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잡생각
최근에 본 재미난 글이다.
1. 1층에서 할머니는 내려가는 버튼을 누르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심
2. 나는 할머니와 같은 층에서 올라가는 버튼을 누르고 기다림
3. 엘리베이터가 내려오고 함께 탔는데 할머니가 3층을 누르심
4. 알고 보니 할머니는 엘리베이터가 내려오라는 뜻으로 아래 방향 버튼을 누르셨던 것임
일반적으로 사용자가 자신이 이동할 방향으로 상하 버튼을 누르는 것과 달리, 할머니는 엘리베이터를 자신의 위치로 이동시키기 위해 버튼을 눌렀다.
생각해 보면 이런 일은 종종 있다. 제품 설계자가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사용자가 행동하는 경우인데, 난 주로 새로운 전자제품을 작동시킬 때 이런 일을 겪는다. 친절한 삽화와 함께 빼곡하게 적어놓은 사용설명서를 보면 나만 그런 것 같진 않다.
자동차도 어떤 디자인 설계냐에 따라 운전자를 상당히 헷갈리게 한다. 브레이크는 위로 부착되어 있고, 엑셀은 아래에 달려있는 게 사용하는데 직관적이지만 반대로 달린 경우도 있다. 변속 기어도 레버 형태가 사용성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디자인을 이유로 요즘 차의 기어는 거의 버튼이나 다이얼 형식인 듯하다.
이런 걸 디자인 모형과 사용자 모형이 충돌했다 하고, 이를 방지하려면 시스템 이미지를 잘 설계하라고 위 글에서 말하던데, 그런 것까지 알고 싶진 않으니 넘어가자.
그럼 할머니가 착각하지 않고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엘리베이터의 현재 위치를 알려주는 디스플레이를 없애면, 할머니는 엘리베이터의 위치를 알 수 없어 버튼을 착각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
편의성 감소.
예를 들어 급한 일이 있는 사람은 엘리베이터의 위치를 파악하여 계단으로 가거나 다른 방법을 생각할 수 있는데 이를 배제시킨다. 화장실이 급해도 마냥 기다리거나 포기하거나.
할머니는 스크린을 통해 자신이 가고자 하는 층수를 터치하여 엘리베이터를 부르게 되니 이동 방향이 헷갈리지 않는다.
복잡성 증가.
습관화된 행동 양식에서 벗어난 변화는 사람들의 학습을 필요로 한다. 가뜩이나 복잡한 세상 이제 엘리베이터도 배워서 타리. 또 엘리베이터를 타고나면 층수 조작이 불가하니 타기 전에 층수를 결정해야 한다. 화장실이 급해도 중간에 내릴 수 없다.
1. 상하 방향 버튼 사이에 현재 사용자가 위치한 층수를 적어준다. 그럼 버튼이 사용자를 중심으로 동작한다고 인식될 것이다.
2. 사람은 항상 수평으로 이동한다. 반면 엘리베이터는 수직으로 이동한다는 점을 비추어 위, 아래 방향 버튼을 수평으로 위치시키면 어떨까. 이건 할머니가 어떻게 반응하실지 모르겠다.
3. 사람에게만 사용하는 텍스트를 적용한다. ‘이동’이란 단어는 기계에도 쓸 수 있으니 안되고 ‘탑승’이 적당하겠다. 예를 들면 ‘탑승 후 위로 이동’.
미관을 해침.
할머니를 위한 엘리베이터 설계에 대한 무학(無學)의 통찰은 이렇다.
1. 할머니의 직관적 판단으로 정상 작동되어야 함
2. 할머니에게 기존의 관습에서 벗어난 학습을 요구하지 않아야 함
3. 할머니의 판단 결과는 할머니의 예상과 일치해야 함
4. 엘리베이터의 작동 현황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면 좋긴 함
5. 할머니의 돌발 행동은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