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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은 May 14. 2024

이재성은 삶이 지루할 틈이 없겠다

우승만 하다가, 승격에 실패했다가, 강등 문턱까지 다녀오네…


이재성이 도르트문트를 또 골탕 먹였다. 지난 시즌에는 우승 문턱에 있던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맹활약해 그들의 우승 기회를 저 멀리 던져버리더니, 이번에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가 기세등등한 도르트문트에 멀티골을 선사했다. 도르트문트는 마인츠에 0-3으로 지며 분데스리가 팬들의 조롱거리가 됐다. 챔피언스리그 파이널리스트를 발판 삼아 마인츠는 15위로 올라갔다. 강등권을 아슬아슬하게 탈출했다. 얼마나 짜릿할까.


이재성은 올시즌을 앞두고 마인츠와 2년 계약 연장을 했다. 떠날 듯 말 듯 고민에 사로잡혔던 이재성을 마인츠가 붙잡았다. 이전시즌 잠깐이지만 유로파리그 진출도 꿈꿨던 팀이기에 이재성이 매정하게 외면할 수도 없었다. 그렇게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올시즌을 맞이했는데, 이게 웬걸. 전반기에 딱 한 번 이기고 계속 지거나 비겼다. 순식간에 17위까지 뚝 떨어졌다. ‘에이, 그래도 설마. 마인츠인데..’라며 금세 올라오길 바랐는데 강등권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 불안했다. 그러다 3월 중순, 보훔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계속 승점을 쌓아오며 15위까지 올랐다. 강등권 라이벌 우니온 베를린이 지면서 마인츠와 2점 차로 16위로 떨어졌다. 후, 잠깐 안도의 한숨을 쉰다.


아니, 근데. 살다 살다 이재성이 강등 위협까지 겪어보네.


불과 3년 전에는 2부 리그에 있었다. 홀슈타인 킬과 함께 승격을 꿈꿨다. 2, 3위까지 올라가며 내심 다이렉트 승격을 노리다가, 결국 마지막 두 경기에서 내리 지며 승격 플레이오프에 갔다가, 상대 쾰른과 1차전에서 이기고 2차전에서 1-5로 크게 지며 승격에 실패했다. 그 시즌에는 포칼에서 바이에른 뮌헨을 상대로 이기기도 했는데. 얼마나 들쭉날쭉한 시즌이었던가.


독일에서 여정만 보면 산전수전‘만’ 겪는 선수 같지만 한때는 K리그의 왕이었다. 우승이 당연했던 그 시절 전북현대에서 주전 미드필더로 뛰었고 K리그 최고의 선수가 됐다. 1위, 우승, 최고 등등의 키워드가 당연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때의 이재성은 꿈에도 몰랐겠지. 독일에 가서 승격을 노리고 강등의 문턱을 경험하게 될 줄은.


다른 이들이 귀엽게 시소를 타는 정도라면 이재성은 거의 널뛰기 수준이랄까. 좀처럼 지루할 틈이 없다.


이재성이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 있다. “아, 진짜 쉽지 않네.” “이런 시기를 통해 배우는 거 아니겠어요.” 이 두 문장을 최근에 최소 한번 이상 말했을 거라고 확신한다. 축구에서 벌어지는 다이나믹한 상황에 나름 굳은살이 생겨 마인드 컨트롤을 잘 한다. 다른 의미로 축구도사가 됐다.


어쨌든 지금은 널빤지를 쿵 밟고 펄쩍 올라오는 타이밍이다. 이 기세로 볼프스부르크전에서도 승리하고 지금 순위에서 벗어나지 않고 무난하게(이번엔 제발) 시즌을 끝냈으면 좋겠다. ‘거봐, 내가 뭐랬어. 마인츠라고 했지!’라고 말할 수 있게.


(ps. 참, 도르트문트는 스물 다섯살 이재성의 드림팀이었다.)


사진=마인츠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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