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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은기 Feb 27. 2017

아버지의 빈자리

사춘기는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귀가 따갑게 들어왔다.

굳이 자식을 낳아 키워보지 않더라도, 지금와서 나의 사춘기를 생각해 보면 과연 백번 맞는 말이다.

어쩜 그리 불만이 많고, 한치앞만 내다보면서 불합리한 생각을 옳다고 고집피웠는지 참... 


그래서 어린 아이들에게 부모 일방의 부재는 영향력이 크다. 

요즘 계속해서 사무실에 들어오는 이혼사건들을 자주 언급하게 되는데, 나의 부모님과, 결혼생활과 자식키우기를  상기시키기 때문일 것이다.




주로 아버지들은 가정 밖에서 경제활동을 하고, 어머니들은 가정에서 가사와 육아를 전담해 왔다. 

요즘은 맞벌이 부부가 대세이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가사와 육아의 부담은 어머니들에게 편중되어 있고, 아무래도 여성들은 아이와의 교감을 나누는데 더 능숙하다. 


어느 부부나 갈등과 다툼이 있고, 한번쯤 이혼을 생각해보지 않은 부부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를 생각해서 꾹꾹 참고 견디는 부부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재미있게도, 아버지들은 어머니들보다 쉽게 가정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고(특히 외도의 경우), 이혼에 이르면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지'라는 명분아래 양육비를 부담하고 아내에게 양육권을 양보하게 되기 일쑤다. 물론 아닌경우도 많지만 대체적으로 그렇다.


서로의 배우자와 갈등이 있는 것이지 아이들과는 문제가 없음에도, 부부 일방(특히 엄마)이 아이를 데리고 가출이라도 하게되면, 또 가출 기간이 길어지게 되면, 당사자는 억울하게도 아이의 마음까지도 빼앗기게 된다.


이혼하게 되는 경우도, 처음에는 열심히 아이를 만나려고 하지만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진다고, 아이를 만나는 일이 점점 뜸해진다. 당연히 아이들은 엄마를 동정하게 되고, 아버지의 부재와 엄마의 남편에 대한 미움에 영향까지 받아 아버지에 대한 반감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일이 많다. 


엄마의 입장에서 아빠는 날개를 단 것일 수도 있고, 엄마의 어깨가 무거워 지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지만, 엄마는 아이들의 마음을 얻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하지만 아이들이 사춘기를 겪게될때 아버지의 역할모델은 없었기 때문에 아이들은 이성에 대한 불신이나, 집착이 많아질 수 있다. 또는 롤모델이 없었던 관계로 어머니 혹은 아버지의 역할에 서툴고 부부관계에서 갈등을 키울 확률이 크다.




하지만 나는 아이를 위해서는 하루빨리 헤어져야 하는 부부도 많다는 걸 안다.


폭력이 심한 아버지는 가족들로부터 격리시키는 것이 아내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정신건강에 낫다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일 것이다.


이런 경우 아이들 때문에 가정을 지키고 살다가는 나중에 아이들이 커서 부모의 희생을 고마워 하기는 커녕 원망만 할 것이고, 부부 일방의 희생은 부질없는 것이 된다.




나는 이런 사춘기에 아버지의 부재를 겪었다.


아버지가 가족을 버리고 떠났을때, 처음에는 아버지를 그리워 했고, 가끔 아버지가 오시면 좋았다(넷째딸을 유난히 예뻐하기도 했으므로). 


하지만 계속되는 아버지의 부재와, 어머니의 희생만을 보면서 사춘기를 겪었고, 아버지에 대한 미움은 커져만갔다.


나중에 아버지가 돌아왔을때, 아버지에 대한 미움은 극에 달해있었다. 

집근처 길거리에서 아버지와 마주치면 고개를 숙이고 모른척하며 지나친 적도 있었다. 


나는 아버지가 돌아가실때까지 아버지를 용서하지 못했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결코 무능하고 책임감 없었던 아버지를 두둔하고 싶지는 않지만, 세월이 흘러 중년이 되고보니 난 한번도 아버지를 이해하려고 노력한 적이 없었다는걸 알게되었다.


아버지가 살아온 인생이 어떤 것이었는지, 난 아버지가 살아계실때 한번도 들어보려고 한 적이 없었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지금와서 생각하니 난 아버지에게 큰 잘못을 한 자식이다.

지금도 난 이런 감정이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라는 것을 부정하고 싶고, 화가난다.

그렇지만 이제 아버지에 대한 미움을 버리고 늦었지만 편히 보내드려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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