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는 즐거워
우리는 산책을 즐긴다. 가장 많이 도는 코스는 아파트 단지 내 산책로이다. 신축 아파트가 아니라 지상에 많은 차들이 주차되어 있고 차도와 인접한 길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즐겁게 돌고 있다. 밥 먹고 더부룩한 속을 달래려 상쾌하게 걷는 산책이 우리의 가장 빈도 높은 행복이다. 돌이켜보니 지금까지 살아왔던 곳 중 만족도가 높았던 곳들은 산책로를 갖추었던 거 같다. 그래서 앞으로 살 곳을 정하는 큰 기준은 산책로가 잘 되어 있느냐일 것이다.
이렇게 산책하며 도란도란 얘기 나누다 보니 우리도 조금은 욕심을 내게 된다. 이왕 걷는 거 동네 산책만이 아니라 다양하게 해 보면 어떻냐는 것. 목표도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것. 그래서 생각해보니 우리나라는 전국에 걷기 좋은 길이 많이 조성되어 있었다. 제주 올레길, 어디 어디 둘레길 등등을 걸어보고, 다 걸었으면 인증 스탬프도 찍고 더불어 근처 맛집도 가서 맛있는 음식까지 먹는 코스면 상상만 해도 훌륭할 것 같았다.
'스페인하숙'을 보며 순례길을 걷는 사람들의 얘기를 접하다 보니 생각했던 것 같다. 저길도 의미 있고 좋은 길이지만 우리나라에도 아직 우리가 가보지 못한 곳이 너무나 많다고 생각한다. 무슨 일이 있지 않은 이상 늘 가던 곳만 가게 되어 버리니... 그래서 그 무슨 일을 스스로 만들게 되었다. 앞으로 차근차근 하나씩 걸어보고 그 발자국을 남겨보려 한다.
주말에 그 전초전(?) 같은 행사가 있어 참석했다. 수원 팔색길 종주대회. 이름만큼 긴 걷기는 아니었지만 한 시간 반 남짓 걸어보았다. 무릎이 시 큰 해질 정도가 되어 목적지에 도착하고 인증서를 냈다. 뭔가 하나 했다는 뿌듯함이 생겼다. 가벼운 목표 + 즐거운 활동 = 소소한 행복이라는 우리만의 법칙을 하나 추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