기만 하는 경우 등이 있었네요. 그래서 주변에서 조급하지 말라는 조언을 많이 들어왔습니다. 문제는 타고난 성격이라 바꾸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에 있었죠.


  하지만 다행히 단점만 있지는 않았습니다. 조급함은 장점이 되는 경우가 의외로 꽤 많았어요. 장점을 발휘하기에 조합이 괜찮았던 다른 기질들 중에는 승부욕과 향상심 정도가 떠오르네요. 타고난 승부욕이 조급함을 만나면 강한 추진력을 갖는 폭발적인 에너지가 되고는 합니다. 과거보다 더 나아지고자 하는 마음인 향상심이 조급함을 만나면 성장하기 위한 시도를 빠르게 많이 반복하는 적극적인 행동력이 되고요. 이처럼 무엇인가 빠르게 해내고 싶다는 불같은 마음은 보다 기민하고 힘찬 움직임이 되었고, 덕분에 저는 늘 주어진 환경들에서 최대한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실장님께서는 저의 조급함이 분명한 장점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조급함 덕분에 마주한 경험들 속에서 많은 것들을 농밀하게 이뤄낼 수 있었으니까요. 다만 날카로운 칼처럼, 조급함이 갖는 에너지를 자칫 잘못 다루면 큰 단점이 된다는 어려움이 있음도 분명합니다. 타고났기에 바꾸기 어려운 성격이자 무기라고 한다면 이를 보다 잘 쓸 수 있도록 그 사용법을 계속 고민해야겠죠. 과거에 조급함을 다루는 것이 미숙함에도 그 덕을 봤던 것은 단점을 견뎌주신 주변의 감사한 분들 덕분이었을 겁니다. 앞으로는 장점을 더 극대화하면서도 단점이 지나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조급함도 다른 성격들과 다를 바 없이 가꿀수록 그 가치가 커질 테니까요.


※ 이 글은 영상으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부족한 건 당연한 거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