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입장정리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입장정리 Jan 26. 2023

미라클 모닝의 장단점


새해가 되자 주변에 '미라클 모닝'을 목표로 삼은 사람들이 증식했다.

올해 12월쯤 되면 새해 목표가 무엇이었는지는 맑고 순수한 눈망울처럼 까맣게 잊을테지만, 아무튼 지금은 선거철 국회의원인 듯 공수표 다짐들을 남발하는 것이다.


물론 나도 군중심리에 휩쓸리는 무지렁이에 불과한 관계로 새해에는 아침 6시에 일어나기라는 굳은 결의를 세웠다.


미라클 모닝은 아침 일찍 일어나 독서나 운동, 명상, 공부 등을 하는 것인데, 아침형 인간 열풍과 비슷한 면이 있다. 추종자들이 일찍 일어나는 행위를 대단히 신성시하며, 늦게 일어나는 사람들을 베짱이의 화신 혹은 평생 아무것도 해내지 못할 잉여 인간 정도로 보는 것도 유사하다. 반면에 이걸 같잖게 보는 입장에서는 그럼 잠이 없는 노인들은 매일 미라클 모닝을 하는 거냐며 호들갑으로 간주한다.


개인적으로 미라클 모닝은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사람에 따라 효과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나 같은 사람들, 즉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일어나서도 게으름을 피우느라 할 일을 못하고, 그렇다고 밤 늦게 뭘 하는것도 아닌 게으름뱅이들에게는 제법 효과가 있다.


그 이유는 깨진 유리창 이론에서 찾아볼 수 있다. 깨진 유리창 이론은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해 두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되기 시작한다는 이론으로, 별 거 아닌 무질서라도 방치하면 도시 자체가 구제불능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내가 늦잠을 자서 10시 반 11시에 일어나면, '오늘은 늦게 일어나서 글렀으니 쉬고 내일 해야겠다'는 생각이 아주 합당하게 느껴진다. 이미 늦을 대로 늦게 일어나 전날 세운 계획을 모조리 망쳤으니 내일 완벽한 상태에서 하루를 시작하겠다는 생각이다. 그 결과 최선을 다해 오늘을 엉망진창으로 살게 된다. 하루뿐인 소중한 오늘이 슬럼가의 범죄우발구역으로 변모한 상황이다.


반면 아침 일찍 일어나면 하루의 시작이 유리구슬마냥 맑고 깨끗하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순조롭게 시작했기 때문에 남은 시간도 순조롭게 보내고 싶다는 올바른 생각이 든다. 게다가 일어날 때부터 일찍 일어나는다는 목표를 달성하면서 하루를 시작하게 되므로 기분도 좋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늦게 일어난 날보다 더 충실한 하루를 보낼 확률이 높다.


또한 집중도 잘 된다. 6시에는 전화나 카톡이 올 일도 없고, 학교를 갈 일도 없다. 아무도 나를 방해하지 않는 아침에 하루를 계획하고,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들을 처리할 수 있다. 잘 보낸 아침은 관성이 되어 남은 하루의 일들도 끝낼 수 있게 해 주는 동기가 된다.


물론 어디까지나 이론이다.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들이는 것부터가 대단히 고통스럽다. 찌르는 듯한 알람 소리에 눈을 떴는데 6시라면 화가 나고 뭐라도 부수고 싶어진다. 때문에 가까스로 일찍 일어났다가 다시 자는 일도 많고 낮잠을 늘어지게 3~4시간 자버린다. 낮잠을 3~4시간 자게 되면 자연스럽게 박살난 유리창 효과를 받아 하루를 구제불능의 양아치처럼 보낼 수 있다.


게다가 술자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미션이다.

술을 들이부으면서 2차 3차까지 가면 빨라 봤자 12시가 넘어 집에 도착하는데, 술냄새를 풍겨 가며 가까스로 씻고 누우면 한시는 될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기 어려운 것은 당연한 일이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일어났다고 해도 불그죽죽한 얼굴로 변기를 부여잡고 엎드리기가 일쑤다.


무엇보다 미라클 모닝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가치가 없다면 호들갑 중의 호들갑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생각해 보면 늦게 자든 일찍 자든 자는 시간은 거기서 거기다. 조용한 아침에 시간을 쓰면서 무언가를 이루고 싶은 것이 없다면 일어나서 웹서핑이나 하다가 다시 침대로 기어들어갈 거란 얘기다. 부지런하다는 개념만을 취한 채 실질적으로 변화하는 건 아무것도 없는 셈이다. 대개 이런 사람들은 일찍 일어난다는 사실만으로 유세를 떠는 관심종자의 길로 빠질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점을 잘 생각해 보고, 게으른 사람 중 아침에 일어나서 확실하게 하고 싶은 일이 있고, 술자리에 자주 가지 않으며,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들일 수 있는 사람이라면 시도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영화 '엑시트' 감상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