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노력하고 있는데.. 잘 안 돼요.
아들은 천성이 밝고 쾌활한 한편, 다혈질적인 측면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좋을 때는 세상 행복하고, 싫을 때는 화륵화륵 타오르는 불 같아요. 엄마인 저는 전혀 다릅니다. 정적이고, 감정표현을 격하게 하지 않습니다. 좋은 것도, 싫은 것도 속으로는 크게 느끼지만 겉으로는 크게 표현하지 않지요.
기질의 힘은 정말 강합니다. 아들에게 큰 소리를 낸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도, 아들은 아기 때부터 참 목소리가 컸습니다. 좋을 때는 엄청 좋아하고, 싫을 때는 엄청 싫어하고. 제 입장에서는 아들이 좋을 때는 너무나 사랑스럽고, 싫을 때는 너무나 피곤합니다. 뭐 이렇게까지 세게 표현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반면, 딸은 엄마를 닮았는지 좋은 것도 싫은 것도 오빠만큼 표현을 하지 않아요. 기쁠 때, 아들은 웃음 폭탄을 발사한다면, 딸은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인중이 내려갑니다. 같은 부모 밑에서 같은 양육 방식으로 자랐는데도 이렇게 다릅니다.
요즘 아들의 '센 표현' 때문에 고민이 깊습니다. 좋게 표현하여 '센 표현'이지, 남들이 보기에는 '사소한 일에 큰 소리로 화내는' 아이일 수도 있습니다. 예민한 기질이어서 모든 감정을 격하게 느끼는 데다가 외향적이어서 느끼는 그 감정들을 센 강도로 외부로 표출합니다. 아직 어려서 필터도 없어요. 그래서 쾌활하고 친근한 아들을 좋아하던 친구들도 아들이 세게 화를 내서 상처를 받곤 해요.
그런데 아들은 본인이 얼마나 세게 화를 냈는지 인지하지 못합니다. 친구가 작게 화를 내도 자기를 싫어한다고 생각하고 슬퍼합니다. 그렇게 쾌활한 아이가 친구랑 싸우고 나서는 위축되어 슬퍼해요. 이런 일들이 왕왕 일어납니다.
부딪쳐가며 깨달아 가는 것이 인생이라지만, 엄마가 된 입장으로서는 아들이 시행착오를 덜 겪었으면 좋겠습니다. 친구들에게 상처도 덜 주고, 그로 인해 슬퍼하거나 위축될 일도 적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아들에게 세뇌시키듯 꾸준히 상기시킵니다.
친구에게 화가 날 수는 있어. 하지만 화를 꼭 소리 지르면서 내야 하는 것은 아니야. 작은 목소리로도 화가 났다고 말할 수 있어.
탓하면서 따지지 말고, 네가 원하는 것을 말해. 원하는 걸 말하지 않으면 몰라.
화가 나서 소리칠 것 같은 기분이 들면, 얼른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 마음이 진정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괜찮아지면 그때 이야기 해.
예전에는 친구에게 화를 냈을 때에 훈육 차원에서 이야기했는데, 요즈음은 유치원 가는 길에, 친구에게 초대받아서 집에 가는 길에 예방 차원으로 상기시켜주곤 해요. 오늘도 유치원 가는 길에 아들에게 말을 했더니, 아들이 그러더라고요.
나도 노력하고 있는데, 잘 안 돼요. 내 마음이 나를 자꾸 밀어.
'민다'라는 표현을 상상하니 그 감정이 몸으로 느껴지는 것 같았어요. 아들의 감정이 고스란히 저의 마음에 전해지며 가슴이 아팠지요. 겉으로 보기에는 매일 반복되는 상황에 고쳐지지 않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정말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달아요. 짠한 한 편, 고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아직 만 5세도 안 되었는데, 벌써부터 노력을 하고 있으니까요.
혹자는 기질이 너무 강해서 고칠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물론 타고난 기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타인에게 보여주는 방식은 바꿀 수 있습니다. 내용은 변하지 않더라도 표현 방법은 바꿀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아들에게 가르치고자 하는 것은, 기질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닌, 표현 방식을 타인이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하도록 다듬는 것입니다.
실제로 아들은 많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예전에 10번 화낼 일을, 이제는 그중 절반도 화를 내지 않고 참거나 유머로 넘깁니다. 원래는 화가 날 때마다 큰 소리를 냈는데, 이틀 전에는 화가 난다고 조곤조곤 말하는 모습도 보여주었습니다. 화가 났을 때 "나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라고 말하며 조용히 인상을 쓰고 한 자리에 앉아 있기도 합니다. 결국은 친구에게 화를 내서 친구나 친구의 엄마가 보기에는 아들이 똑같을 수 있지만, 엄마인 저는 압니다.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요.
아들에게 가르치고 싶은 것은 다음과 같은 것들입니다.
1. 화가 날 때 소리 지르기 않고 분명하지만 작은 목소리로 말하기.
2.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를 것 같으면, 얼른 자리를 옮겨서 혼자만의 시간 갖기.
3. 화가 가라앉았을 때,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화를 시도하기.
4. 비난보다는 원하는 것을 말하기.(예: 왜 나는 빵을 하나만 줘?(X), 나 빵 하나 더 줘.(O)
습관이 될 때까지 연습을 함께 할 생각입니다. 아들의 예민한 기질은 바꾸어 줄 수 없을 겁니다. 이미 느껴지는 감정을 없는 감정 취급할 수는 없어요. 그러면 안에서 곪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순간적으로 화가 폭발할 때에 사람들이 있는 자리를 피해서 혼자 화가 진정되기를 기다리는 것은 훈련을 통해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화를 내기보다 원하는 것을 분명하게 말하기도 연습을 통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해요. 그런 연습이 쌓여 긍정적인 경험을 많이 하게 되면 화가 나는 것을 막지는 못하더라도, 화를 타인이 상처를 받지 않게 현명하게 표현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노력을 하는 아들을 위해 저도 한 가지 약속을 했어요.
엄마도 너를 혼낼 때 큰소리로 소리를 치지 않을게. 작은 목소리로 화낼게. 화가 많이 나면 생각할 시간을 가지면서 진정하고 너에게 원하는 것을 말할게.
그러니, 너도 노력해 줘.
시간이 걸리겠지만, 고칠 수 있어.
이 말을 듣는 아들의 표정에서 안정감이 느껴졌어요. 자꾸만 혼나면서도 변하지 않는 자신이 얼마나 답답했을까요. 그런데 엄마도 큰소리로 혼내지 않겠다고 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표정입니다.
아이에게는 부모가 롤모델이라고 하잖아요. 무슨 일이 있어도, 저도 한 번 지켜보려고 해요. 큰 소리로 혼내지 않기! 제가 먼저 변하면 아들도 따라 변할지 궁금합니다. 저와 같은 결심을 하신 분들에게 이 책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제대로 하면 반드시 변할 수 있다고 말해주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