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의 에세이클럽
이제 모두 세월 따라 흔적도 없이 변하였지만
덕수궁 돌담길엔 아직 남아 있어요
다정히 걸어가는 연인들
언젠가는 우리 모두 세월을 따라 떠나가지만
언덕 밑 정동길엔 아직 남아 있어요
눈 덮힌 조그만 교회당
- 광화문 연가
2007년에 사회 생활을 시작했고 첫 회사를 7년 다녔다. 서소문에 위치한 회사라 정동길이나 시청 쪽의 노포들이 점심이나 회식 자리의 단골 장소였다. 지금은 주상복합이 들어선 곳도 재개발 되기 전에는 골목 사이 숨어 있는 맛집이 많았다. 그런 골목을 돌아돌아 나가면 배재학당 자리가 있고 서울 시립 미술관과 조그만 교회당 앞인 것이다.
유림면에서 메밀국수나 냄비우동을 먹고 정동길을 어슬렁 거리다 사무실로 돌아가거나 줄을 서서 추어탕을 먹고 그 앞 카페의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일. 사소하지만 직장 생활의 숨통이 트이는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이전 직장도, 나도 더이상 서소문에 적을 두고 있지 않지만 서울 시립 미술관에 전시를 보러 왔다가 정동길을 거닐려니 옛 생각이 났다.
정말 세월 따라 흔적도 없이 변했고 떠나온 그 때 그 시절, 돌아보니 참 좋았지 싶다.
지나간 것은 이토록 다 아름다운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