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
최근 야심 차게 수영을 시작했었습니다. 배우고 싶었기도 했고, 하고 있는 크로스핏과 병행하면 체력이 더 좋아지지 않을까 해서요.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아무리 애써도 체력이 늘어나기는커녕 기운만 빠지더라고요. 저에겐 과한 운동량인지 잠을 많이 자보고 해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운동 퍼포먼스는 그대로이거나 떨어지고, 소화력도 좋지 않아 많이 먹을 수도 없었어요. 한 달 동안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었습니다. 말 그대로 아무리 애써도 나아지지 않는 스스로의 신체적 한계에 부딪힌 것 같았습니다.
30대가 되어 알게 되는 것들 중에는 스스로의 한계점이 있습니다. 20대는 정말 많은 것들을 노력하고 경험하면서 빠르게 성장하는 시기라면, 30대는 다방면에서 점차 스스로의 최고점을 찍기 시작하는 시기인 것 같아요. 하지만 최고점이라는 것은 동시에 한계치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올라갈 일 보다 내려갈 일이 더 많다는 의미죠. 대학교 때는 공부의 한계를, 대학원 때는 연구의 한계를, 요즘은 일과 운동에서의 한계점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아, 나라는 사람은 여기까지 일지도 모르겠구나 싶은 순간들이 참 많아요. 동시에 개인의 최고점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도 정말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는 합니다.
물론 끝은 아닙니다. 아직 30대밖에 안 됐으니까요. 인생은 길고 노력을 멈추지 않는 한 성장도 멈추지는 않을 겁니다. 단지 과거처럼 스스로의 한계까지 몰아붙이는 방식을 고수하기에는 몸과 마음이 예전 같지 않고, 그렇기에 성장세가 마음처럼 가파르지는 않다는 게 아쉬울 뿐이에요. 특히나 이번에는 보다 건강해지고 싶어서 강도를 높였던 운동마저도 그렇게 느껴지니 더욱 아쉬웠습니다. 건강해지는 것조차도 한계치에 부딪혔다 느껴지니 너무 씁쓸했어요.
그래도 노력해서 끝까지 부딪힐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에 뿌듯하고 감사해야 할까요? 많은 사람들이 한계에 부딪힌 것보다는 그만큼 애써보지 않았다는 사실을 아쉬워하니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아직까지는 씁쓸하고 공허한 마음이 좀 더 크네요. 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겁니다. 혹시라도 조금 더 나아질 수 있다면 기쁜 마음으로, 그럴 수 없는 진짜 한계치라면 겸허하게 받아들여야죠. 그리고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낼 거예요. 찾아내서 지금보다 아주 조금이라도 더 나아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