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생 안경을 써본 일이 없고, 시력은 항상 1.5 ~ 1.0 정도를 유지해온 상당히 좋은 시력의 소유자였다.
당연히 잘 안보이는 불편을 경험해 본 적이 없는데, 나에게도 노안이 찾아왔다. 시력 좋은 사람에게 노안이 빨리 온다는 얘기를 듣긴 했었다.
일단 향수병이나 화장품용기에 작게 적혀있는 상표나 성분표시 등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손톱을 깎을때 보이지 않아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제일 불편한 것은 책을 집어들고 읽으려고 할때와 컴퓨터와 서류를 번갈아 보면서 작업할 때이다.
가까이 보면 촛점이 안맞아서 안보이고, 멀리로 보면 촛점은 맞지만 글씨나 사물이 작아서 보이지 않는 진퇴양난의 형국이다. 노인들만 쓰는줄 알았던 다초점 렌즈가 필요한 시점이다.
처음에는 그냥 나이먹어가면서 내몸이 낡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서글퍼서 견딜수가 없었다. 돋보기 노안 안경을 맞추고도 한참동안 이걸 쓰지 않고 있었다. 귀찮기도 하고, 사용하는게 익숙치도 않아서다.
요즘은 이런 내눈이 조금 익숙해 지기도 한 것같고, 막상 돋보기를 써보니 글씨도 크고 선명해 보이는 것이 쓸만한것 같기도 하여 이젠 어련히 책을 읽으려 할때 안경을 챙기게 되었다.
지인 중 한분은 이런말을 한다. '왠만한 성능좋은 기계도 10년 이상 쓰면 고장나서 고쳐써야 하기 마련인데, 그에 비하면 사람의 몸은 얼마나 효율이 좋은거예요.'
맞는 말이다. 내몸 소중한 줄 알고 잘 관리하며 썼으면 이보다는 덜했을 것이라는 후회도 있지만, 어찌하랴 나도 나이를 먹고 내몸도 늙어가는 것을.
나이먹어가며 이런저런 불편을 겪다보니 옛날에 어른들이 하셨던 말씀들이 공감이 가고, 어렸을때부터 눈이나빠 평생을 불편하게 살아온 사람들의 애로사항도 이해하게 되니 나이먹는 것이 나쁘기만 한것도 아닐터다.
이렇게 연륜이 쌓여가는 것이 아닐런지.. 그나저나 이젠 사무실에서 컴퓨터와 책상위에 놓인 서류를 번갈아 보며 일해야 할때 사용할 다초점렌즈 안경을 맞추러 가야할 때가 온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