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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코타운 Jan 11. 2023

미술관이 된 카페

카페 문경 벨리 2096

가끔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면 절로 겸손해진다. 지난 주말 문경 산골에서 만났던 카페 문경 벨리(Valley) 2096이 그랬다.  일단 여기에 닿으려면 마음을 크게 먹어야 가능하다. 아, 마음먹는 정도로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모르고 잡혀와야 가능한 곳이다.



예전에는 태백과 함께 탄광도시로 알던 문경에서도 한참을 더 들어가야 한다.  이 부근에서 가장 큰 경천지라는 호수를 지나 계곡을 한참 더 들어가면 동로면에 이른다. 이쯤에서 포항 죽장으로 귀농하신 전임 원예특작원 최동로 원장이 떠오른다. 그곳이나 이곳이나 엄청난 산골이다. 동로형은 동로면을 알까? 아재개그 안되는데 아재가 별 수 있나! 곧 어르신이 될 몸이시다.



카페는 길과 계곡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아마도 여기는 계곡 바로 위에 텃밭이나 일구던 곳이었을 것이다. 카페 지붕과 신작로는 높이가 같다.  아마도 예전에는 장독을 올려 놓지 않았을까? 이게 가능했던 건 이 건물이 처음에는 문경의 명물 오미자를 가공하던 농업법인을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역시 비즈니스는 어려웠던지 그 건물은 어느날 매물로 나왔고 예술가의 눈에 띄었다.


사실 사전에 전혀 정보가 없이 이곳에 닿았다. 이것에 터줏대감이 자신이 생각하는 최고의 풍경을 보여준다기에 따라나섰다가, 웬 걸 여기서 멈췄다. 첫인상은 계곡 사이에 위치한 그저 그런 곳인가 보다 했다. 그런데 리셉션을 들어서자마자 옷매무새를 고쳐 멨다. 리셉션 테이블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역사와 기품이 느껴졌다. 주인장에게 사연을 물었다.


이 침목은 1954년 덴마크에서 전쟁 복구 지원을 위해 우리나라로 보내진 것이었는데, 쌍용양회의 어느 철길에서 사용되던 것을 이 미술관 카페를 만들기 위해 들여왔습니다.


테이블 하나하나는 이렇게 예술가의 손을 거쳐 만들어진 작품처럼 느껴졌다.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만들어진 건 없었다. 다시 마음을 고쳐먹고 주변을 둘러봤다.



오미자의 고장답게 테이블 하나는 오미자가 그대로 들어가 있게 만들어졌을 뿐 아니라 오미자나무의 형상을 한 공예품이 천정에 까지 닿아있었다. 내가 예술에 대해 문외한이라 설명할 수는 없지만 미술사를 당겨서 보는 것 같았다.


"이게 어떻게 가능할까? "


이곳을 만든 성시호 작가는 디자이너이다. 이름만 들으면 전 국민이 아는 수많은 상품을 디자인한 예술가이다.  이 카페는 지난 5년 동안 한 땀 한 땀 손으로 직접 만들어서 최근에 공개를 했다고 한다. 뉴스를 잠시 검색해 보니 여러 가수의 화보와 뮤비 촬영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만든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은 다행히도 덜 알려진 곳이었다. 부디 성시경은 다녀가지 말았으며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물론 둘 사이에 무슨 관련이 있는지도 물어봤다. 같은 항렬이라는 것 빼고는 다행히 없으셨다.


이 카페는 미술품 전시 공간이기도 하다. 이곳을 기반으로 하는 여러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미술관에서 차 한잔을 꿈꾼다면 여기가 그곳이다. "꿈은 이루어졌다."  이곳을 떠나면서 농촌이 어떻게 변해갈 것인지를 상상해 봤다. 농촌은 지금 문화적으로 최고점에 다가가고 있지만 동시에 산업적인 붕괴의 시작점을 지나고 있다.  우리가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려야 할지 어렴풋한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빅뉴스 한 가지.....


꽃피는 봄이 오면 이곳에서 바비큐를 한번 하기로 했다. 내가 포도주를 들고 가겠다고 하자 와인을 들고 오시라고 한다. 그러기로 했다. 이번에는 찬찬이 작품을 살펴볼 것이다. 그 자리에 누가 함께 하고 있을지 벌써 가슴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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