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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투어 Jul 16. 2016

Ciao, Italia(3)-Milano

대리석을 데칼코마니처럼 찍어냈나? 밀라노 두오모

유럽의 구시가지를 여행하면 높이 솟은 신식 건물은 없고, 나지막한 예스러운 건물 사이를 걷는 게 참으로 좋다. 엘리베이터 없이 꼭대기까지 쉬이 올라갈 수 있을 거 같고(물론, 짐 없이 맨몸으로 말이지만 말이다.) 건물 꼭대기를 바라보는데 고개를 많이 들 필요 없이, 자연스럽게 바라볼 수 있어 좋다. 그런 나지막한 건물들 사이를 옛날 느낌 물씬 나는 트램을 타고 두오모로 향한다.


내릴 정류장을 지나칠세라 구글 지도를 켠 휴대폰을 움켜쥐고 간다. 목표했던 정류소에 알맞게 내려 주변을 둘러보니 멋들어진 건물이 바로 앞에 서있길래 서로 사진을 찍고 보니, 스칼라 극장이다. 꼭 봐야지 했던 건물은 아니지만, 여행마다 소개된 곳이니, 기념으로 사진을 남겨둔다.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10년 전 유럽여행 사진을 찾아보니, 그때도 스칼라 앞에서 사진을 찍었더랬다. 그때는 스위스에서 넘어와 반나절 밀라노 구경하고 바로 피렌체로 넘어가는 일정이어서 지금까지도 밀라노에서는 두오모 본 것 말고는 기억에 남는 게 없었는데, 스칼라 극장 앞에서 폼 잡고 찍은 사진이 남아있다. 연극, 오페라에 관심이 없어 스칼라 극장을 머릿속에 담아두고 다니지 않았는데, 그래도 유명한 건물이라고 그때나 지금이나 지나갈 때마다 사진은 찍었나 보다. 스칼라 극장을 대하는 마음이나, 건물의 모습이나 모두 다 그대로인데, 달라진 것은 지금은 Y와 함께 행복한 여행 중이라는 것이다.


나에겐 별다른 의미없는 스칼라 극장보다는 극장앞 레오나르도 다빈치 동상이 더 멋져보인다.


스칼라 극장 맞은편 지붕이 덮여있는 얼핏 봐도 럭셔리해 보이는 공간, 빅토리아 엠마누엘 2세 갤러리아를 지나 두오모로 간다. 명품이란 명품은 모두 모아둔 것만 같은 공간. 비를 피할 수 있는 지붕에서부터 화려한 바닥만 봐도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데, 그 안에 있는 상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보면 더욱 입이 벌어진다. 가난한 여행객은 아쉽지만 예쁘게 꾸며놓은 쇼윈도를 배경으로 사진만 찍고 갈 뿐이다.


바닥 타일중 황소문양을 밟고 소원을 빈다고 해서 10년전엔 사진도 찍고 했는데, 소원의 효력이 별로 없는지 지금 여행책자에는 소개가 없어 있는줄도 모르고 지나쳤다.


기둥마다 조각된 조각상과 문양에 감탄하며 아케이드를 나오면 광장이 펼쳐지며 왼쪽으로 뾰족뾰족 솟아있는 고딕 양식의 두오모가 눈에 들어온다. 첨탑 꼭대기마다 세워진 조각상이며, 작은 구석 하나 그냥 두지 않고 조각과 문양으로 장식해놓은 두오모를 보며 정말로 이탈리아에 와있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해본다.

화려한 외관에 감탄사를 내뱉어보지만, 정작 옛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밀라노의 두오모는 그리 반겨지지 않았다고 한다. 옛날 우리나라 외부의 민족들을 오랑캐라고 했듯이, 로마 밖의 이민족들을 죄다 게르만이라고 했다는데 이들의 양식으로 지어진 고딕 건물이니 그리 사랑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걸 떠나서 바라보는 우리는 빈틈 하나 없이 구석구석 조각과 문양으로 채워놓은 이 돌로 된 거대한 건물 앞에서 좋다, 싫다를 따지는 건 의미가 없어 보인다. 마치 종이를 여러 겹 접어 가위질을 한 후, 펼쳐보면 똑같은 문양이 연속해서 나타나듯이, 단단한 대리석으로 그와 같이 조각을 했다는 게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지 않는다. 눈앞에 있는 건물이 어떻게 돌로 만들어질 수 있단 말인가. 정말이지 이걸 다 지으려면 몇 백 년이 걸릴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입구 청동문의 조각을 보면 세밀한 디테일에 머라 할 말이 없다. 성경 속 이야기를 순서대로 나타냈을법한 조각인데, 그 내용과 뜻은 모르겠지만, 조각한 정성이 마음에 와 닿는다.

긴 줄을 기다려 두오모 내부로 들어가 무려 아파트 18층 높이와 같다는 천장을 올려다보며, 건축쟁이로서 그 옛날 어떻게 이런 건물을 지었을까 잠시나마 상상해본다. 높게 솟은 천장과 기둥마다 장식된 조각상, 바닥에 아름답게 장식된 문양을 내려다보면서, 부족한 시간에 하루하루 정해진 목표량을 쳐내기도 빠듯해 정성이란 생각할 겨를도 없이 후다닥 지어지는 우리나라의 건물들도 함께 오버랩 시켜본다. 밀라노 두오모는 몇백 년이 지나서도 많은 사람들이 감탄을 금치 못하는데, 지금에 지어진 우리나라 건축물 중에 그런 대접을 받을 건물이 과연 몇 개나 남아있을까는 굳이 많은 생각을 안 해도 답이 나올 거 같다.




처음 밀라노에 왔을 때는 두오모 정면의 보수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10년이 지난 지금에는 전면은 마무리를 하고 왼쪽 옆면과 우측의 일부를 진행하고 있다.

죄다 불타버린 남대문 보수에 수년이 걸린 반면, 10년이 넘었는데도 아직 보수가 진행되고 있는 두오모.

관리의 차이도 이 정도인데, 건물을 짓는 데는 머...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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