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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AYSBE Nov 11. 2017

4-4. 교육과정의 다양한 수요에 대한 학교의 대안은?

무학년제 선택형 교육과정의 현실적인 적용 방안에 대한 고찰

  아무리 훌륭한 이념을 바탕으로 한 교육과정이라도 실제 적용이 어려우면 효용가치가 적겠지요. 이번 장에서는 무학년제 선택형 교육과정을 어떻게 하면 실제 우리나라 학교 현장에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찰해보도록 합시다.

 

  우리 나라 교육계에서 입시위주의 교육은 예로부터 많은 병폐를 낳아왔고, 교육부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제도로서 이를 고쳐보려했습니다. 여러 제도들이 쏟아져나왔지만 결과는 그리 효과적이지는 않았습니다. 위로부터의 개혁이었기 때문입니다. 교육부에서 아무리 좋은 취지로 좋은 제도를 만들어도 교육 현장에서 교사의 이해가 부족하고, 학부모들의 가치관과 맞지가 않으면 이는 왜곡 적용되거나 무용지물이 되게 마련입니다.

  따라서 효과적인 제도의 적용이 되기 위해서는 학생, 교사, 학부모, 국가나 지역사회가 함께 만들어가는 형태가 되어야 합니다. 현재 우리 교육과정도 이를 지향하고는 있지만 실제로 학생이나 교사, 학부모가 결정할수 있는 사항은 매우 적고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들의 실제적인 참여가 교육과정을 만드는 과정부터 이루어져야 합니다. 일부 교사, 일부 학부모가 아닌 모든 교사, 모든 학부모, 모든 학생이 참여하고, 자신이 구성한 교육과정을 실제로 수행하는 모습이어야 합니다. 교육부나 교육청은 큰 틀을 제시하고, 기준이 되는 교육과정을 만들어 소개하고, 학생과 교사, 학교가 요구하는 행정사항들에 실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무학년제 선택형 교육과정은 교육부에서 제시하는 큰 틀 안에서 기준이 되는 교육과정과 학생 및 학부모의 요구를 반영하여 학교의 실정에 맞게 구성할 수 있습니다.

  현재 교육부에서 제시하는 큰 틀인 추구하는 인간상이나 역량은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됩니다. 여러 교과의 교육과정도 지금처럼 각론을 만들어 현장에 제시하면 됩니다. 다만 각론은 ‘참고’와 ‘기준’으로서 제시해야 합니다. 국가에서 꼭 이수해야 한다고 여기는 중요한 교육과정은 ‘필수’로 제시할 수 있겠지만, 그 비율이 커서는 안 됩니다. 강제로 이수해야 하는 것들은 최소한으로 해야 하며, 이수 시기나 속도는 철저하게 학습자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예시를 들어 보다 자세하게 살펴볼까요? 다음은 초등학교 수학과 ‘수와 연산’ 영역의 교육과정 각론의 내용 체계입니다.

  각 학년군에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가 아주 자세하게 제시되어 있지요. 어느 정도로 세밀하게 제시가 되어 있는가 하면, 이정도 입니다.

  이러한 제시방식은 위로부터의 교육과정을 교사가 학생에게 전수하게 하기에 최적화된 방식입니다. 교사는 교육과정을 읽으면서 교육과정이 의도하는 바를 잘 파악하고, 반드시 가르쳐야 하는 내용을 학생에게 전수합니다. 교사에게 교육 내용이나 교육 방식의 선택권은 없습니다. 물론 학습자도 선택권은 없습니다. 내용의 선택권도 없지만 속도의 선택권도 없어요. 내용은 억지로라도 배우면 되지만 배움의 속도는 학생이 노력해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문제가 심각합니다.

  그렇다고 이러한 친절한 교육과정 내용의 제시가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교사들은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 명확하게 알 수 있고, 모든 교사가 교육과정을 무로부터 창출하는 수고를 줄일 수 있습니다. 또한 해당 학문의 최고 권위자들이 교육과정 내용을 구성하는만큼, 교육과정의 내용은 체계가 있고 양질의 것이 될 확률이 높습니다. 따라서 이런 친절한 교육과정의 제시는 계속해서 이루어져야 하며, 모든 교사가 국가 수준에서 제시한 교육과정의 의도와 내용을 이해하도록 연수를 필수 이수토록 해야할 것입니다. 교사 뿐만 아니라 학부모들에게도 교육과정 이해에 대한 연수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합니다.

  다만, 교사에게 교육과정을 재구성을 할 수 있는 권한을 주어야 하며, 학습자(학부모와 교사)에게 선택권을 이양해야 합니다. 즉, 국가가 의도하는 바와 제시하는 바를 이해하되, 그 선택권은 실제로 수업에 참여하는 교사와 학습자에게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때 교육과정 각론은 다음과 같이 제시할 수 있겠습니다.

  국민공통 교육과정 안에서 각 과목의 각론을 단계별로 제시하고 권장학년을 설정하되, 선택은 학생들에게 맡기는 것입니다. 1단계 교육과정에서도 기초반과 심화반, 2단계에서도 기초반과 심화반으로 나누어 반을 여러 개 개설해야 합니다. 필수 이수 시기를 미리 제시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졸업을 위해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만 들을 수 없고 과목들을 적절하게 배분하여 차근차근 배우게 될 것입니다.

  국가 교육과정의 질 관리를 위해 필수이수 조건을 국가에서 정하여 평가를 관리할 수도 있습니다. 초등학교 검정고시처럼 말이지요. 이때 국가에서는 점수를 매겨서 등수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학력’에 대한 ‘통과’ 조건을 정하여 각 단계를 넘어갈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역할을 할 수 있지요. 한자검정시험이나 토익처럼 시험 시기를 수시로 실시한다면 학생들은 자신이 배우는 시기를 자신의 속도에 맞출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이러한 제도가 말이 안되는 제도였지만, 현재 인터넷이 발달하여 온라인 평가를 실시할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현행 교육과정에서는 1단계를 통과하지 못한 아이도 나이가 차면 2단계로 올라가서 알아들을 수 없는 수업을 듣는데, 이는 매우 불합리한 일입니다. 시험의 수준은 1단계를 통과하면 2단계 수업을 듣는데 지장이 없는 정도의 ‘기초’ 수준이어야 합니다. 1단계를 통과하지 못한-2단계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기초 지식이 없는- 아이는 2단계 수업을 듣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이러한 제도를 실시하면, 그 과목에 관심이 있거나 소질이 있는 아이는 ‘심화반’까지 이수를 하고, 그 과목에 관심이 없는 아이는 ‘기초반’까지만 이수를 하거나, 그 과목이 어려운 아이는 ‘기초반’을 두 번 이수할 수도 있습니다.

   현행 교육과정에서는 선택형 교육과정인 고등학교 교육과정에도 ‘보통 교과’를 이수해야 하는데 이 ‘보통 교과’의 내용과 수준은 중학교 수준과 곂치는 부분이 많습니다. 이를 5단계로 설정하고, 중학교에서도 선택하여 이수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어떨까요? 배움이 빠른 아이가 일부러 속도를 늦추어 배울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고등학교 보통 교과를 중학교 때 이수하면, 고등학생이 되어 더 많은 전문 교과를 선택하여 자신의 진로과 관련된 많은 의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고등학교에서도 중학교 수준에 해당하는 4단계 수업과 5단계 수업을 모두 개설하여 배움이 느린 학생들도 수업에 참여하는 데에 어려움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30점을 맞은 아이에게도 충분한 보충 수업이 이루어지지 않고 ‘30점, 노력요함’이라는 딱지만 붙인 채 다음 학년으로 올려보내는 것은 폭력입니다. 배움이 느린 학생들은 고등학교에 올라가 4단계(현행 중학교 과정) 수업 기초와 5단계(현행 고등학교 과정) 수업의 기초만 이수하면서 전문 교과 수업을 선택하여 들을 수 있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학생 수준에 맞춘 선택형 교육과정은 의외로 교사의 수고도 덜어줍니다. 보충 학습 지도나 심화학습 지도를 따로 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수업의 내용을 이해 불가하거나 너무 쉬워서 의미없게 느끼는 학생들이 없으니 그 수업 내용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학교 전체에 개설된 반의 종류는 많아지겠지만 교사 한 명이 부담해야 할 반의 수가 늘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사교육 문제도 많은 부분 해결이 되는데요, ‘선행학습’이라는 개념 자체가 사라지게 됩니다. 학원에서는 선행학습 대신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 더 재미있고 의미있는 활동들에 집중을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어떤 교과들은 굳이 단계별이 아닌 주제별로 선택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국어 과목의 ‘문학’ 영역을 예로 들어 봅시다. 문학을 가르치는 목적이 무엇인가요? 국어과 각론에서 제시하고 있는 국어과의 목표를 통해 생각해 보도록 합시다.

  이 중 ‘문학’ 영역에 해당하는 부분을 뽑아보자면, ‘문학 향유에 필요한 기본 지식을 기르고’, ‘다양한 유형의 작품을 정확하고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효과적이고 창의적으로 표현하며 소통’하게 하는 것이겠지요. 현행 국어과 교육은 문학 향유에 필요한 기본 지식을 기르는 데에는 도움이 될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작품을 정확하고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작품활동을 통해 창의적으로 표현하며 소통하게 하는 더 큰 목적에는 도움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다음은 교육과정 각론에서 제시한 학년(군)별 내용 요소 입니다. 문학영역에서 배우면 좋은 내용 요소들을 분석하여 체계적으로 잘 정리해 두었습니다.  문제는 교육과정이 너무나 욕심이 많다는 것입니다. 모든 학생들이 아래와 같은 내용 요소를 모두 배우는 것은 버거운 일입니다. 문학 향유에 필요한 기본 지식은 필수로 하되, 작품을 감상하고 창작활동을 할 때에는 시, 소설, 극 중에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은 어떨까요? 그리고 기본 지식을 배우는 시간의 비중보다 작품 감상을 하고 창작활동을 하는 시간의 비중을 훨씬 크게 하는 겁니다. 그렇게 하는 편이 지금의 문학교육 형태보다 문학 영역에서 추구하는 ‘작품을 정확하고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작품활동을 통해 창의적으로 표현하며 소통’하게 하는 데에 더욱 효과적입니다.

  깊이 있는 작품 감상이나 창작활동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입니다. 현행 교육과정에서는 위 교육과정의 내용에 따라 교과서를 교육부에서 만들어서 한 교과서를 가지고 모든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지요. 그러나 모든 내용을 가르치려다보니, 한 가지도 제대로 음미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이 발생하게 됩니다. 가능한 많은 작품을 소개하고자 맛보기 형식으로 부분 발췌를 하여 교과서를 구성하는데, 이는 깊이있는 감상활동을 저해하기 때문이지요. 선택형 교육과정은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도 될 수 있습니다.

  문학의 경우, 교육부에서 권장 작품을 설정할 수는 있겠습니다. 가능한 많은 권장 작품과 함께 교과서 구성의 틀을 교사에게 제시해야 합니다. 교사들은 전문가이기 때문에 모든 권장 작품의 수업 방법을 일일이 교육부가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몇 몇 작품을 예시로 수업의 형태의 구체적인 모습과 동영상, 바람직한 질문의 형태, 학생들에게 줄 수 있는 활동 과제의 예시 등을 교사에게 제공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권장 작품들을 분석하여 학생들이 더 깊이 있게 생각해보아야 하는 부분들을 모아 교사에게 제공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즉, 큰 틀을 만들되, 교과서는 가르치는 교사가 구성하거나 선택하게 하는 것입니다.

  예컨대, 교사가 문학 작품 감상을 위해 ‘장발장’이라는 소설을 선택하였다면, 그 수업을 선택한 학생들은 한 학기 동안 ‘장발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면서 토론을 하고 감상을 하는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저는 현행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토론’이라는 기능을 다루면서 ‘배고파서 빵을 훔친 장발장은 무죄인가, 유죄인가’를 주제로 토론을 하도록 제시한 것을 보고 기함하였습니다. 장발장은 우리가 생각하는 어린이 동화가 아닙니다. ‘les Miserables’는 ‘불쌍한 사람들’이란 뜻입니다. 프랑스의 대문호인 빅토르 위고는 프랑스 대혁명과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물결 속에서 살아간 사람들의 삶을 다면적으로 그려냈습니다. 2000쪽이 넘는 방대한 장편으로, 생과 사, 죄와 벌, 사랑과 인간애 등 인간사의 많은 문제와 시대의 문제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주인공 역시 장발장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자베르, 판틴, 에포닌, 가를로 가브로슈 등 여러 유형의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모두 다른 성격과 가치관을 가지고 한 시대를 살아가는 것이지요. 이러한 배경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장발장이 빵을 훔친것이 옳은가, 옳지 않은가에 대해 토론을 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으며, 토론의 좋은 주제는 더더욱 아닙니다. 빵 한 개를 훔치고 19년동안이나 감옥살이를 한 것은 시대가 낳은 비극일 것입니다. 레미제라블을 제대로 읽은 사람이라면 빵 한 개를 훔치고 19년동안 감옥살이를 하는 사람이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정상입니다. 그러나 또한 레미제라블을 제대로 읽은 사람이라면 장발장을 집요하게 잡으려고 좇은 자베르가 그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는 것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 학생들이 이러한 책을 주제로 토론을 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지에 대해 의문이 듭니다. 우리 나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장발장을 읽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읽어본 사람들은 몇 안 됩니다. 이 책은 고등학생 정도 수준에서 선택하여 교육할 수 있는 책 입니다. 한 권의 문학책을 제대로 읽은 사람은 다른 문학책도 접하고 싶어지게 마련입니다. 또한 다른 문학책을 접했을 때에도 한 권의 문학책을 통해 했던 깊이 있는 감상을 스스로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교육과정이 지나친 욕심을 내어 수많은 명작들을 맛보기 형식으로 제공하는 것은 한 권의 문학작품을 제대로 음미하게 하는 것보다 문학 영역의 목표 달성에도 도움이 안 되며, 학생들이 미래에 문학을 향유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장발장 외에도 고전이 우리 나라 교육현장에서 이상하게 해석되고 있는 사례는 정말 많습니다. 모든 과목에서 교육과정이 욕심이 많기 때문에, 모든 내용을 가르치려다 더 중요한 많은 것들을 놓치고 있지요. 사회과목으로 넘어와 볼까요?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도 왜곡되어 교육되고 있는 하나의 예 입니다. 우리는 애덤 스미스를 자유경제주의자로 알고 있고, ‘보이지 않는 손’을 말한 사람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국가의 의무도 세 가지로 제시하였습니다. 첫째, 다른 독립사회의 폭력과 침략으로부터 그 사회를 보호하는 것. 둘째, 그 사회의 모든 구성원을 다른 구성원의 불의나 억압으로부터 보호하는 것. 셋째, 사회 전체에 큰 이익을 주지만, 여기서 나오게 되는 이윤이 개인들에게 생산을 위해 투입한 비용을 보상할 수 없어 개인들이 그것을 건설하고 유지할 것으로 기대할 수 없는 사업인 공공재와 기구를 건설하고 유지하는 것이 그 세가지죠. 시장주의자들은 자신들의 의견을 대변하기 위해 애덤 스미스를 거론하지만, 그런 애덤 스미스조차도 교육이나 의료와 같은 공공재는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했는데, 어째서 그의 저서에서 ‘보이지 않는 손’만을 발췌하여 가르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선택형 교육과정이 사회에 적용이 된다면, 학생들은 사회에서 경제 영역에서 '국부론 읽고 토론하기' 수업을 할 수도 있을 겁니다. 국부론의 내용을 그대로 내면화 하는 수업이 아닌, 비판적으로 읽고 토론하는 수업이 된다연 각 장에서 경제학과 관련된 많은 개념도 다룰 수 있으며, 그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시간도 가질수 있을 것입니다.


  미술과나 음악과, 체육과의 경우에도 선택형 교육과정을 통해 더욱 깊이 있는 수업을 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분야를 정하여 깊이 있게 배워보는 것이지요. 현행 교육과정과 같이 모든 기능에 대해 맛보기를 할 수 있는 과목도 개설하는 한편, 원하는 학생이 있다면 한 가지 기능만 꾸준히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입니다. 예켠대 색연필에 관심이 많은 학생은 1년 내내 색연필화만 그릴 수도 있겠지요. 수영을 선택한 학생은 1년동안 1주일에 2회씩 꾸준히 수영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음악과의 경우도 한 가지 악기를 몇 년동안 꾸준히 배우는 것이 다양한 악기를 모두 맛보기 하는 것보다 나을 수도 있습니다. 다양한 악기 맛보기는 감상 시간에 할 수 있으니까요.


  단, 선택형 교육과정을 운영할 때에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첫째는 필수과목-혹은 영역-과 선택과목-혹은 영역-을 학생의 삶을 기준으로 잘 설정하는 것입니다. 필수과목이나 영역의 선정 기준은 현재 혹은 미래의 학생의 삶에 가장 필요한 기능과 지식이 무엇인가 입니다. 국어의 경우에도 기본적인 문법과 글을 읽고 주제 파악하기, 올바른 화법으로 상황에 맞게 말하기 등은 모든 학생이 이수를 해야할 필수 영역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최소한의 기준을 충족한 후에는 얼마나 더 깊이 배우는가는 학생이 선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문학 교육의 목표를 어느 장르의 어느 작품으로 배울것인가는 선택 가능해야 할 것입니다. 역사의 경우, ‘대한민국의 역사’는 필수과목으로, 고대사나 조선의 역사는 선택과목으로 설정할 수도 있습니다. 체육의 경우, ‘건강 관리’는 필수 과목으로, 스포츠의 경우는 자신이 흥미있는 종목을 골라 더 깊이있게 수업에 참여할 수도 있습니다.

  두번째로 주의할 점은 학생들이 교육과정을 선택할 때 자신의 흥미 위주로 두서없이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학부모와 함께 장기적인 관점에서 교육과정을 이해하고, 균형잡힌 선택을 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학생 뿐만 아니라 부모 교육이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교육과정의 취지와 과목에 대한 이해를 어느 정도는 할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합니다. 더불어 교사는 정기적인 학생과 학부모 상담을 통하여 교육과정을 학생의 수준에 맞게 합리적으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 컨설턴트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교사의 새로운 역할에 대해서는 다음 장에서 더욱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세 번째로 학교에서는 다양한 수준과 내용의 과목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학생들에게 균형잡힌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학교 수준의 교육과정을 잘 편성해야 할 것입니다. 다양한 선택권은 주지만 다양한 수업을 통해 국가 교육과정의 공통된 목표(인간상과 역량)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전체 밑그림을 그릴 수 있어야 합니다. 학부모와 학생, 교사들의 요구를 존중하고 반영하면서도, 전체적인 교육의 모습이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전인적인 교육이 될 수 있도록 말이지요.

  어쩌면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가 너무나 다양하여 단위 학교 내에서 모두 수용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필수과목의 경우에는 모든 학교에 개설을 하고, 선택 과목의 경우에는 지역 내 다른 학교나 복지관이나 주민센터와 같은 공공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선택폭을 높이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비슷한 예로 지역 교육청에서 한 학교 내에 ‘ㅇㅇ구 영어센터’를 설립하여 그 지역의 모든 학교 학생들이 방과후와 수업 중에 수업을 들을 수 있게 하는 제도가 현재 운영되고 있습니다. 한 학교 학생이 반드시 한 학교 안에서만 수업을 들어야 할 이유가 꼭 있을까요? 방과후에 학원을 이동하듯이 학교도 이동하는 것이 문제가 될 것은 없습니다. 초등학생의 경우, 어린 학생들의 이동이 안전문제를 발생시킬 수도 있겠지만, 중고등학생의 경우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봅니다.


  교육과정의 적용은 이상적인 교육의 모습을 이야기하는 탁상공론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실제적 결과로 학습자의 학습이 이루어지도록 적용되어야 합니다. 또한 교사들이 큰 스트레스 없이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교육과정이 되어야겠지요. 실제적이고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교육과정은 학습자에게 그 답이 있습니다. 그들의 수준과 필요에 맞는 것이 역시 가장 중요합니다. 무학년제 선택형 교육과정의 적용은 이를 가능하게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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