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진짜 이러려고 이집트로 신혼여행 간 건 아닌데...

이집트 여행강연 후기 (feat. 퇴근 후 짧은 전주여행기)

by 트래볼러

긴 연휴로 기분 좋게 시작한 푸르른 5월. 연휴가 지난 후 저는 연휴에 대한 아쉬움도, 복귀한 일상의 피곤함도 느낄 새가 없이 바쁜 일주일을 보냈습니다. 바로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여행강연을 다녀왔기 때문이지요. 주제는 역시나 이집트.

진짜 이러려고 이집트로 신혼여행을 간 건 아닌데... 이런 행운이 계속 이어지니 신혼여행을 이집트로 다녀오기 정말 잘했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배낭여행의 탈을 쓴) 신혼여행으로 이집트를 기꺼이 함께 해준 아내에게 새삼 감사의 말을 전하며 짧은 강연 후기를 남겨볼까 합니다.

sticker sticker




강연 장소는 전주 첫 마중길여행자도서관이었습니다. 전주역 인근 첫마중길에 있는 컨테이너 형태의 도서관이지요. 길 한가운데에 빨간색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어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전주역 인근 첫마중길 속 첫마중길여행자도서관
전주 첫마중길여행자도서관
첫마중길여행자도서관 전경

일단 이름부터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첫마중길', 그리고 '여행자도서관'. 전주에 도착한 여행자들을 가장 처음 마중해 주는 길, 그 위에 있는 여행자들을 위한 도서관. 이런 곳에서 여행강연이라니... 이보다 더 완벽한 멍석은 없겠구나 싶었습니다. 멍석 제대로 깔아주셨으니 남은 건 저만 잘하면 될 일. 그래서 지금까지 했었던 그 어느 강연보다도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열심히 준비하니 그만큼 기대도 따라 커지더군요. 기대가 커지니 실망도 커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걱정도 함께 따라왔습니다. 걱정이 오니 결국 또다시 열심히 준비하고, 또 기대하고, 또 걱정하고, 또 준비하고. 연휴가 지나고부터 강연 전날까지의 저의 심리상태이자 루틴이었습니다. 이런 반복적인 고통(?)의 과정을 겪으며 강연자료를 리뉴얼했고, 이번에는 특별히 귀한 걸음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고자 소정의 선물도 준비했답니다. 바로 직접 찍은 이집트 사진으로 만든 이집트 여행엽서지요. 랜덤엽서로 4장씩 묶어 자리마다 두었답니다^^V

첫마중길여행자도서관 내부
강연 세팅 완료!

의자가 너무 많은 거 아닌가? 과연 이 공간이 다 찰까? 왠지 엽서 남을 거 같은데 몇 개는 미리 빼둘까? 강연 시간이 30분 안으로 다가오니 1분 1초가 흐를 때마다 초조함은 배로 커졌습니다. 자리가 채워져 가는지 마는지 애써 시선을 모니터 쪽으로 둔 채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너무너무 감사하게도, 그리고 신기하게도 (역대라는 표현을 쓰기에 보잘것없는 경력이지만) 역대급 참석 인원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본래 정원보다도 한 분이 더 오셨더랬지요.(그저 감사합니다~ㅠㅜ) 인원이 꽉 찼던 만큼 리역션도 꽉 찼습니다. 저의 썰렁한 유머가 리액션에 파묻힐 정도로 말이지요. 덕분에 기죽지 않고 오히려 신이 나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끝까지 하이텐션을 유지한 채 수다를 떨 수 있었습니다. 좋아하는 여행이야기를 실컷 할 수 있어 즐거웠고, 함께 공감할 수 있어 행복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이 맛에 강연 하나 봅니다.

열띤 강연 현장
이집트 여행강연 맛보기 (강연자료 샘플)

강연이 끝난 후, 가시는 길 한 분 한 분 눈 마주치고 인사드리지 못한 게 너무 아쉬웠습니다. 나중에 해도 될 일이었지만 책에 사인하느라 놓쳐버렸지요;;; 사인 그까짓 거 뭐 그리 중하다고... 다음에는 꼭 버선발로 뛰쳐나가 배웅하렵니다. 물론 다음이 있다면요^^;;

혹시 모를 다음을 위해서 저는 앞으로도 계속 여행하며 쓰고 찍을 예정입니다. 그러니 많은 관심과 응원, 조심스럽게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sticker sticker


그럼 끝으로,

언젠가는 여행으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퇴근 후 (여행은) 짧았지만 (할 말은) 짫지 않은 전주여행기


전주를 2년 연속 두 번을 방문했었지만 전주한옥마을 구경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오목대 뷰가 그렇게 좋다던데. 그래서 강연이 끝난 후, 즉 퇴근 후 오목대로 향했다. 오목대 찍고 전주한옥마을을 둘러본 후 노을 질 때쯤 저녁 먹고 다시 오목대 가서 오목대 노을뷰와 야경을 담을 계획. 하지만 대대대대실패였다. 아무리 짧은 여행이라도 역시나 여행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일단 오목대는 그럭저럭 괜찮았다. 하지만 전주한옥마을은 대대대대실망이었다. 너무 상업화돼서 한옥은 안 보이고 가게 간판만 보였다. 그냥 번화가에 한옥 지붕만 얹어놓은 느낌. 아니, 간판에 뒤덮여 지붕조차도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내가 한국인이라 그런가? 외국인들 눈엔 간판과 간판 사이 조그만 틈으로 한옥이 들어오려나? 그렇게 봐도 한국의 전통이 느껴지려나? 온갖 의문이 드는 가운데, 종종 사람들이 입고 다니는 대여한복도 눈에 거슬렸다. 우리 전통한복과는 전혀 다르게 근본 없이 화려(요란)하기만 했다. 아, 물론 제대로 된 한복은 너무 비싸니 그럴 수 있겠다 싶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외국인들이 많이 찾아와 한국의 전통을 체험하기도 하는데 제대로 된 전통을 알려주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쉬웠다.

오목대
오목대 뷰포인트에서 바라본 전주한옥마을, 전동성당 종탑도 보인다\


실망 안고 방향을 튼 곳은 (아무리 평일이라지만) 아무도 찾지 않았던 전주향교다. 문화 유적지이다 보니 의미도 있고 한적하고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천천히 걸으며 사색하기에 좋았다. 해가 지기 전, 비스듬히 떠있는 무렵 방문하니 빛과 그림자의 대비가 신비로운 분위를 더했다.

전주향교 명륜당


벌써 여름인가? 1

5월 초, 때 아닌 더위에 시원한 게 당겨서 찾아간 맥주펍 노매딕비어가든. 외국인 사장님이 운영하는 수제맥주집으로 안주 라인업 좋았으나 저녁을 위해 기본 안주 무제한 팝콘으로 대~충 때웠다. 야외 테라스에 자리 잡고 앉아 가게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배달 차량 한 대가 가게 바로 앞에 멈춰서 내 시야를 완전히 가로막더니 차에서 외국인이 내렸다. 브루어리가 근처에 있는지 맥주를 충천해 주러 온 것. 몇몇 직원들이 무거운 맥주통을 낑낑거리며 외국인을 도왔다. 내 뒤가 바로 창고인지라 다들 내 옆을 지나갔는데 난 간만에 영어나 좀 써볼까 싶어 영어로 말을 걸었는데 구수한 한국말로 되받았다. 그냥 외국인이 아니라 대한외국인이었다. 바쁜 중이기도 하고 별로 영어로 대답해 줄 것 같지도 않아서 난 다시 맥주나 홀짝 거렸다. 그리고 나중에 계산할 때, 알고 보니 그 외국인이 가게 사장님이었다. 어쩐지, 줄곧 미소와 하이텐션으로 손님들을 응대하던 알바생들이 어느 순간 갑자기 미들텐션에 미소가 사라졌던 건 해가 지고 바빠질 시간이 다가와서가 아니었다. 사장님이 맥주 배달을 오고 나서부터였다는 느낌적인 느낌. 외국인 사장님이라도 사장은 사장인가 보다.

살면서 지키기 어려운 말 중 하나, 딱 한 잔만 마시고 가야지~ 결국 두 잔 홀짝! 해버렸다


저녁은 택시기사님이 전주비빔밥, 전주콩나물국밥, 피순대, 떡갈비를 다 제치며 극찬한 '한울밥상' 백반 한상을 먹으러 갔다. 로컬 추천 맛집이라 그런 건지 평일이라 그런 건지 가게는 한산했다. 혼자 왔어요를 당당하게 외치고 자리를 잡으려는데 1인분은 안 된단다. 전 메뉴 2인부터라고. 맞다, 생각해 보니 기사님도 친구분이랑 자주 가는 곳이라 했었다. 사실 기사님이 강력하게 추천했지만 백반이라서 별 큰 기대 없이 갔는데 막상 못 먹으니 괜히 궁금하고 아쉬웠다. 다음을 기약하고 플랜 B로 생각해 두었던 바게트 버거를 먹기 위해 길거리야로 향했다. 길거리야로 가는 길에 오목대를 다시 들렀다. 원래는 저녁 식사 후 가려고 했었으나 한울밥상 실패로 시간이 애매해져 버렸다.

벌써 여름인가? 2

해는 왜 이렇게 긴지 체감상 이 정도 시간이면 그래도 어느 정도 괜찮은 노을을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해가 이제 막 넘어가고 있었다. 뉘엿뉘엿 넘어가는 해를 기다리기엔 나에겐 시간이 부족했다. 결국 애매한 노을만 잽싸게 대충 담고 길거리야로 달렸다.

오목대 (어설픈) 노을뷰
오목대를 내려오니 한층 짙어진 노을, 조금만 더 기다릴 걸 그랬나? 싶지만 그럴 수 없었다

후다닥 주문을 하고 진짜 길거리에서 길거리야 바게트버거를 해치웠다. 분명 맛은 있었던 것 같은데 무슨 맛인지도 모르고 먹었다. 다 먹자마자 택시를 잡기 위해 전동성당 쪽으로 빠르게 걸었다. 옆구리가 아플까 거슬렸지만 지금 내 옆구리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다행히 택시는 바로 잡혔고 길도 그리 막히지 않았다. 그제야 여유가 좀 생기자 아직 입 안 곳곳에 남아있는 바게트버거의 잔재들이 느껴졌다. 되새김질하듯 혀와 입을 움직이자 아! 이런 맛이었구나, 그제야 바게트버거의 맛이 기억이 났다. 입 안 바게트버거의 잔재들이 다 사라질 때쯤 전주역에 도착했다. 무사히 터치다운! 짧은 전주여행이었지만 좋은 일이든 안 좋은 일이든 여행시간 대비 소소한 이벤트들이 많았던 것 같아 나름 재밌고 간만에 여행다운 여행이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2024 여행결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