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의 신혼여행기
본 콘텐츠는 [여행매거진 트래비(Travie)] 2024년 1월호에 실린 기사의 원본(무편집본) 기사입니다. 이집트 신혼여행과 트래비에 대해 자세한 내용은 아래 이집트 신혼여행기 코멘터리에서 확인 해보세요~^^
MZ신혼부부 이집트 신혼여행기 EP.1
MZ신혼부부 이집트 신혼여행기 EP.2
신혼여행이 반드시 로맨틱해야 된다는 건 이제 옛날 얘기.
요즘 MZ들은 평범한 로맨틱 신혼여행보다 우리만의 특별한 신혼여행을 꿈꾼다.
대세는 아프리카.
MZ에서 M을 맡고 있는 나와 그녀는 이집트로 떠났다.
피라미드도 보고, 호갱도 당해보고, 척박한 땅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물론 그래도 신혼이니 마무리는 휴양으로.
아름다운 인생숏 대신, 잊지 못할 인생여행을 남겼다.
신혼여행 준비는 언제부터 하는 것이 맞느냐? 정답은 없지만 대개 결혼 전 3~6개월부터 준비한다고들 한다. 하지만 우리의 신혼여행 준비는 불과 결혼 한 달 전,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후다닥 진행됐다. 이유인즉슨 어디를 가도 다 좋다는 그녀와 가고 싶은 곳이 너무 많은 내가 만나 결정장애에 빠져버렸기 때문. 다양한 후보군을 놓고 숙소와 비행기를 알아보며 비교하다가 끝내는 정하지 못해 원점으로 돌아가기 일쑤였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결혼식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고서야 이러다간 신혼여행을 못 갈 것 같아 과감하게 지극히 내 위주로 결단을 내렸다. 일단 둘 다 안 가본 곳, 한국사람이 최대한 적은 곳, 이왕이면 아프리카, 물가가 한국 대비 저렴한 곳, 관광과 휴양을 모두 할 수 있는 곳. 이 모든 걸 만족하는 여행지를 찾던 중 생소한 조합을 발견했다. 두바이와 이집트를 다녀왔다는 한 신혼부부. 여기서 미친 물가를 자랑하는 두바이만 빼면 내가 내건 조건에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그렇게 우리는 이집트로 떠났다.
세계 7대 불가사의, 피라미드
여행자마다 여정은 달라도 이집트에 온 목적은 아마 다 같을 것이다. 바로 세계 7대 불가사의, 피라미드. 나 역시 피라미드가 이집트 여행의 90% 이상의 지분을 차지했다. 즉, 여행 중 어떤 변수가 생기든 간에 피라미드만이라도 보고 온다면 이집트 여행은 대성공이라는 말. 카이로 국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나일강이 흐르는 카이로 도심이 아닌 기자(Giza)로 이동한 이유이기도 하다.
무질서한 도떼기시장 같은 카이로 국제공항을 빠져나와 택시로 약 1시간 남짓 달리면 기자에 도착한다. 애벌레 같은 꼬부랑글씨에, 영어도 불어도 일어도 중국어도 아닌 외계어가 난무하는 혼돈의 상황 속에서도 기자에 입성했음을 단번에 알 수 있었던 건 멀리서부터 피라미드가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기 때문. 서울 롯데타워나 도쿄 스카이트리 같은 빼빼 마르고 뾰족하기만 마천루들에 비해 높이는 낮지만 꼭지는 뾰족, 몸체는 사방으로 넙죽하게 퍼져 덩치가 있으니 멸치 같은 마천루에서는 느낄 수 없는 웅장함이 느껴진다. 무려 직선거리로 약 1km 반경, 달리는 택시 안에서 바라본 피라미드의 첫인상이다.
피라미드를 코앞에서 마주하게 된 건 이튿날이다. 피라미드는 그 자체만으로도 방대한 이야기보따리를 가지고 있지만 외관과 내부까지 디테일하게 파고들면 습득해야 할 지식의 양은 피라미드의 크기만큼이나 어마어마하다. 때문에 그 엄청난 양의 이야기를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속성으로 습득하려면 뭐니 뭐니 해도 일일투어가 제격. 마침 이집트에는 속성 과외를 좋아하는 한국인들의 성향에 맞춘 한국말이 제법 유창한 이집션 가이드들이 진행하는 일일투어가 많았다. 우리는 그중 후기가 가장 많은 가이드를 선택했다. “기자 피라미드 보기 전에 사카라 피라미드를 먼저 볼 거예요. 그래야 피라미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어요. 그래서 우리는 지금 사카라로 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피라미드는 매끈한 정사각뿔 모양이지만 사카라 피라미드는 3단 케이크처럼 다단으로 쌓아 올린 계단식 피라미드다. 아랍어로 ‘직사각형 벤치’를 뜻하는 벽돌식 단층 무덤인 마스타바를 층층이 쌓아 만들었다. 모양은 달라도 1km 반경에서부터 존재감과 웅장함을 뽐내는 것을 보니 피라미드는 피라미드다.
피라미드는 사후세계를 믿었던 고대 이집트 시대 파라오(*고대 이집트 통치자이자 왕)들의 무덤이다. 해서 각 피라미드마다 왕의 이름이 붙어 있는데 보통 사카라 피라미드라고 하면 고왕국 시대 이집트 제3왕조 두 번째 파라오인 조세르의 피라미드(Pyramid of Djoser)를 뜻한다. 모든 피라미드들의 조상님으로 인류 최초의 피라미드다. 조세르 피라미드 코앞에 서면 그저 크다는 감탄 밖에는 나오지 않는다. 전체 크기를 놓고 봐도 크고 벽돌 하나하나를 봐도 크다. 그냥 다 크다. 사카라 피라미드도 이 정도인데 최고 높이 147m에 아파트로 치면 약 50층 높이에 달하며 밑변 길이가 대충 학교 운동장 한 바퀴(230m) 정도 되는 기자의 대피라미드는 얼마나 더 클까? 피라미드처럼 하늘에 닿을 듯 점점 부풀어 오르는 기자의 대피라미드에 대한 기대감은 잠시 접어두고 가이드를 따라 조세르 피라미드 남쪽에 위치한 우나스 피라미드(Pyramid of Unas)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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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카라 피라미드 (조세르의 피라미드)
매일 8AM~17PM
요금(성인/학생) 사카라지역 전체관람 450/230EGP, 조세르 피라미드 220/110EGP
우나스의 피라미드
이집트 제5왕조 마지막 왕인 우나스의 피라미드는 꼭 내부를 관람해야 한다. 공사장에 공사가 끝나고 남은 돌덩이들을 무더기로 쌓아놓은 것 같이 생겨 피라미드라고는 보기 어려운 없는 겉모습과는 달리 내부는 아주 특별하다. 플립형 핸드폰처럼 허리를 반으로 접고 걸어야 될 만큼 좁디좁은 통로를 지나 비로소 곡소리를 내며 허리를 펼 수 있는 현실(*시체가 안치되어 있는 무덤 속의 방)에 도착하면 사방팔방으로 온갖 희한한 상형문자들이 도배되어 있다. ‘피라미드 텍스트(Pyramid Texts)’라 부르는 이 상형문자들은 사후세계에 있을 파라오의 부활을 돕기 위한 종교적인 주문서다. 일종의 주기도문인 셈. 우나스의 피라미드에서 최초로 시작됐고 이것이 전통이 되어 이후 만들어진 피라미드들에도 시대에 따라 형태는 조금씩 다르지만 벽화나 문서로 기록이 남겨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우나스 피라미드의 또 한 가지 특별한 점은 벽에 플래시를 비춰보면 바로 알 수 있다. 현실 벽면의 일부가 알라바스타(Alabaster)라고 하는 반투명 돌로 되어 있어 빛을 비추면 빛이 통과하면서 밝아진다. 벽을 배경으로 인증숏을 찍는 사람들이 플래시를 키고 찍는 이유가 단순히 어두워서만은 아니다. 혹 인증숏을 찍으려거든 눈뽕 조심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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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나스의 피라미드
매일 8AM~17PM
요금 무료 (조세르 피라미드 관람에 포함)
기자의 대피라미드
사카라에서 다시 기자로 이동해 드디어 피라미드 중의 피라미드, 기자의 대피라미드와 마주하는 순간, 미안하지만 썼던 표현을 또 써야겠다. 정말 지인~짜 크다. 보통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인데 기대보다 만족이 큰 경우는 단언컨대 살면서 기자의 대피라미드가 처음이다. 그런데 이렇게 큰 게 하나가 아니다. 정확히 말해 제일 큰놈이 하나 있고, 그보다 조금 작은 놈 하나, 그리도 또 그보다 작은 놈 하나, 이렇게 총 세 개의 피라미드가 있다. 아니, 세 개 말고도 주변에 사카라 피라미드와 같은 계단식의 작은 피라미드와 마스타바들도 여럿 보였다. 이처럼 크고 작은 파라미드들이 하나의 단지를 이루고 있어 이곳을 기자 피라미드 콤플렉스, 혹은 기자 네크로폴리스(Necropolis, *죽은 자들의 도시)라고도 부른다. 일종의 공동묘지인 셈. 그렇다고 모두 파라오의 무덤은 아니다. 일단 우리에게 친숙한 세모 반듯한 모양의 커다란 세 개의 피라미드는 파라오의 무덤이고, 그 옆 계단식 피라미드는 왕족의 무덤, 주변의 돌무더기 같은 마스터바는 귀족의 무덤이다.
그러면 다시 파라오의 피라미드로 돌아와서, 크기가 다른 이 세 개의 피라미드는 이집트 고왕국 시대 제4왕조 때 3대에 걸쳐 고대 이집트를 통치했던 파라오들의 무덤이다. 가장 큰 것이 제4왕조 1대 파라오 쿠푸왕의 피라미드(Pyramid of Khufu), 두 번째가 쿠푸왕의 아들 카프레왕의 피라미드(Pyramid of Khafre), 마지막이 쿠푸왕의 손자이자 카프레왕의 아들인 맨카우레왕의 피라미드(Pyramid of Menkaure)다. 그중 단연 가장 거대한 쿠푸왕의 피라미드가 가히 눈길을 사로잡는다. 돌 하나의 높이가 대충 성인 키 정도인데 하나당 무게 약 2.5톤으로 230만여 개가 사용되었다. 현대 건축기술로도 쉽지 않았을 법한 일을 기원전 3000년에 해냈다 하니 괜히 세계 7대 불가사의가 아님이 실감이 난다.
피라미드 앞에서는 이런 포즈 저런 포즈, 이 각도 저 각도로 어디서 어떻게 찍어도 CG 같은 인증숏이 된다. 때문에 인증숏 찍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냥 바라만 보고 있어도 감동의 연속이다.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겉만 보고 내부를 안 보고 간다면 다소 비싼 티켓(내부 관람용 입장권을 따로 구매해야 한다.) 값을 아꼈다는 뿌듯함보다는 수박 겉핥기만 했다는 후회가 더 클지도 모를 터. 호갱 당하는 셈 치고 쿠푸왕의 피라미드 안으로 들어갔다.
피라미드 내부는 오름의 연속이다. 초입을 지나 대회랑까지 오르는 통로는 두 발 직립보행보다 사족보행이 훨씬 수월하다. 대회랑에 도착하면 허리를 펼 수 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계단 지옥. 사실 지옥이라 할 만큼 계단 높이가 높거나 개수가 많지는 않았는데 환풍구라고는 작은 틈새 하나 없는 벽돌 속이다 보니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가빠 왔다. 폐소공포증과 같이 밀폐된 공간에 답답함이나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비추천이다.
계단 지옥의 끝에는 내부 관람의 목적지인 쿠푸왕의 석관이 있는 방이 나온다. 정말 달랑 석관만 있다. 이유인즉슨, 쿠푸왕의 피라미드 발견 당시 이미 도굴꾼들에게 털린 상태였다고. 예상치 못한 결말에 수박 겉핥기에 대한 후회보다 티켓값이 더 아깝다는 생각이 뇌리를 잠시 스치긴 했으나 이때 아니면 언제 들어와 보겠는가? 비록 쿠푸왕의 미라는 없지만 파라오의 기운은 충분히 받고 간다며 정신승리로 기자의 대피라미드 투어 마무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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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대피라미드
매일 7AM~18PM
요금 입장료 540EGP(*각 피라미드 내부 입장료 미포함, 쿠푸왕 피라미드 내부 입장료 900EGP)
바하리야 사막투어
이집트는 국토의 95%가 사막이다. 그러니 이집트에 와서 사막에 안 간다는 건 이집트를 5% 밖에 보지 못한다는 말. 95%의 이집트를 만나기 위해 사막투어를 신청했다. 대표적인 이집트의 사막으로는 시와(Siwa)와 바하리야(Bahariya)가 있다. 모두 아프리카 대륙 최대 사막인 사하라(Sahara) 사막의 일부다. 둘 중 비교적 카이로와 가까운 바하리야를 선택했다.
현지 이집션 가이드 투어의 장점은 뭐니 뭐니 해도 로컬에게 듣는 검증된 사실과 블로그나 검색창에서는 찾을 수 없는 유니크한 이야기들. 가이드는 먼저 ‘사하라’로 운을 떼더니 본격적으로 썰을 풀기 시작했다. “보통 한국사람들이 ‘사하라 사막‘이라고 하는데 아랍어로 사하라가 사막이에요. 그래서 ’사하라 사막’ 하면 ’사막 사막’이에요. 그냥 ‘사하라’ 혹은 ‘사막‘이라고 하면 돼요.” 이어서 바하리야 사막. 바하리야는 아랍어로 바다를 뜻한다. 즉, 바하리야 사막은 아주 먼 옛날 바다였던 곳이다. 흑사막, 크리스탈사막, 백사막 총 3개의 사막이 있는데 1박 2일 동안 3개의 사막을 모두 체험할 예정. 각 사막에서의 지형적 특색을 살린 인증숏 촬영과 액티비티도 준비되어 있단다. 태어나 처음 가보는 사막에 내심 쫄아 있었는데 두려움보다 기대가 커졌다.
자다 깨다를 몇 번을 반복하다 드디어 생애 첫 사막을 영접했다. 첫 번째는 흑사막. 이름처럼 까맣다. 그렇다고 온통 까만 모래만 있는 건 아니고, 황량한 모래벌판 곳곳에 흡사 제주도의 오름을 닮은 크고 작은 봉우리들이 있는데 봉우리를 중심으로 까만 모래가 집중적으로 쌓여있다. 꼭 재를 흩뿌려놓은 것처럼. 아니나 다를까 오래전 화산이 터지고 용암과 화산재가 굳어져서 만들어진 사막이란다. 어쩐지 모래가 거칠다. 거친 흑사막을 느끼며 인스타그래머블 스폿과 포즈를 빠삭하게 꿰고 있는 가이드의 진두지휘 아래 인증숏을 남기고는 크리스탈사막으로 이동했다.
크리스탈사막 역시 화산 폭발로 인해 생긴 사막 지형이다. 유리의 주원료라 할 수 있는 이산화규소(SiO₂)가 다량 함유된 해안 규사(*규사: 해안에 있는 규소가 함유된 모래)가 화산이 폭발하면서 높은 온도로 가열되어 용융된 후 다시 냉각되어 형성된 것. 바하리야 사막이 과거 바다 혹은 바닷가였다는 흔적이자 증거다. 크리스탈사막의 크리스탈은 햇빛이 없으면 그저 삐쭉 빼죽한 모양의 날카로운 반투명 돌이지만 햇빛을 받으면 반짝거리며 존재감을 드러낸다. 아쉽게도 날씨가 흐려 빛나는 크리스탈사막의 모습은 가이드의 사진첩으로 대신해야 했다.
다음 코스인 백사막으로 이동하는 중간에 우리에게 친숙한 곱디고운 모래사막이 나왔다. 갑자기 기사님이 타이어를 교체하더니 지금까지와는 다른 마초 같은 드라이빙을 뽐낸다. 울퉁불퉁하고 급경사가 많아 좌로 쏠리고, 우로 쏠리고, 통통 튈 때마다 머리가 천장에 닿고, 입으로는 모래가 들어온다. 세상에 존재하는 온갖 감탄사와 비명이 절로 쏟아져 나왔다. 한창 텐션이 올라 있는데 내리막길 앞에서 차가 멈췄다. 이제 샌드보드로 환승할 시간. 야심 차게 선발로 출발한 1차 시기, 꽈당! 생각보다 중심 잡기가 어렵고 속도도 빠르다. 오기로 가득 찬 독기 어린 눈으로 출발한 2차 시기는 성공! 잘 타는 요령은 눈썰매와 비슷하다. 단지 눈이냐 모래냐의 차이. 정말 신나고 재밌는데 한 가지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무거운 보드를 질질 끌고 다시 올라와야 한다는 것. 발목까지 푹푹 꺼지는 모래 탓에 웬만한 등산만큼이나 힘들다. 마음은 최소 열 번은 더 타고 싶었으나 세 번에서 멈출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백사막으로 가는 길에는 들러야 할 곳이 또 있다. 바로 아가밧 계곡(Valley of Agabat). 지구지만 지구가 아닌 곳이다. 아가밧 바위로 불리는 기이한 모양의 큰 바위들이 오름처럼 솟아있어 CG 같은 현실이 펼쳐진다. 아가밧 계곡 초입의 파노라마 전망 스폿에서 바라보면 혹 아주아주 거대한 스크린이 앞에 있어 UHD(초고화질) 영상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착각마저 들게 한다. 우리가 타고 온 지프가 장난감 차처럼 보이는 신기한 현상도 경험할 수 있다. 보면 볼수록 참 신기한 계곡. 실제로 아가밧이 아랍어로 신기하다는 뜻이란다. 알면 알수록도 신기한 계곡이다.
바하리야 사막투어의 마지막 사막이자 베이스캠프인 백사막은 모래사막 위에 눈이 소복이 쌓인 듯한 모습이다. 물론 눈은 아니고 석회암이다. 석회암이 사막 전체에 깔려있고 곳곳에 커다란 바위 형태로 널려있다. 석회암은 주로 조개껍질이나 산호와 같은 해양 환경으로부터의 퇴적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백사막은 바하리야 사막이 과거에 바다였다는 것을 가장 잘 뒷받침해 주는 증거다. 실제로 조개 화석 등이 발견되기도 했단다. 백사막의 커다란 석회암 바위들은 돌조각 공원에 온 것처럼 각자 두서없지만 개성 있는 모양을 하고 있는데 오랜 시간 바람을 맞아 깎인 결과물이다. 그야말로 바람의 예술작품. 그중 치킨바위와 버섯바위가 유명하다. 딱 보면 닭과 버섯이 떠오른다. 때문에 백사막의 단골 포토존이다. 혼자보단 둘 혹은 단체로 콘셉트를 정해 찍는 것이 좋다. 물론 콘셉트는 가이드의 몫. 여행자는 그냥 시키는 대로만 하면 인생숏은 따놓은 당상이다.
백사막에서의 하이라이트는 새벽에 펼쳐지는 우주쇼, 별구경과 별빛 아래 인생숏 촬영이다. 하지만 새벽녘 날씨가 흐려지는 덕분에(?) 아침까지 그대로 숙면했다. 쏟아지는 별을 보지는 못한 대신 다음날 아침, 쏟아지는 비를 맞았다. 사막에도 비가 내린다니. 어쩌면 별보다 더 희귀한 것을 본 것일지도 모르겠다며 정신승리로 사막투어를 마무리한다.
카이로 Cairo
이집트의 수도인 카이로는 이집트에서는 물론 북아프리카를 통틀어 가장 큰 도시다. 아프리카 대륙 북동쪽, 위치상으로 유럽, 중동과 맞닿아 있어 아프리카와 다른 대륙 간의 가교 역할을 한다. 북아프리카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이다 보니 카이로를 북아프리카의 수도라고도 부른다. 또한 아랍연맹 본부가 카이로에 있어 아랍의 수도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대륙은 아프리카지만 이슬람 문화권에 언어도 아랍어를 사용하니 사실상 아랍 국가나 다름없는 데다 실제 이집트의 공식 국호도 ’이집트 아랍 공화국‘이기에 별명이 아니라 본명이라 해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카이로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혼돈의 도시다. 카이로 국제공항에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한국에서 온 호갱님을 낚기 위해 하이에나처럼 이집션들이 들러붙는다. 가까스로 뿌리치고 밖으로 나오면 KF94 마스크가 그리워지는 탁한 공기가 반갑게 맞아준다. 도로에는 무질서한 질서가 있다. 핸들을 돌릴 때는 클랙슨 하나면 충분하다. “빵빵빠아아앙” 내가 가겠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양보를 해주는 건 아니어서 차들은 서로 닿을 듯 말 듯 차선이 무색하게 뒤엉킨 채로 도로 위를 달린다. 창문 열고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지만 신기하게도 접촉 사고는 일어나지 않는다. 어쩌다 살짝 스치는 경우가 있는데 그냥 한번 쳐다보고 만다. 쏘 쿨~ 도로 위 무질서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차가 다가와도 멈추지 않고 제 갈 길 간다. 차도 크게 개의치 않고 브레이크를 밟기보다는 핸들을 움직인다. 이집션들끼리 눈만 봐도 통하는 게 있는 건지 서로 요리조리 잘 피해 지나간다. 한 가지 반가운 건 우리나라 차들이 많다. 대부분이 어린 시절 추억 속에 있는 운전면허 1종이 필요한 1990년대 모델이다. 택시 기사 왈, 여러 브랜드가 있지만 현대와 기아가 최고란다.
도심인 나일강 주변을 벗어나면 곳곳에 짓다가 만 건물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아무도 안 살 것 같은 건물인데 빨래가 널어져 있다. 유리창 없는 베란다에 사람이 보이는 걸로 봐선 분명 사람 사는 집인데 말이다. 사연인즉슨, 이집트에서는 완성된 건물에는 세금을 부과하는데 이를 피하기 위한 꼼수로 겉은 미완성으로, 내부만 갖추어 놓고 사는 집이 많단다. 실제로 사막투어 때 잠시 들른 운전기사 집도 그랬다. 겉은 공사가 덜 끝난듯했으나 안은 대리석 바닥에 화장실엔 최신식 좌변기와 세면대까지 깔끔했다.
카이로 거리를 차가 아닌 뚜벅이로 다닐 땐 정신 똑띠 차려야 한다. 특히 여행자에게 친근한 척, 친절한 척 웃으며 접근하는 사람을 조심할 것. 이집트에서는 절대! 목적 없는 선호의는 없다고 보면 된다. 먼저 도움을 요청했다면 모를까 묻지도 않았는데 다가온다면 열에 열은 기념품숍 영업직원이거나 도움에 대한 팁을 요구한다. 쇼핑을 할 때도 멘탈을 잘 잡고 있어야 한다. 특히 전통시장 같은 사람 많고 시끌벅적 정신 사나운 곳에선 더더욱. 상인에게 휘둘리지 말고 내 페이스대로 구경하되 구매를 하게 되면 흥정이 필수다. 무조건 10분의 1로 가격 후려치기를 할 것. 설마 10배를 불릴까 싶지만 이집트가 가격정찰제가 확립되지 않은 국가이다 보니 그때그때 다르고 상인들 마음대로다. 물론 그럼에도 시세라는 게 있겠지만 여행자들은 현지 사정을 잘 모르기에 상인들에게는 살이 통통한 먹잇감이 될 수 있다.
혼돈의 카이로가 부담스럽다면 가급적 나일강에서 멀어지지 않는 것이 좋다. 나일강 중간, 카이로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카이로 타워가 있는 게지라 섬 일대 도심은 유럽식 신시가지와 가깝고 카이로 내에서 부유한 동네에 속해 고급 체인 호텔들이 많다. 나일강을 보며 호캉스를 즐기기에 제격이다. 인피니티풀에서, 나일뷰 객실에서 하루 종일 나일강만 보고만 있어도 힐링이 된다. 인류에게는 문명의 시작을, 이집트인들에게는 지금의 카이로를, 여행자에겐 힐링을, 그 옛날 이집트를 여행했던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토스가 이집트를 ’나일강의 선물‘이라 한 이유를 알 것 같다.
후루가다 Hurghada
후루가다는 카이로에서 동남쪽으로 약 400km 떨어진 이집트 대표 휴양지다. 모세가 기적을 일으켰던 홍해를 끼고 수많은 고급 리조트 단지가 늘어서 있다. 우리나라 여행자들은 이집트 휴양지라 하면 배낭여행자들의 3대 블랙홀 중 하나이자 다이버들의 성지로 알려진 다합(Dahab)을 떠올리겠지만 사실 다합은 본래 윈드서핑과 다이빙 스폿으로 유명한 작은 시골마을이고 과거부터 꾸준히 이집트의 최대 휴양지는 후루가다였다. 럭셔리 휴양지이나 해외의 다른 휴양지 대비 물가가 낮아 지리적으로 가까운 유렵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고 이집트 내에서는 이집트 부호들이 즐겨 찾는다. 연인, 부부, 가족 등 다양한 부류의 여행객들은 단 하나의 목적으로 후루가다에 온다. 격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기. 리조트에서 삼시 세끼를 먹고 종일 수영을 하거나, 선베드에 누워 낮잠을 자거나, 바에서 술을 마신다. 먹고, 자고, 마시는 게 후루가다에서는 일상이다.
한자로 ‘붉을 홍’, 영어로도 ‘Red’. 그래서 홍해라 하면 으레 빨간 바다를 떠올릴 텐데 홍해라는 이름은 밀물 때 물이 빠지면서 붉은 산호초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 바다가 붉게 보이는 데서 유래됐다. 때문에 실제 보통의 홍해 바다는 여느 바다와 다름없는 푸른색이다. 해변과 가까운 수심이 얕은 바다는 파스텔톤의 청록색, 멀리 떨어진 깊은 곳은 진한 파란색을 띤다. 절기상 겨울인 11월부터 2월까지도 해수욕이 가능할 정도로 따듯하다. 수심이 얕고 파도가 거의 없어 아이들도 풍덩 빠져 놀기에 부담이 없다. 홍해를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수상 액티비티. 파도가 잔잔해 윈드서핑, 스쿠버다이빙, 스노클링 등을 주로 즐긴다. 그중 스노클링이 단연 인기다. 곳곳에 스노클링 포인트가 있는데 수심이 얕은 곳부터 깊은 곳까지 있어 온 가족이 함께 바닷속 구경을 할 수 있다. 홍해는 물이 맑고 햇빛이 강해 위에서도 바닷속이 훤히 들여다 보인다. 때문에 물속에 들어가면 가시거리 확보가 잘 되 바닷속의 모래바닥까지 선명하게 보인다. 홍해 바닷속은 이름 유래에서 듣던 대로 산호초가 많다. 다양한 해양 생물들이 유유히 유영하고 알록달록 물고기들이 무리를 지어 다닌다. 거기에 산소통을 멘 사람들이 슬로모션으로 바닷속 육지를 걸어 다니니 바하리야 사막의 아가밧 계곡에서 느꼈던 감동이 밀려온다. 지구지만 지구가 아닌 것 같은 기분. 역시 바닷속은 우주선 없이 갈 수 있는 지구 밖 행성이다.
휴양에 마사지가 빠지면 섭하다. 신나게 액티비티를 즐겼다면 몸을 잘 풀어줘야 하는 법. 리조트 내 마사지 숍을 방문해도 좋지만 이왕이면 비치에서 받는 걸 추천한다. 홍해를 보며 마사지를 받고 있노라면 온몸에 긴장이 풀리면서 스스륵 잠이 온다. 졸리지만 자고 싶지 않다. 이 나른함을 좀 더 느끼고 싶어서. 진정한 휴양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후루가다에 있는 내내 혼돈의 카이로와 같은 나라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후루가다는 이집트지만 이집트가 아니다. 홍해를 품은 지상낙원이다.
이집트 국립박물관 (The Egyptian Museum)
카이로 신시가지 중심지인 타흐리르 광장(Tahrir Square)에 위치한 이집트 박물관은 5000년 이집트 역사를 담고 있는 이집트 최대 박물관이다. 피라미드와 함께 이집트에 오면 꼭 가봐야 할 곳 중 하나다. 1층에는 람세스 2세, 세티 1세 등 11명의 파라오 미라가 전시되어 있고, 2층에는 소년 파라오 투탕카멘의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중 대표적인 유물은 이집트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가장 위대한 미술 작품이라 칭송받는 투탕카멘의 황금 마스크다. 그 외에도 역사적 가치가 있는 유물들을 약 10만점 넘게 보유하고 있어 이집트 박물관 자체가 이집트의 역사라 할 수 있겠다.
El-Tahrir Square, Ismailia, Qasr El Nil, Cairo Governorate 4272083 Egypt
매일 9PM~17PM (티켓오피스 8:30AM~16PM)
요금 성인 450EGP, 학생 230EGP
Web egyptianmuseumcairo.eg/emc-events
칸 엘 칼릴리 시장 (Khan El-Khalili)
현지의 생활문화를 보고 경험하는 데는 전통시장만한 곳이 없다. 칸 엘 칼릴리는 이집트 카이로를 대표하는 전통시장이다. 1500개 이상의 가게들이 들어서 있고 여행자들을 위한 기념품은 물론 이집트 전통방식으로 만든 향수, 직물, 향신료 등 생활필수품부터 온갖 잡동사니까지 다 있다. 이집트는 가격정찰제가 확립되지 않은 국가이기에 물건을 사려 거든 반드시 흥정을 하자. 그래야 호갱을 면할 수 있다. 만약 기념품을 사려는데 흥정이 부담스럽다면 칸 엘 칼릴리 시장 내 있는 조르디샵을 찾으면 된다. 정찰제로 운영하는 기념품숍으로 물건 뒤에 가격표가 붙어있어 흥정이 필요 없다. 다소 거친 이집트를 경험하게 될 수도 있는 곳이지만 그게 이집트 사람들이 사는 일상적인 모습이자 문화이기에 카이로에 왔다면 꼭 한 번 방문해 보기를 추천한다. 단, 라마단 기간은 피해서. 수많은 인파에 밀려 들어갔다가 못 나올지도 모른다.
El-Gamaleya, El Gamaliya, Cairo Governorate 4331302 Egypt
매일 9:30AM~24PM
엘 피샤위 카페 (El Fishawy Cafe)
1771년 오픈한 이래로 현재(2023년) 기준 무력 약 252년 동안 이어오고 있는 칸 엘 칼릴리 시장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다. 과거 이곳에서 이집트 왕족들과 예술가, 지식인들이 모여 토론을 펼쳤다고 한다. 본격적으로 유명해진 것은 1988년 이집트인이자 아랍권 작가인 소설가 나기브 마푸즈(Nagīb Mahfūz)가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이후부터다. 그의 대표작들이 엘 피샤위에서 쓰였다고 한다. 실제 카페 곳곳에는 그와 함께 찍은 흑백사진들이 여기저기 걸려있다. 당시에는 글쓰기에 좋은 분위기였는지 모르겠으나 지금의 엘 피샤위는 도떼기시장이 따로 없다. 현지인들에게도 워낙 유명한 곳이다 보니 관광객, 현지인, 호객꾼들이 뒤엉켜 누가 카페 직원이고 누가 손님인지 구분하기도 힘들 지경. 찐이집트의 향기를 경험할 수 있다. 메뉴판이 따로 없어 주문은 직원에게 물어물어 해야 한다. 대부분 아랍식 커피나 터키시 커피를 즐겨 마신다.
El Fishawy, Haret Khan Al Khalili, El-Gamaleya, El Gamaliya, Cairo Governorate 4331302 Egypt
매일 12:30PM~1AM
멤피스 박물관 (Mit Rahina Museum)
현재는 한적한 시골 마을인 멤피스(Memphis)는 과거 고대 이집트 왕조의 수도였다. 멤피스 박물관 내부에는 당시 고대 이집트 왕조를 67년간 통치하며 수많은 신전과 업적을 남긴 람세스 2세의 누워있는 석상이 있다. 일자로 곧게 누워있는 석상은 비록 팔과 다리 한쪽이 부서졌지만 얼굴만큼은 뚜렷하게 남아있어 실제 람세스 2세의 모습을 짐작하기에 충분하다. 야외에는 앨러배스터(Alabaster, 설화석고)로 만든 미니 스핑크스와 붉은 화강암으로 만든 서있는 람세스 2세의 석상(Ramses II Red Granite Statue)이 하나 더 있다. 그 주변으로는 이집트 신화 속 신들의 조각상과 미라의 석관 등이 전시되어 있어 볼거리가 다양하다.
Mit Rahinah, Badrshein, Giza Governorate 3364932 Egypt
매일 8AM~16PM
요금 150EGP
AIRLINE
이집트는 패키지여행이 아니고서는 직항이 없다. 최소 1회 경유가 가장 빠른 길. 항공편은 대한, 에미레이트, 터키, 카타르, 에티하드, 사우디, 폴란드 항공 등이 있고 경유지는 각 항공편에 따라 두바이, 아부다비, 이스탄불, 도하, 제다, 바르샤바를 들르게 된다. 인천에서 카이로까지 보통 노선에 따라 경유 대기시간 포함 짧게는 약 13시간, 길게는 약 18시간 반 정도가 소요된다. 경유 대기시간은 항공편 노선에 따라 대략 2~4시간으로 나뉜다. 때문에 항공권 선택 시 여정, 비용, 대기시간 등을 고려해 가성비와 가심비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스케줄로 예매하는 것이 좋겠다.
HOTEL & RESORT
이집트 숙소는 크게 3가지 뷰로 나뉜다. 피라미드뷰(사막뷰), 나일뷰(시티뷰), 그리고 홍해뷰. 각 뷰별 만족스러웠던 곳을 소개한다.
피라미즈 하이트 호텔 (Pyramids Height Hotel) ★★★
피라미드 티켓 오피스 거리 기준으로 반블록 정도 안쪽에 위치한 3성급 호텔로 티켓 오피스 거리에 있는 호텔들에 비해 피라미드가 탁 트이게 보이지는 않지만 비교적 조용하다는 장점이 있다.(어디까지나 비교적이다. 피라미드 근처는 반경 수백 미터는 붐비는 관광객들과 이집션 호객꾼들로 언제나 활기차니까.) 숙소 퀄리티는 쏘쏘. 룸에서는 잠자고 씻기만 할 계획이라면 가성비로는 딱이다. 루프탑 뷰는 삼부자의 무덤을 모두 담아낸다. 피라미드를 보며 식사나 바 메뉴를 즐길 수 있다. 특히 조식 평점이 좋은 편. 디럭스 더블룸 기준 5~7만원 정도이니 기자에서 며칠을 묶더라도 부담이 적다.
소피텔 카이로 나일 엘 게지라 (Sofitel Cairo Nile El Gezirah) ★★★★★
나일강의 중심, 게지라섬에 위치한 소피텔 계열의 5성급 호텔이다. ‘2016 WORLD LUXURY HOTEL AWARD WINNER’, ‘Best Large Hotel’, ‘Star Diamond Award’라는 3개의 수상 경력을 가지고 있다. 이집트의 비둘기 양식장 같은 원통형 디자인으로 모든 객실이 나일 뷰다. 단, 테라스 오픈을 원할 경우 직원 입회하에 위험과 주의사항에 대한 동의서를 작성해야 한다. 인피니티풀, 레스토랑, 바가 1층에 있어 나일강을 가까이서 느낄 수 있다. 이집션 푸드를 중심으로 구성된 조식 뷔페 퀄리티가 아주 만족스럽다. 밤이 되면 빛을 발하기는 나일강은 단연 낮보다 밤이 더 좋다. 나일 나이트 뷰를 바라보며 굿나잇! 아니, 로맨틱나잇!을 즐겨보자. 가격대는 럭셔리룸 기준(조식포함) 한화로 35~38만원(세금 및 수수료 포함) 수준.
쉐라톤 소마 베이 리조트 (Sheraton Soma Bay Resort) ★★★★★
후루가다 중심지에서 약 45km 떨어진 소마 베이는 프라이빗하게 놀멍 쉬멍 하기에 좋다. 홍해를 끼고 많은 럭셔리 리조트들이 모여있다. 그중 메리어트 본보이 계열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쉐라톤 소마 베이 리조트는 해변과 리조트가 특히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메인 인피니티풀의 피라미드 분수와 스핑크스는 인근 리조트에서도 방문해 인증숏을 찍고 갈 만큼 명소다. 가족단위의 유럽 사람들과 허니문을 온 신혼부부들이 대부분이라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휴양을 즐길 수 있다. 아침과 저녁을 책임지는 캐주얼 레스토랑 라비도스 브라세리(L'Abydos Brasserie)에서는 이집션 푸드는 물론 다양한 유럽 가정식 메뉴로 침샘을 자극한다. 두 접시는 기본이다. 조금 특별한 저녁을 보내고 싶다면 렘포리오 리스토란테(L'Emporio Ristorante)로 가자. 분위기 잡는 데는 역시 이탈리안 레스토랑만한 데가 없다. 보트 투어, 스노클링, 윈드서핑 등의 수상 액티비티와 사막, 룩소르 투어와 같은 지역 관광 투어도 제휴되어 심심할 틈이 없다. 쉬기도 좋고, 놀기도 좋고, 먹기도 좋은, 그냥 뭘 해도 다 좋다. 어쩌면 쉐라톤 소마 베이 리조트의 다른 이름은 지상낙원일지도. 비치프론트 스위트룸 올인클루시브 기준 52~56만 원 수준으로 가격도 혜자다.
TOUR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고, 담고 있는 이야기가 워낙에 많은 이집트이다 보니 피라미드와 같은 유적지나 유물이 한데 모여있는 박물관을 둘러볼 때 가이드와 함께하면 재미는 배가된다. 여행사나 여행 플랫폼을 통한 가이드 투어도 좋지만 사설로 운영하는 한국어가 가능한 이집션 가이드 투어를 추천한다. 한국어를 한국사람보다 더 잘 하면서 한국식 유머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이집션 가이드와 함께 하면 보이는 것도 많고, 건지는 사진도 많고, 무엇보다 함께 다니는 것 자체가 즐겁다. 자칫 딱딱하고 지루해질 수 있는 설명도 특유의 K-유머를 섞어 머릿속에 쏙쏙 꽂히게 한다. 대표적으로 모마 투어, 지성 투어, 무휘 투어가 있다. 단연 피라미드 투어와 사막투어가 가장 인기 있고, 카이로를 하루에 뿌시는 카이로 시티 투어, 1day 투어 등도 스테디셀러다. 예약 문의 및 스케줄은 각 투어 카페나 블로그에서 확인하면 된다.
모마투어
지성투어
무휘투어
※이집트 여행이 편해지는 꿀팁
1. 가격 후려치기 팁
먼저 패를 보이면 안 된다. 가격 제안은 항상 상인이 먼저, 후려치기는 그 뒤에. 일단 10분의 1 가격으로 선방을 날린다. 안 통하면 인심 써서 7분의 1까지는 봐주자. 그 이상은 비추천. 보통 상인이 제안하는 가격의 7분의 1이 합리적인 수준이다. 합의를 보지 못하면 그냥 나가면 된다. 팔 의향이 있으면 잡을 것이고, 안 잡으면 그대로 다른 가게로 가면 된다. 시장은 넓고 가게는 많다.
2. 현금 박치기 팁
현금 거래 시 종종 밑장 빼기를 시도하는 경우가 있다. 카드 마술을 하듯 몰래 빼고서는 돈을 덜 줬다며 당당하게 요구한다. 그래서 현금을 건넬 때는 지폐 한 장 한 장, 동전 하나하나씩 세어가며 건네자. 같이 보는 앞에서 카운트를 하기 때문에 마법이 아니고서야 속일 재간이 없다. 한 가지 부작용으로는 밑장 빼기를 하지 못한 억울함에 생뚱맞게 팁을 요구할 수 있으니 끝까지 긴장을 놓지 말자.
3. 길 쉽게 건너는 팁
신호등이 없는 거리에서 길을 건널 때 자칫 눈치만 보다 하루 종일 그 자리에서 석고상이 될 수도 있다. 이럴 땐 길을 건너는 현지인 옆으로 쓱 따라붙자. 여행자들은 모르는 규칙을 그들은 알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