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실로 올라온 지 8일째다. 새벽에 먹이던 약이 줄어들었다.처음엔 밤 12시, 2시, 4시, 6시에 약을 먹여서 환자도 간병하는 나도 잠 잘 틈이 없었다. 그래도 긴장한 탓인지 잠에 쫓기는 줄 몰랐다. 이제 입원실에 올라온 지 일주일이 넘어 입원실 생활에 적응되어 가고 약도 조금씩 줄었다. 이젠 밤에 먹는 양이 줄어들 것 같다. 수액도 선생님이 줄여주셨다. 지난주부터 눈과 팔이 부어 선생님 회진 시 말씀드렸더니 수액을 줄이라고 하셨는데 그게 오늘부터인가 보다. 산소기도 뻬고, 호흡기 치료기도 빼고, 약도 줄이고, 잠도 줄이고, 이젠 운동량, 식사량을 늘려 재활병원으로 전원 되는 날을 기다려 본다. 당뇨죽을 먹다가 오늘 처음 밥이 나왔다. 혼자 먹기도 잘한다.
일찍 자니 일찍 눈이 떠졌다. 자연스레 떠진 것은 아니고 간호사가 혈압을 재러 훅하고 들어온 바람에 엉겁결에 깼다. 남편의 소변을 보니 1000cc가 넘어 보인다. 더 이상 누워 있을 수가 없었다. 소변을 플라스틱 소변통으로 옮겨 오물처리실에 버리고 와야 한다. 오물처리실... 들어가면 숨을 멈춰야만 될 것 같은 비릿한 지린내와 지저분한 환경과 마주하게 된다. 오물실 작은 방은 대변을 버릴 수 있는 쓰레기통과 소변을 버리는 큰 변기가 있고, 청소하시는 분들의 대걸레까지 빨 수 있는 큰 개수대까지 있으니 재수 없으면 걸레 빨다가 흘린 물이 찌꺽하고 신발 속으로 들어오기도 한다. 똥 밟은 기분... 시설 자체도 문제지만 사용하는 사람들도 문제다. 소변을 버리러 가면 가끔 노란 소변색깔의 물이 변기에 남아있다. 다행히 마스크를 쓰고 다니니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토 나올 상황이다. 몇 번의 노란 물을 보고 나니 누군가 걸리면 죽었어! 하는 비장한 마음으로 범인을 색출하고 있던 찰나였다. 내 앞에 옆방에 있는 남자 간병인이 소변을 버리고 나간 다음 노란 물이 남이 있는 걸 보고 뒤를 돌아보니 이미 멀리 가 버려 잡을 수가 없었다. 그다음 소변통을 들고 내 앞을 스치는 그 사람을 다시 만났을 때 "저기요, 변기 물 좀 잘 내려 주세요" 했더니 물이 잘 안 나와서 그랬단다. "오래 누르고 계셔야죠" 그래도 오리발을 내밀지 않는 게 다행이었다. 또 한 번은 내가 소변을 버리고 있는데 내 옆에서 따라붙어 있는 게 아닌다. 아휴 싫다. 바로 선 자세가 아니라 한 발 뒤에서 부으니 소변도 튀기고 미쳐버리겠다. "아휴 왜 이러세요. 기다리셨다 처리하셔야죠"... 한마디 했다. 사람들이 왜 이러지? 이래서 변기 주변이 얼룩덜룩 지저분한 게 남아 있었던 모양이다.
운동실에 가기 위해 이송요원을 기다리다 남편을 혼자 안아서 휠체어에 옮겼다. 옆의 환자들 간병사들이 남편이 휠체어에 앉는 걸 도와주셨다. 나보다 경험이 많은 분들이 한분 한분 자신의 지식을 전달해 주셨다. 남편의 다리에 힘이 조금 생겼다고도 볼 수 있고, 여기 이송시스템이 나빠 매번 신청해야 하고 밀리면 늦게 오고 그렇단다. 그렇다고 공짜이거나 병원의 서비스가 아니다. 건건이 우리 입원비에 플러스 되고 있는 강제 서비스이다. 매일 매시간 같은 때에 가는 것인데 자동으로 프로그램을 연결하면 매번 신청받는 간호사들의 노고도 줄어들을 텐데 이송시간을 맞추지 못해 운동치료실 프로그램 하나를 하지 못했다. 운동을 하려면 수액과 항생제 줄을 떼어야 하는데 뒤늦게 갖고 와서 떠나려는 환자의 팔뚝에 다시 연결하는 간호사도 밉다. 다음날부터는 시간을 조절해 주겠단다. 수간호사가 엘리베이터까지 달려와서 연결된 줄을 떼어주고 갔다.
결국 이송요원의 이송이 문제가 되었다. 지난번 혈관을 찾지 못해 CT로 촬영하며 심은 영구주사 바늘을 이송요원이 남편을 일으켜 세울 때 부주의로 휠체어에 걸려버렸다. 남편의 아~~ 하는 작은 신음 소리에 허리가 아픈가 했더니 주삿바늘이 꺾여서 빠진 모양이다. 어떻게~~ 속상해 못 살겠다. 비용이 15만 원이나 책정된 시술료는 어쩌고? 내가 재수가 없는 것인지 어쩌지? 어쩌지? 또 항의를 해야 하나 눈물만 난다.
남편이 운동을 시작하면 아침을 먹으려 했는데 재활운동 시간이 짧아 대기의자에 기다리다 데려와서 밥도 못 먹었는데 밥맛도 없다. 속상해... 코끼리 같이 부어있는 팔뚝에 앞으로 얼마나 더 찔러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