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ondnote Sep 11. 2020

<EBS 다큐프라임> 시험 5부 - 누가 1등인가

컨텐츠 리뷰

저는 평소에 다큐를 즐겨보는데,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 다큐가 있어 짧게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집에 와서 샤워를 하고 쇼파에 앉아 티비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컨셉이나 전개가 매우 흥미로워 그 자리에 앉은채로 끝까지 다 봤던 기억이 나네요. 


공부 잘하는 아이가 실생활에서도 해결 능력이 뛰어날까요?


캡처본이라 화질이....


2015년 EBS 다큐프라임에서 시험을 주제로 제작된 6부작 중 이 다큐는 5부에 해당합니다. 


제주도의 한 마을에 19살 동갑내기 학생 9명이 모여 실험을 하게 됩니다. 이들은 2015년 수능만점자부터 수능 전체 9등급까지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이름과 배경은 비공개이며, 서로 별명을 부르기로 합니다. (SBS ‘짝’에서의 규칙과 유사합니다) 



학생들은 2박 3일동안 마을에서 여러가지 미션을 수행하게 됩니다. 바로 ‘성공적인 개인의 삶과 건강한 사회를 위해’ OECD에서 개발한 ‘DeSeCo 프로젝트’라는 역량 평가 모델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미션이죠. 이 핵심 역량은 시험성적을 넘어서 실생활에 연관된 문제를 해결하는 복합적인 역량으로 크게 1) 도구 사용 능력, 2) 이질 집단과의 상호작용, 3) 자율적 행동입니다.



첫번째 평가는 30분 내 제주도 방언으로 된 지도만을 이용하여 지정된 포인트를 찾아 사진으로 찍어오면 되는 미션입니다. 두번째는 세 명씩 조를 짜 신풍리 어르신들에게 과제를 받아 수행하는 것입니다. 세번째는 자율적으로 리더를 선출하여 주민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일을 기획하는 미션이었습니다. 이 미션들을 통해 학생들은 자기주관이 뚜렷한 아이부터 수동적인 아이까지 각자의 개성을 보여주게 됩니다.



학생들이 이런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는 한편, 다른 자리에는 교육학과 교수, 입학사정관 교수, 대기업 인사팀장 등 세명의 인재 평가 전문가가 모여 학생들의 행동을 모니터로 지켜봅니다. 이들 역시 학생들의 이름과 배경은 전혀 알지 못합니다. 아무런 정보없이 오로지 그들의 문제 해결 과정을 관찰하는 것만으로 학생들을 평가하게 되는 것이죠.


과연 예상하던 대로 결과가 나왔을까요? 



인재를 선발하는 과정은 필히 여러가지 어려움이 따릅니다. 


단기간에 많은 사람 중 옥석을 가려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평가 대상이 아닌 평가자의 편의성에 맞춰진 평가 기준이나 방식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인정합니다. 하지만 이 기준이나 방식들이 정말 인재를 발굴하는데 효과적인지는 의문입니다.


우리는 성장하는 과정에서 내가 이 학교를 다닐 수 있는 사람인지 그리고 이 회사에 적합한 사람인지 등을 다양한 시험과 평가 수단을 통해 끊임없이 증명해야했고 또 이는 누군가에게 판단되었습니다. 사회가 지향하는 목적에 따라 설계된 간편화 지표들을 통해 우리는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사람인지 평가받는 것이죠. 지금까지 가장 대표적이고 편리한 지표가 학벌이었고, 우리 사회는 계층화된 학벌을 통해 학생들을 나열하고 평가해왔습니다. 자연스레 경쟁에 내몰린 학생들은 각자 다른 계급을 가지게 되고 여러 계급에 따라 많은 혜택을 받거나 또는 큰 고충을 겪게 됩니다.


Photo by Siora Photography on Unsplash


이 다큐는 바로 이런 지금까지의 평가 항목들이 과연 정말 옳은 기준인지, 앞으로도 적용 가능한 기준인지를 실험을 통해 알아봅니다.


이 실험을 재밌게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선입견이 없을 때 어떤 기준에 촛점을 맞춰 인재를 선발해야 하는지, 학벌을 비롯한 배경요소들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데 얼마나 개입하는지, 과연 학벌이 실생활의 역량과 상관관계가 있는지 등의 질문과 자연스레 마주하게 됩니다. 


주제를 제시하는 매끄러운 방식(수행자와 관찰자)과 기승전결을 통해 도출되는 현실적인 문제의식, 그리고 마지막 반전(저는 개인적으로 미션이 종료된 후 1위를 한 학생을 채용하겠느냐는 질문이 흥미로웠습니다)까지 이 다큐는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다만, 특정 편견을 강조하기 위해 이미 결론을 지어놓고 그 결론으로 시청자들을 유도하는 듯한 연출은 또 다른 편견을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좋지 않았습니다.


약 5년이 지난 지금, 이 학생들은 과연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지 사뭇 궁금합니다. 


마지막으로 학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글을 추천드리며 마무리하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아이앱(IAB)은 한국의 슈프림이 될 수 있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