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에게는 뒤를 돌아볼 일보다는
앞을 향해 나아갈 일이 더 많다.
험산준령이 가로 놓였어도
걷고 뛰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도
멈춰 서거나 주저앉는 것보다는
주저함 없이 앞을 향해 나아간다.
젊음은 좋은 것이다.
백발의 노년에게는 앞으로 나아갈 일보다는
뒤를 돌아볼 일이 더 많다.
뒤돌아보는 눈에 회한의 눈물이 고이고
입술에는 아쉬움의 탄식이 흘러나온다.
바로잡아야 할 것도 많고
메워야 할 웅덩이도 많으며
계산해야 할 것들도 많다.
어그러진 비탈길에 다시 올라
헝클어진 퍼즐들을 짜깁기하느라
주름진 얼굴에 비지땀을 흘리지만
그를 알아주는 세상은 별로 없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무엇을
바로잡아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아
망설이고 또 망설이다
어디서 생긴 용기인지 모르나
불끈 쥔 손으로 나선 길
여기저기 헤진 웅덩이
찢긴 상흔 가득하고
음습한 응달에 흩어진 돌멩이들 소리 지른다.
앞만 보고 달려왔던 긴긴 세월 내내
질렀을 소리들이지만
언제 들어본 적 없었던
생경한 소리들이
커다란 함성으로
골목마다 울려 퍼진다.
귀를 막아도
고개를 숙여도
사그라들지 않는 소리들이
가슴을 헤집고 들어온다.
부끄러움과 자학의 일그러진 얼굴로
자책과 질책을 할 겨를도 없이
상흔들을 보듬느라 여념이 없는데
해는 뉘엿뉘엿 서산을 넘어가고
마음은 하릴없이 바쁘다.
소년은 앞을 향해 발걸음이 바쁜데
백발의 노년은 뒤돌아서서
비뚤어진 길을 다듬느라 여념이 없다.
긴 그림자를 드리운 채
남은 길을 재촉하는 해님의 시선이
부담스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