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의 꼬부랑 위로
나는 정말 일을 하기 싫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해보자면 일을 하러 가는 것이 참 싫다. 내 집에서 교대역까지 10분 남짓한 그 길은 놀러 다닐 때도, 학교 다닐 때도 항상 다니던 그 길인데, 그 종착지가 회사라 생각하니 절로 한숨이 푹푹 난다.
나는 프랑스어가 참 좋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해보자면 프랑스어를 듣는 것이 참 좋다. 프랑스어를 배워보기 위해 지금까지 세 번의 프랑스어 기초반을 등록해보았으나, 직접 말하는 것보다는 듣기만 하는 것이 내 자리임이 확실해질 뿐이었다. 그래서 이제는 맘 편히 프랑스 드라마를 보는 쪽과 마음껏 샹송을 듣는 쪽을 택했다.
샹송을 들을 때 굳이 가사의 내용을 찾아보지 않는 나지만, 세 번의 프랑스어 초급반의 효과인지, 가끔 아주 쉬운 단어로 구성된 문장은 알아듣기도 한다. 멜로디에 끌려 듣기 시작한 노래에서 “일을 하기 싫다”라는 뜻의 말이 들렸다. 궁금해져서 찾아보니 전체 가사는 매우 프랑스적인 미사여구와 스토리 흐름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그 앞뒤로 “나는 일하기 싫어요. 점심도 먹기 싫어요. 그저 다 잊어버리고 싶어요. 담배를 한 개비 피워요.”라는 아주 담담하면서 솔직한 가사가 반복되었다.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만 있고 싶다는 말을 이렇게 솔직하게 만하는 것이 멋지다고 생각했다.
<je ne veux pas travailer> 일을 하러 가기 싫어하고 프랑스어를 듣는 것을 좋아하는 내가 출근길 가장 우아한 태도로 집을 나설 수 있게 도와주는 노래다. 피할 수 없지만 즐길 수도 없어 약간의 힘을 빌리는 것이다. 일하러 가는 것은 여전히 죽기보다 싫지만 마스크 속에서 욕이나 지껄이며 걸어가는 편 보다는 어떻게 발음하는지도 모르겠는 꼬부랑 말을 흥얼거리며 가는 편이 내 미간주름에도, 정신건강에도 이롭다.
아마 노래 속의 화자는 나보다는 좀 더 그럴듯한 이유로 일을 하기 싫다고 말을 하고 있는 듯 하지만 그런들 어떠한가, 우린 모두 될 수 있으면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을 뿐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