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부쟁이 꽃 피우듯 머리 군데군데 흰머리 돋는 것이 신경쓰인다. 그러니 옆머리와 뒷머리를 바리캉으로 짧게 자르는 남성숏커트는 참으로 부담스럽다.
돋아나는 흰머리를 있는 그대로 남들에게 보여야 하니 발가벗는 느낌과 무엇이 다를까.
남들 눈에 늙어 보이면 어떡하지. 설마 추해 보이지는 않겠지.
홀로 상상하고, 홀로 고민하며, 홀로 삭인다.
나 이렇게 산다.
요즘들어 부쩍 거울을 달고 산다. 이렇게 예민하게 굴다가는 제명대로 못 살고 말라죽지 않을까 걱정이다.
순리를 거스르는 자에게 종국에는 상처만 남는다고 했던가.
그것을 알면서도 늙고 싶지 않아 발버둥치는 건 본능인가 아니면 끝없는 욕심인가.
근 이십 년을 일명 스포츠 머리를 하고 다녔던 나로서는 삼십대 후반이 헤어스타일 변신의 큰 기점이었다.
앞서 말했듯이 새치 때문이었다.
단순함보다 화려함을 좋아하는데도 흑과 백의 조화보다 검정 일색의 단조로움에 목을 멘다. 젊어 보이기 때문이다. 논리적으로 따지면 이율배반인데도 반론 없이 받아들인다.
그 후로는 새치를 가릴 수 있을 정도의 머리 기장은 유지하려고 한다. 착색된 비교적 긴 검은 머리카락으로 새싹처럼 막 돋아나는 흰 머리카락을 덮는다. 그러고는 눈에 띠지 않는다고 좋아라 한다.
행복이 별것 없다. 눈 가리고 아웅하면서 미소 짓는 것이 행복이다. 흉보지 마라. 나 요즘 이렇게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