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모닝 12일차
기상시간 5:00AM
가끔 취향을 간파당할 때가 있다. 내가 내밀하게 쌓아 올린 취향은 누군가에게 간파당하는 순간, 와르르 무너져버린다. 남들이 몰랐으면 하는 마음 반, 알아줘서 기쁜 마음 반. 마치 내가 차곡차곡 모아놓은 즐겨찾기를 강탈당한 허탈한 마음이 되거나, 내 화장품 파우치를 무심한 듯 빠르게 훑는 눈동자를 경계하는 마음이 된달까. 하지만 파우치가 오픈된 김에 지속력이 좋아 애용하는 아이라이너는 추천해주고 싶어지는 아이러니한 마음이 되어버린다. 남들이 내 취향을 알아줬으면 하면서도 몰랐으면 하는 이 변태 같은 마음은 늘 곤란하다.(역시 이 마음도 몰랐으면 하다가 알아줬으면 싶다.)
대부분 이러한 취향은 주로 같은 취향의 결을 가진 사람들에게 들키기 마련인데, 유심히 보지 않아도 보이기 마련이고 어느 날은 채도와 명도까지 같아져서 등장하기도 한다. 본능적으로 끌린달까.
취저(취향 저격)라는 말이 난무하는 오늘날, 내가 가진 것들을 인스타에 자랑처럼 박제하는 오늘날, 취향을 '보호'하는 것은 어쩐지 시대착오 같고 구닥다리 같아져 버렸다.
기록을 한다는 것은 내밀한 취향을 1mm씩 쌓아 올리는 것 같다. 어느 날은 즐겨 읽는 책을 기록하고 카페에서 듣다가 너무 좋아서 찾아낸 음악을 적어두고, 자전거 타기를 시작한 일상을, 그 순간을 글로 적어나가면서 1mm씩 취향이 완성되어 간다.
남들이 모르는 한 끗 차이, 그 1mm, 1°C, 1cc, 1bit로 근사해지기 때문이다. 근사하는 말은 그저 멋지다는 뜻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근사치에 가깝다는 말에서 유래했듯이 거의 같다는 뜻이다. 거의 같지만 다른, 취향의 밀도를 근사하게 가꿔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