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ldpoldsried Town
대산농촌재단에서 운영하는 유럽연수 프로그램을 다녀왔습니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이 이곳 빌트폴츠리드 타운이었습니다. 아마도 제가 이 연수 프로그램에 지원한 가장 큰 동기 중 하나이기도 했습니다. 어차피 한 번은 가봐야 할 곳이었으니 말이죠. 그에 대한 느낌을 좀 적어봤습니다.
이 작은 타운은 독일뿐만 아니라 유럽, 그리고 한국에 까지 그 이름을 알렸습니다. 재생에너지 마을을 만든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이 마을을 방문하니 이 사업을 초창기부터 이끌었던 엔지니어이자 시의원인 토마스 플루거 씨가 반갑게 맞이했습니다. 독일 사람들이 그리 살갑지는 않은데, 한국을 한번 다녀가면 다 그렇게 바뀌는 듯합니다.
이 마을은 독일의 가장 남쪽 끝에 위치한 바바리아(Bavaria) 주의 오베랄고이(Oberallgäu) 군에 속한 면쯤 되겠네요. 주민수는 2600명 정도이고 농업은 축산이 중심입니다. 해발이 700미터가 넘어가는 고원지대 정도로 볼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 동네가 세계인의 주목을 받을 일은 아마도 이런 특별함이 없었다면 일어나지 않았겠죠.
간단하게 성과만 요약하면, 11개의 풍력발전기, 공공건물과 주택 지붕에는 태양광 발전을 통해서 마을이 소비하는 전기의 828%를 생산합니다. 이외에도 소수력발전도 있다네요. 주목을 받자면 이보다 뭔가 더 특별한 게 있어야겠죠. 마을에는 열이 필요합니다. 전기로 난방을 하면 비효율적이니 말이죠. 그래서 4km 떨어진 인근 마을에 있는 축산 농가가 운영하는 바이오가스 시설로부터 바이오가스를 마을까지 끌어들여 열병합 발전으로 전기와 열을 생산합니다. 이것도 부족하니 2005년에는 목재펠릿을 이용한 보일러도 가동합니다. 목제펠릿은 인근마을에서 공급합니다. 마을에서 사용되는 열의 60% 정도가 이렇게 바이오가스와 펠릿의 연소로부터 공급됩니다. 토마스 씨는 추가적으로 태양열도 고려하고 있다는 계획도 전합니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 열 파이프 라인을 마을 구석구석까지 깔고 축열조 탱크를 곳곳에 설치를 했습니다. 또 이 정도라면 뭔가 조금 아쉽겠죠. 그런데 이 일을 추진한 방법 또한 놀랍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방문하면 대개 이런 질문은 꼭 합니다.
"정부는 어떤 지원을 했습니까?"
어딜 가나 우리나라 분들은 이게 제일 궁금한 모양입니다. 그런데 답변이 놀랍습니다.
"정부의 지원은 없었습니다."
솔직히 질문 자체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습니다. 그러면 대개 의아해하죠. 그런데 그게 어떻게 가능할까? 어떻게 주민들만으로 그런 과감한 투자가 가능할까? 이 신기한 이야기를 듣는 게 진짜 이 마을을 찾는 이유입니다.
여기까지 오는 데는 역시 리더십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1996년 새로 취임한 시장은 2020년까지 마을에서 사용하는 전기를 모두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계획을 수립하고 주민들을 설득합니다. 토마스 같은 분의 도움을 받아서 시장은 재생에너지 투자를 통해서 충분히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우리 마을이 가야 할 미래라는 걸 설득했겠죠. 토마스 씨와 대화를 나눠보니 저 역시 설득이 될 것 같았습니다.
초기 투자금 중 40% 정도는 주민들이 출자를 하고 나머지는 금융기관으로부터 융자를 했습니다. 초기 개인의 투자 규모는 5,000~100,000유로로 한정했습니다.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추진되었고, 투자한 시민들은 계획한 만큼의 수익을 얻었습니다. 예전에 설치된 작은 풍력발전기는 철거되고 새로 거대한 규모의 풍력이 설치될 때는 출자하려는 주민들이 너무 많아서 투자금은 5,000유로로 제한되었다고 합니다. 토마스 씨도 적게 투자한 걸 후회하더군요.
마을의 많은 부분이 바뀌었습니다. 에너지 비용으로 외부로 나가던 돈이 오히려 전기 판매로부터 수익이 들어왔고, 지역의 에너지 회사는 15%의 세금을 지자체에 납부하니 시 재정도 좋아졌습니다. 이 덕분에 지역에 일자리가 새로 생겨났고, 새로운 공공시설도 많이 들어섰습니다. 유치원을 방문했는데 시설이 우수했을 뿐 아니라 유치원생도 늘고 있다고 하더군요. 충분히 이해가 되었습니다. 유치원에도 축열조가 설치되어 있어서 저렴한 비용으로 따뜻하게 난방을 하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할까? 안될 이유야 없겠죠. 그렇지만 독일과 유럽에서도 이 마을을 방문하는 걸 보니 역시 쉽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마이바흠이 막 세워진 후였습니다. 독일의 시골 마을에서는 아직도 이런 전통이 지켜지는 걸 보니 또 놀라웠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시골에서 어떤 전통이 남아 있을까? 상부상조하는 전통문화는 재생에너지의 리더십을 만들 수 있을까? ... 역시나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우리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걸 실증 모델로 증명하고, 지역의 리더는 그 지역에 보탬이 되는 방식으로 함께 만들어가면 되겠죠. 뭐 어렵겠습니까! 어차피 가야 할 길이라면 제대로 한번 해보면 되지 않을까요!
* 표제부 사진은 참고를 위해 관련 사이트에서 가져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