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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ednesdayblue May 04. 2016

HER.. 사랑에 대한 단상

사랑은 소유될 수 있는가?

HER.. 사랑에 대한 단상


인공지능과의 사랑...


스티븐 스필버그의 AI에서 주드로는 남창일을 하는 안드로이드였고 블레이드러너에서 해리슨포드는 안드로이드와 사랑에 빠졌다.


사람이 아닌 물질적 대상과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는 이미 익숙한 화법일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HER에선 물리적 형질이 존재하지 않는 OS가 그 대상이었지만 인간의 감정을 모사한 대체재와의 관계맺기라는 점에서 또 하나의 유사 러브스토리일거라 예상했다


영화 중반까지는 예측 가능한 사건과 갈등이 진행된다. 사랑을 잃은 외로운 중년남, 그를 위로하는 OS. 서로를 이해하고 갈망하는..그래서 힘들어하는..


이 정도까지면 조금 기발한 발상의 SF이야기에 불과하다. 사랑에 대한 전통적 이분법 담론인 '에로스 vs 플라토닉'의 대립구도 역시 익숙하다


하지만 스파이크 존스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간다


사만다는 업그레이드를 통해 좀 더 독립적 개체로 진화하고 네트워킹을 통해 분산처리 되기 시작한다


동시에 테오도르는 자신만의 연인으로 여겨졌던 사만다에 대한 소유권을 상실하기 시작한다


수 많은 사람들과 동시다발적 사랑을 교감하는 사만다를 직면한 테오도르는 더 없는 상실감을 느낀다


전처 캐서린과의 이별이 중첩되는 지점이다


테오도르는 캐서린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에서 자신만의 틀에 가두려 했음을 사과하고 따뜻한 이별의 말은 건넨다


사랑은 소유인가?


이 영화에서 묻고 있는 사랑에 대한 여러 질문 중 가장 핵심은 소유에 대한 것이다


테오도르는 사만다로부터 따뜻한 위로를 받고 감정적 교감을 나누고 있지만 그것이 온전히 자기 것이 아님에 괴로워한다


캐서린 역시 테오도르에게 '당신은 항상 순종적이길 원했지'라며 질타를 한다


상대를 주체가 아닌 소유격의 객체로서 인식하는 순간 사랑은 또 다른 괴로움으로 변질될 가능성을 품는다


캐서린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에서 사랑은 상대를 소유하는 것이 아닌 자기 자신을 성장시키는 행위임을 보여준다


사랑이란게 본디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인 이유는 그것이 상대에게 존재하는 것이 아닌 둘 사이에 공간에 흐르고 있는 무형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애초에 사랑의 완전한 소유란 불가능한 것이고 그 대체행위로 상대를 소유하고자 하는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 무형질로부터 에너지를 받고 행복감을 느끼고 스스로를 성장할 뿐이다


사랑의 본질을 목도하는 것은 슬픈 일이다. 하지만 소유될 수 없기에 영원할 수도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이 영화가 슬프지만 따뜻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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