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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ednesdayblue May 04. 2016

캐롤

사랑을 마주하는 자세

캐롤


어느 영화평론가는 이 영화를 일컬어 멜로드라마의 역사가 장르에 내려준 빛같다고 했다.


그만큼 인물의 감정선을 세밀하고 밀도있게 표현해낸 작품임에 동의한다.


영화는 캐롤과 테레즈가 왜 사랑에 빠지게 되었는지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테레즈의 흔들리는 눈빛을 통해서 보는 이로 하여금 어림짐작하게 할 뿐이다.


스탕달신드롬처럼 완벽한 캐롤의 모습에 테레즈가 흔들렸을 수도 있고 캐롤의 노련한 유혹에 넘어간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왜는 중요한 질문이 아니다.


중요한 건 사랑을 대하는 태도다.


영화의 배경은 매카시 열풍이 한창이던 1950년대다. 미대법원이 동성결혼을 합법화한게 지난해 말이니 이 시기의 캐롤과 테레즈의 사랑은 태생적으로 위태롭다.


하지의 가족이나 테레즈의 남친이 동성애를 정신병적 치료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시절이다.


하지만 동성애와 이성애의 갈등은 둘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중요한 고리는 아니다. 단지 외적 갈등을 조금 보태주는 요소일 뿐.


어느 날 사랑이 왔고 그 사랑이 위태롭고 불안하다.


빗물로 희뿌해진 차창과 흔들리는 시점샷을 통해 테레즈의 혼란스러움을 연출하지만 기실 테레즈의 사랑은 단단하다.


주위의 편견은 그녀에게 고려대상이 아니다. 그녀의 카메라 앵글은 언제나 캐롤에게 향해있고 그녀를 담아내려한다. 아마 렌즈를 통해 들어온 캐롤의 모습을 마음속 깊이 각인시키고자 하는 듯 하다.


비록 캐롤의 위기로 인해 몇 번의 토악질을 하며 일상으로 돌아가지만 캐롤이 다시 돌아와 사랑한다 말했을 때 테레즈 속에 각인된 사랑은 주저없이 되살아난다.

잠시 고민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지만 식당에서 캐롤을 찾는 그녀의 눈빛에는 결연함마저 느껴진다.


캐롤은 어떠한가?

그녀에게 사랑은 어느날 불쑥 찾아온 봄날 같은 것이 아니다. 인생에 우연이란 없는거라고 테레즈에게 말한다. 테레즈에 대한 마음이 잠깐의 불꽃놀이가 아님을 이야기하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 만큼 테레즈에 대한 그녀의 사랑은 진지하다. 헤어진 어느날 택시안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는 테레즈를 바라보고 그녀는 더 이상 자신을 부정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모든 조건을 내려놓고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용기를 낸다.

그리고 테레즈를 만나 사랑하고 있음을 전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테레즈를 보는 캐롤의 눈빛에서 더 없는 기쁨을 찾아내는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사랑을 대하는 태도에서 캐롤과 테레즈는 일치했다. 자신에게 솔직하고자 했고 용기를 냈다.


앞으로 둘의 사랑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알 수 없다. 다시 실망하고 서로에게 지칠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적어도 그 둘은 그 상황이 와도 자신에게 솔직할 것이다.

자기 자신을 속이지 않고 용기내는 것.. 그것이 삶을 아름답게 사는 길이라고 그들은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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