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흡연자이지만 담타가 필요할 때 (feat.온라인담타)

직장인은 종종 "괜찮다"라고 말합니다

by 고희수

온라인 담타(담배타임)를 아시나요? 어느 친절한 개발자가 만든 사이트입니다. 들어가면 담배 하나가 놓여있습니다. 필터를 꾹 누르면 담배는 서서히 타 들어갑니다. 가끔 담뱃재도 털어줍니다. 하나를 다 태우면 5분 정도 걸리더군요. 온라인 담배를 태우면서 사이트에 입장한 사람들과 무기명 채팅도 할 수 있습니다. 아마 대부분 사무실에 갇혀 온라인으로 나마 담타를 갖는 직장인들이겠죠. 어느 회사의 사원, 대리, 과장, 부장(?) 들일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무기명 뒤에 숨어 "쓰읍-후"하며 괴로움을 토로합니다.


회사에 갑갑한 인간들 왜 이리 많은 건지

오늘까지 보고서 써야 함

월요일 죽여

일하기 싫다


온라인 담타 https://www.damta.world/


직장인의 슬픔이 담배 연기처럼 흐리게 떠올랐다가 이내 사라집니다. 온라인 담배를 태우며 온갖 괴로움을 토로하는 사람들은 사실 모니터 앞에서 멀쩡한 얼굴로 앉아있을 겁니다. 회사에서 지시한 업무를 능숙하게 처리하고, 회의실에서 프로답게 발표를 하겠죠. 지금 괴로운 마음은 심연 저 밑으로 꿍쳐 두고서 괜찮은 얼굴을 하고 앉아있겠죠.


저 역시 그렇습니다. 회사에 있을 때 가장 많이 하는 말은 “괜찮아요.”입니다. ‘요즘 어때요?' 하는 안부에 괜찮다고, 팀장님이 나에게 새로운 일을 줄 때도 괜찮다고 합니다. 사실 괜찮지 않습니다. 괜찮지 않은 마음이 담배 연기처럼 스멀스멀 올라옵니다. 날씨는 좋은데 사무실은 갑갑하고, 누구라도 말을 걸면 한 대씩 패주고 싶습니다. 쓸데없는 보고는 왜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역한 냄새를 퍼트리는 건 직장인의 예의가 아니기 때문에 꼭꼭 숨겨둡니다.


너무 답답해서 진짜 담배를 배워볼까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후~ 하고 연기가 뒤섞인 숨을 내뱉으면 이 답답한 마음이 좀 나아질까 해서요. 지금 상황을 내 힘으로 바꿀 수 없다면 마음이라도 개운하고 바꿀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하지만 담배 냄새도 싫고, 담배가 생각보다 비싸 그 생각은 접어뒀습니다. 이렇게 온라인 담배라도 태우며 대리만족해 봅니다.


흡연가들의 마음이 좀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길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있으면 물총으로 쏴버리고 싶을 정도로 싫지만, 얼마 안 되는 흡연구역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사람들을 보면 좀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니코틴, 타르, 일산화탄소 같은 성분이 몸에 해로워도 그만큼 해로운 마음은 담배와 날려 보내며 정신에는 이롭지 않을까. 아니면 담배를 태우며 모니터 밖에서 누구와 라도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이 사이트에 담배 하나를 두고 모여 아무 말이나 태우는 사람들처럼요.


스트레스로 천천히 타들어 가는 대신 차라리 길 게 담배 한 개비를 태우고 나서 말짱한 얼굴을 하고 사무실로 돌아갈 수 있다면 차라리 담배를 피우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