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나이를 먹었다고
가슴 떨림이 없겠는가
언제인지 잊었을
까마득한 기억이라도
원초적 본능은
살아나기 마련이니
지레 겁을 먹고
감정의 차단막을 친다면 모를까
주름진 심장 속에도
누군가만 온다면
사랑의 싹은 돋아날 것이다
누군가가 눈에 아른거리고
누군가의 말에 마음이 쓰이고
누군가의 미소에 덩달아 웃고
누군가를 마주 보는 순간
쑥스러워 말수가 줄어든다면
이미 떨림은 시작된 것이다
나이를 먹었다고
가슴 떨림이 없겠는가
소용돌이 치는 심장 박동을
무덤덤한 척
애써 마음 속에 가둘 뿐
가두지 못해 벌어질
미래의 수많은 일들을 걱정하여
겁쟁이를 자처할 뿐
깊이 패이고 갈라져
먼지 풀풀 날리는
메마른 심장 속에도
누군가만 온다면
가슴은 떨릴 것이고
사랑의 싹은 돋아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