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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AYSBE Nov 23. 2017

5-3. ‘교사’라는 직업이 미래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새로운 담임 제도에 대한 제안

  4차 산업 혁명이 거론되면서 ‘미래에 사라질 직업’과 ‘미래에도 살아남을 직업’, ‘새로 생겨날 직업’ 등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많은 직업들이 인공 지능과 새로운 기술들로 인해 로봇으로 대체될 것이라는 것이지요. 그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현재 초중고를 다니고 있는 학생들이 성장하여 지업을 얻을 20년 후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가까운 미래의 일이지요.

  과거 저의 부모님 세대에는 ‘활자공’이라는 직업이 있었다고 합니다. 박물관에서 금속활자를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낱개의 글자활자들이 따로따로 있고, 그것을 판에 짜야 글판이 되지요. 신문기자가 수기로 글을 쓰면, 그것을 활자공이 활판으로 만들어 인쇄를 했다고 하네요. 아무나 따라할 수 없는 손놀림을 가진 전문기술인이었습니다. 게다가 분량이나 글자수의 제한과 같은 문제가 있으면 글을 순간적으로 편집해서 만들수 있는 능력까지 갖춘 지식인들이었다고 하네요. 그런데 인쇄기술이 발달하면서 모두 직업을 잃게 됩니다.

  저는 어릴 때에 예금을 하고 출금을 할 때 은행에 가서 순번을 기다렸다가 은행원을 통해 입출금을 한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대출 업무나 통장 개설 등 중요한 업무를 제하고 대부분의 간단한 입출금은 ATM기가 대신하고 있지요. 송금의 경우는 ATM기까지 갈 것도 없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대체되었습니다. 당연히 많은 은행원들이 일자리를 잃었었지요.

  많은 유망했던 직업들이 시대가 변하면서 사라집니다. 요즘 최고 인기 직업 중 하나인 교사는 어떨까요?

  많은 전문가들이 ‘교수’를 향후 20년 안에 사라질 직업으로 뽑고 있습니다. 교수라고 하면 가장 존경받고 사회적 지위도 높은 직업 중 하나이고, 여전히 교수가 꿈인 많은 청소년들이 있는데 말이죠. 이러한 전망은 무엇을 근거로 나오고 있는 것일까요? 교수가 사라질 것이란 전망을 내어놓는 전문가들은 교수를 ‘고급 지식으로 전달하는 사람’으로 정의합니다.   

  OCW와 KOCW를 아시나요? OCW는 ‘Open Course Ware’의 약자입니다. 2000년대 초, 국경과 계층을 넘어 누구나 고등교육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교육자원공개운동의 일환으로 시작되었죠. MIT, 스탠퍼드, UC버클리, 예일,  UCLA, 하버드, 옥스퍼드 등의 명문대학이 참여하고 있으며, 저명한 교수들의 대학 강의를 온라인을 통해 무료로 들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제도들이 증가하고, 일반화가 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아마도 전문 지식에 대한 강의를 들으러 대학에 갈 필요가 없어질지도 모릅니다. 유명하고 능력이 탁월한 소수 교수들만 살아남고 많은 교수들이 일자리를 잃을지도 모르지요.

  교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교과 교육에 대한 전문성이 교사의 주가 되는 기능이라면 교사라는 직업은 머지 않아 사라지거나 입지가 좁아질 것입니다. 온라인으로 얼마든지 자신의 수준과 진도에 맞는 수업을 들을 수 있는데 학교에서 단체로 자신의 수준에 맞지도 않는 수업을 들을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지요.


  만약 교사의 역할이 교과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주라면, 교사는 정말 사라질 직업이 되겠지요. 그러나 교사가 진로 교육에 대한 전문가가 되고, 학생의 자기주도학습을 설계하는 데에 도움을 주는 교육 컨설턴트의 역할을 하게 된다면 교사라는 직업은 사라질 수가 없습니다. 진로 교육과 자기주도학습에 대한 교육 컨설턴트는 개인별 지도가 필요한만큼 더 많은 수가 필요한 전망좋은 직업이 될 수도 있는 것이지요.

  교수도 마찬가지입니다. 교수의 역할을 단순히 고급 지식을 전달하는 것으로 본다면 온라인 강의로 대체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대학생들과 함께 의미있는 프로젝트를 주관하고, 학생의 진로를 컨설턴트 해주는 역할을 한다면 교수라는 직업은 계속 필요할 것입니다.

  즉, 교사가 미래사회에서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전문성을 발휘해야 합니다. 교사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직업이 아닌, 인간 발달에 대한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학생의 총체적 교육 경험을 디자인하고 제공하는 직업이 되어야 합니다. 학생과 학부모와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학생이 하는 총체적인 교육경험에 대한 조언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미래 사회에서는 교육 컨설턴트의 역할이 어쩌면 교과 지식 전수보다 더 중요한 교사의 역할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선 4장에서 학생들의 다양한 교육과정에 대한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무학년제 선택형 교육과정’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 선택권을 학생과 학부모에게 주면 교사의 역할은 더 중요해 집니다. 개별 학생과 학부모들이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전문가적 입장에서 조언을 해 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교육과정과 인간 발달에 대한 전문 지식이 과거보다 더욱 필요하게 됩니다. 주어진 교육과정을 그저 전달만 하는 역할보다 더 높은 차원의 전문가의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

  무학년제 선택형 교육과정과 함께 저는 새로운 담임 제도를 제안하고 싶습니다. 교사들은 학교에서 자신이 전공하거나 맡은 과목의 수업을 하는 한 편, 더 중요한 ‘담임 교육 컨설턴트’가 될 수 있습니다. 담임을 한 학생들의 개별 수요에 맞추어 학생의 교육과정을 함께 디자인 하는 역할입니다.

  무학년제 선택형 교육과정이 무조건 학생과 학부모가 마음대로 선택해서 모든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권을 최대한 넓혀주되, 학생의 수준이나 태도가 수업에 미치지 못할 경우 선택권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수준과 단계가 분명한 과목의 경우(예컨대 수학, 물리, 영어 문법, 국어 작문 등)에는 선행 학습의 시험을 통과해야 후행 학습이 가능하도록 제도화 해야겠지요. 또한 선택한 과목이 한 가지 분야로만 치우칠 경우, 최소한의 기준을 두어 다양한 영역의 과목을 선택하도록 제도화 할수도 있습니다. 학생의 태도가 불량하여 교사의 교육권을 침해할 경우에는 수강에 제한을 둘 수도 있습니다. 즉, 자신의 수준에 맞추어 원하는 수업을 선택하여 들을 권리를 주는 대신, 수업에 성심성의껏 참여할 책임도 갖게 하는 것입니다.

  이 때, 학생과 학부모는 혼란에 빠질 수 있습니다. 학생은 자신이 원하는 과목만 들으려 할지 모릅니다. 학부모는 장기 마라톤과 같은 자녀의 교육을 어떻게 디자인할지 고민스러울 것입니다. 이 때, 학생의 발달 수준과 적성, 흥미를 고려하면서도 전인적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담임 교사가 조언을 해주는 것이지요. 대학에 진학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에게는 학과에 대한 상담과 함께 필요한 과목들을 제안하고, 자기주도학습을 하는 것을 도울 수 있습니다. 대학보다는 취업에 관심이 있거나 창업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에게는 어려서부터 그에 맞는 맞춤형 교육을 디자인해 줄 수도 있습니다. 창업이나 취업 등 교사가 직접 교육을 하는 데에 한계가 있는 경우, 전문가와 연결을 해주는 역할을 할 수도 있겠습니다. 때로 인생 고민에 빠진 학생들에게는 직접 상담을 실시할 수도 있고, 정도에 따라 전문 상담가를 연결해 주면서 잠시 쉬어가게도 할 수 있습니다. 한동안 자신이 푹 빠질 수 있는 활동(악기 연주나 독서, 그림 그리기, 운동, 요리, 목공 등과 같은)을 주로 하면서 심리를 안정시키고 자기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갖으면서 지속적인 담임과의 면담을 통해 적절한 때에 다시 학업에 정진하게 하는 것입니다.

  학생들이 이렇게 개별 교육 컨설턴트를 받을 수 있다면 그들의 삶이 얼마나 많이 달라질까요? 자기주도학습을 차근차근 배운 후, 자신의 진도에 맞게 과목 공부를 한다면 공부가 훨씬 즐거울 것입니다. 소위 말하는 주요과목의 공부를 잘 하는 학생들은 심화된 수준의 교육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공부에는 관심이 없지만 다른 재능을 가진 아이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교양 수준의 과목 수업만 이수하고, 자신의 재능을 펼칠 수 있는 수업을 더욱 깊이 있게 배워 진로와 연계할 수 있습니다. 어느 아이도 낙오자 소리를 들을 필요가 없이 자기가 받는 수업에서 최선을 다하고, 자신의 길을 갈 수 있습니다. 개별 교육 컨설턴트를 통하여, 자신이 원하는 수업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는 필요했지만 미처 몰랐던 부분의 수업까지 받을 수 있어 전인적인 성장도 이룰 수 있습니다.


  저는 주변의 많은 지인들이 자녀 교육에 대한 고민을 혼자서 안고 끙끙대는 모습을 수도 없이 봐왔습니다. 아이가 학교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문제, 대학 진학 문제, 사교육 문제, 적성 문제 등 고민이 무척 많습니다. 그런데 그런 고민을 토로할 곳이 없습니다. 저는 공교육에서 담임 교사들이 이러한 문제를 함께 고민해 주는 전문가가 되었으면 합니다. 무조건 학교에 맞추기 위해 노력해라, 대학을 가려면 공부해라,는 말만 하는 사람이 아닌, 학생에게 ‘나도 나답게 살 수 있다.’는 한 줄기 빛을 보여줄 수 있는 그런 전문가 말입니다.

  자기주도학습은 배워야 가능한 것입니다. ‘혼자 공부해봐라.’고 다짜고짜 시킨다면 학생은 막막함을 느낍니다. 어린 시절부터 차근차근 기본적인 방법부터 연습을 해야 가능한 것입니다. 공부 습관이 들지 않은 학생은 처음에 담임교사와 부모가 많은 관심을 쏟아야 합니다. 담임 교사와 학부모, 학생 간의 면담이 자주(어떤 경우에는 일주일에 2번씩도)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일단 습관이 되면 학생이 알아서 공부를 할 수 있어 교사나 부모의 잔소리가 거의 필요없게 됩니다. 처음엔 고생인것 같아도 나중까지 생각하면 효율적입니다. 처음에는 욕심내지 않고 한두 과목으로 시작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한 과목에서 자기주도학습을 할 수 있게 된 학생은 다른 과목에까지 그 능력을 전이시키게 마련이지요.

  매 학기마다 해야 하는 자신에게 맞는 시간표 짜기도 마찬가지 입니다. 처음에는 혼란을 겪을 수 있겠으나 일단 몇 번 해보게 되면 나중에는 자신에게 맞는 수업과 진로를 학생이 주도하여 설계하고, 교사와 부모는 약간의 조언을 얹기만 하면 되는 정도까지 발전할 것입니다. 교사는 이 때, 학생이 1년 계획 뿐만 아니라 5년, 10년에 이르는 교육의 큰 그림을 볼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습니다. 자신이 어느 길로 가고 있는지, 어디쯤 왔는지 안다면 학생은 공부를 왜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지 않고, 공부에 더욱 의미를 느낄 것입니다.

  

  ‘교사’라는 직업이 미래 사회에 살아남으려면 현재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 줄 수 있는 전문가가 되어야 합니다. 그저 국가 교육과정을 대변하는 ‘공무원’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학생에게 멘토로서, 부모에게는 교육 컨설턴트로서, 실제적인 교육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직업이 되어야 합니다. 교육의 전문가로서 자기주도학습을 습관화 할 수 있도록 학생에게 세세한 방법을 지도하고, 부모에게도 조언하여 가정과의 연계가 이루어 지도록 해야 합니다. 학생의 진로와 관련된 교육을 학생과 학부모가 설계할 수 있도록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더 나아가 대학교)까지의 큰 그림을 바탕으로 조언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학교 교육과 사교육을 통틀어 학생의 총체적인 교육을 설계하는 데에 도움을 주는 조언가가 될 수 있어야 합니다. 특히, 공교육에 몸을 담은 교사들이 그런 역할을 해야 모든 학생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현재 학교 교육과 학생의 실제 삶(진로) 사이에는 모순이 많이 있습니다. 학교 공부는 학교 공부이고, 삶이나 진로는 따로 입니다. 이러한 모순의 간극을 좁힐 때에 학교 교육은 더욱 의미 있어 집니다. 그리고 교사가 개별 학생의 삶과 진로에 실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때에 ‘교사’라는 직업은 미래 사회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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