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오늘 아침엔 기분이 좋았다. 늘 준비하는 아침의 반찬 메뉴에는 달걀프라이를 하는데 팬에 눌어붙지 않고 팬을 이리저리 돌리는 대로 또르르 팬 위를 굴러다녔다. 거의 매일 먹다시피 하는 달걀프라이지만 이런 장면을 자주 아니 아주 가끔 중의 가끔 만나는데 오늘이 그날인가 보다.
보통 코팅 팬은 따로 뭔가 하지 않아도 코팅으로 인해 음식물이 잘 미끄러져 팬 위로 돌아다니지만, 스테인리스 팬을 그렇지 않다. 예열실패는 커다란 참사를 부른다. 그만큼 스테인리스 팬 사용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이다. 팬에 기름을 두르고 적당한 온도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래야 멋진 달걀프라이를 만난다.
하는 일에도 적당한 온도까지 올라가야 나아갈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요즘 매일 글쓰기를 하고 있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생각이나 사건을 쓰고 있다. 당일 일어난 일은 아니지만 기억을 글로 옮겨놓거나 내가 그 순간 했던 생각을 붙잡아 두는데, 해야지 하는 마음에 노트북을 열고는 하얀 종이 위에 커서 깜빡이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이상하게 그렇게 시작하면 멍한 상태에 빠져들어 다른 곳에 머물러 있다.
글쓰기를 할 때 생기는 이런 문제가 예열할 시간을 갖지 않는 것에 있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예열할 시간이 필요한 게 아니었다. 필요한 온도에 도달할 필요가 있는 거였다. 마음먹는 데 필요한 시간은 그리 많이 필요하지 않다. 단지 나아가기 위한 온도에 도달하는 게 오래 걸리는 것이다. 노트북 화면만 열면 언제든지 준비할 수 있지만, 글쓰기가 막 해야지 한다고 해서 뚝딱 써지지 않듯이. 글에 쓸 소재를 생각하고, 떠올리고, 깊이 들여다봐야 한다.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뭘까를 생각하며 조금씩 조금씩 정리를 해나가야 한다. 물론 일기라면 시간순으로 후루룩 써 내려갈 수 있다. 남에게 꺼내 놓지도 않을 것이고, 어딘가에 올려두고 보아주길 원하지 않으니 이곳에 쓴 글과는 다르다.
시작을 떠올리고, 본론을 이야기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이라는 걸 끄집어내야 한다. 그게 어렵다. 늘 고민하게 되는 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뭐였을까? 에서 부끄러워진다. 나는 내 푸념을 늘어놓으려는 것인지. 아니면 멋진 글을 써서 ‘좋아요’를 많이 받고 싶은 건지 아니면 누가 보고서는 재미있었으면 하는 것인지를 아직 잘 모른다. 아직 적당한 온도가 아니어서 일지도.
아침의 잘 예열된 스테인리스 팬 위의 달걀프라이처럼 필요한 만큼의 열을 품고서 다른 것을 받아들이며 좀 더 완벽한 요리를 만들어 냈으면 하는 욕심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