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균형을 잡고, 나를 알아가는 시간
앞선 장들에서 학창시절은 학창시절로서 의미를 가져야 하며, 진로 교육은 ‘자기 자신’에 대한 탐색을 바탕으로 해야 함을 강조했었습니다. 다음 기사는 그 필요성을 더욱 강조해 줍니다. 2016년 통계에 따르면 대한민국 청소년의 행복지수가 OECD 국가들 중 다시 꼴찌를 했다고 하는데, 이 지수만 보아도 우리 학생들의 학창시절이 얼마나 비참한 현실에 처해있는지가 느껴지지 않나요? 뭔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장에서는 ‘의미있는 학창시절’을 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보다 깊이 있게 고찰해 보도록 하지요.
우리는 학창시절을 우리 인생 전체의 일부로서도 바라봐야 하고, 한편으로 학창시절은 학창시절대로 풍요로워야 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먼저 우리 인생의 일부로서 학창시절을 생각한다면, 학창시절은 어른이 되는 과도기에 있는 기간입니다. 즉, 어른이 될 준비를 하는 기간이고, 어른이 된다는건 자신의 삶에 책임을 지고, 부모로부터 독립하며, 건강한 직업인으로서 사회에 이바지하게 되는 것을 의미하지요.
교육의 목적이 아이들을 ‘건강하고 유능한 어른’으로 성장시키는 것에 있다면, 공부란 ‘자기자신’과 ‘직업’에 대해 탐구하는 진로 교육이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자유학기제는 과도기를 거치겠지만, 전 교육과정으로 점차 확대 실시해야 할 것입니다. 학생이 100명이 있다면 100가지 교육과정이 만들어 질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교육과정은 다양화 되어야 하지만, 교육을 받는 학생의 입장에서는 일관성 있고 깊이를 더해가는 경험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유학기제’가 현재처럼 한 학기나 한 학년에 국한된다면 학생들은 그저 얕은 다양한 경험밖에 할 수 없겠지만, 자아와 직업에 대한 탐구 기간을 교육과정 전체로 늘린다면, 자신에 대한 탐구를 더욱 심도있게 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경험을 하다가 자신의 적성을 찾으면 그 분야를 깊이있게 공부하고, 그러다 자신의 적성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일찌감치 진로를 틀 수 있을 것입니다. 학창시절에 진로를 바꾸는 것이 30대, 40대에 진로를 바꾸는 것보다 훨씬 쉽습니다.
진로 체험은 단지 그 직업을 소개하는 정도에서 그쳐서는 안 됩니다.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의 경우, 지금처럼 다양한 직업을 소개하고 맛보기 체험을 하는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고등학생 이후부터는 인턴십 제도를 의무적으로 확대 실시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하며, 각각의 직업인들과 학생들이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해서 마련해야 합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직을 하면 적성에 맞지 않다고 해서 사표를 쓰기 어렵지만, 학생때 인턴십을 통해 실제를 경험하면 잘못된 선택을 할 확률은 낮아집니다.
제도적으로 바꾸어야 할 것이 많지만 현재 교육을 받는 아이들의 경우 제도 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학교에서 진로 교육이 심도있게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학생과 학부모가 어려서부터 진로에 대해 열린 시각을 가지고(부모의 가치관 주입을 최대한 절제하고) 대화를 많이 하며, 자기주도학습을 제대로 실시한다면 어려울 것은 없습니다. 학교 공부를 절대시 하지 않고, 필요한 선에서 최대한 이용하면 됩니다. 요즈음은 마음만 먹으면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관심있는 학생들에게 진로 탐색을 돕는 사이트들이 많이 있고,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공부가 있다면 인터넷 강의를 통해 싸게 들을 수도 있지요. 정부 차원에서 공짜나 싼 가격으로 제공하는 교육 기회들도 많이 있습니다.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지요.
다음은 교육부에서 제공하는 진로 사이트 입니다. 온갖 직업들에 대한 정보들이 제공되어 있습니다.
http://www.career.go.kr/cnet/web/main/main.mdo
‘자기자신’에 대해 생각한다는 것은 단지 진로에 대해 생각하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직업은 삶의 일부일 뿐입니다. 자신의 삶의 의미, 종교, 결혼, 추구하는 가치, 여가 등등 생각해야 할 문제들이 많습니다. 청소년기야말로 심리학과 철학을 접해야 하는 시기인지도 모릅니다. 돈을 버는 것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고, 중요한 선택들을 하기 전인 이 시기에 가능한 많은 생각을 해서 자기 자신을 확립해야 합니다.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는 ‘여가’인데 돈은 많이 벌지만 일하는 시간이 긴 직업을 선택하면 후회해도 늦습니다. 자신이 어떤 가치관이나 결혼관을 가지고 있는지 잘 모르고 대화 없이 결혼을 했다가 뒤늦게 후회하면 서로에게 큰 고통이 되겠지요.
학창시절에는 다방면에서의 자기자신에 대해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필요합니다. 그럴려면 다방면에서의 경험을 많이 해보아야겠지요. 공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연애도 해보고, 취미 생활도 하고, 종교 생활도 해보고,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책도 읽고 운동도 해야 합니다. 이러한 것들은 대학생활 이후로 미뤄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러한 것들을 대학생활 이후로, 취직 이후로 미뤘기 때문에 성인기 방황이 길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어려서 연애 한 번 못해보면, 커서 이성과 교제를 할 때 갈등 해결 방법을 뒤늦게 배우게 되지 않겠습니까? 자신과 맞지 않는 배우자를 선택할 확률도 높지요. 취미 생활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성인이 되어서도 직장생활만 하다 인생의 무미건조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게 아닐까요?
어른들은 아이들의 곁에서 좋은 조언자가 되어줄 수 있어야 합니다. 모든것을 다 참고 일단 공부나 하라고 할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삶의 제 문제들에 대해 고민을 할 때 곁에서 진지한 대화 상대가 되어줄 수 있어야 합니다. 아이들이 또래 집단 안에서만 대화를 하면 왜곡된 가치관이 형성되거나 잘못된 선택을 할 위험이 높아지지요. 만약 어른들이 권위로만 아이들을 대한다면 아이들은 어른들과 대화를 거부할 것이고, 부모나 교사로부터 좋은 영향을 받기 힘들 것입니다. 이 때 정말 중요한 것은, 대화와 조언을 할 수는 있지만 아이를 개별 인격으로 존중하고 선택을 강요하지 않는 것입니다. 때로 잘못된 선택을 하더라도, 인생에 있어 치명적인 큰 일이 아니라면 아이 스스로 깨닫고 돌아올 수 있도록 지켜봐주고 기다려주는 태도도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학창시절에밖에 할 수 없는 것들을 할 수 있도록 놓아두어야 합니다. 더 나아가 보다 멋진 추억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면 더 멋진 어른이겠지요. 친구와 죽고 못사는 시기에는 그 친구와 여행을 간다든지, 함께 봉사활동이나 밴드활동 같은 의미있는 활동을 한다든지 하는 멋진 추억 쌓기를 유도하고 도와주는 것이지요. 청소년기에 친구 따라 탈선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반대로 친구와 함께 더욱 발전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첫사랑을 하는 시기에는 사랑을 하지 못하도록 막을 것이 아니라, 사랑에 대한 책임과 지켜야 할 선에 대해 알려주고 갈등이 생길 때에는 친구처럼 조언해 준다면 아이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입니다. 게임이나 연예인에 푹 빠진 경우에는 여가 생활을 존중함을 알려주고, 여가와 함께 해야 하는 일도 하는 책임과 균형을 알려주는 것이 하지 말라고 잔소리만 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입니다.
어차피 막을 수 없습니다. 막을 수 없다면 몰래 하게 하는 것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하게 하는 것이 좋겠지요. 그리고 막는데 성공한다고 해도 그것이 아이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 나이가 먹으면, 추억을 먹고 산다 합니다. 어린 시절 멋진 경험과 추억이 많은 아이들이 더 행복한 어른으로 성장하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에도 건강하게 이겨낼 확률이 더욱 높지 않을까요?
의미있는 학창시절이란, 학창 시절에밖에 할 수 없는 경험과 추억을 많이 만들면서, ‘자기 자신’에 대해 적성과 진로 뿐만 아니라 가치관과 성격, 삶의 스타일까지도 알아가는 시간을 말합니다. 우리의 삶에 있어 직업이 전부가 아니듯, 아이들의 삶에 있어서도 공부가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All work and no play make Jake a dull boy.”라는 외국 속담이 있지요. 우리는 우리 아이들을 공부만 하고, 균형잡히고 행복하게 인생사는 법은 모르는 멍청이로 키우는 것은 아닌지 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