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는 일이 안됩니다

직장인은 종종 "일 하기 싫다"라고 말합니다

by 고희수

이상하게도 3월부터 일이 안됩니다. 사무실에 앉아있기 싫고, 월요일이 오면 한숨만 나오죠. 새로운 프로젝트나 조직개편 이야기가 나오면 뒷목부터 땡겨옵니다. 원래도 그랬는데 이상하게도 유달리 더 심해진 것만 같습니다.


한 때는 방학이라도 있었던 것 같은데 말이죠. 빡빡한 시간표와 시험이 언젠가 끝날 거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마치 바쁜 일상에 마침표를 찍는 것처럼요. 하지만 직장인의 일 년은 끝나지 않는 도돌이표 같습니다. 물론 연말과 연초를 알리는 이벤트가 있긴 합니다. 연말에는 인사평가서를 하고, 연초에는 연말정산을 합니다. 하지만 이 역시 해야 할 일일 뿐이죠.


회사에 있으면 계절의 변화도, 시간의 변화도 무뎌지기 마련입니다. 하루의 대부분을 모니터를 바라보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처리하느라 골머리를 썩이곤 하니까요. 그런데 기어코 3월이 와버렸습니다. 3월, 추웠던 날씨가 풀리고 나무에는 새싹이 돋기 시작합니다. 곧 꽃도 피겠죠? 사방에서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데 나의 3월은 여전합니다. 회사와 집 사이, 모니터와 회의실 사이 말입니다.


겨울엔 추워서 뭘 못해라고 핑계라도 댔지만, 이렇게 따사로운 햇살이 비치고 따듯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핑계가 사라집니다. 이 생활에서 뭔가 변화가 있어야 할 거 같은 각성마저 듭니다. 사방에 새싹이 움트는 데 내 정서는 딱딱하기 그지없습니다. 그 격차가 너무나 느껴져 봄이 반갑다가도 원망스럽기까지 합니다.


봄이 오는 변화에 따라 나도 달라져야 할 거 같다는 초조함까지 몰려옵니다. 괜히 마음이 들뜨고, 모니터 앞에 않아 있는 지금이 시간 낭비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나의 들뜬 마음을 뭐로 설명해야 할까요? 그냥 봄을 느끼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고요.


봄에는 일이 잘 안 됩니다. 그건 확실해요. 왜 그럴까요?
사람들이 느끼기 때문입니다.
토니오 크뢰거 트리스탄 베니스에서의 죽음_토마스 만


사무실에 앉아 찾아온 봄에 초조해져 임시휴무라고 크게 써 붙여 놓고 싶은 요즘입니다. 누구한테 말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방학 좀 달라고 외치고 싶습니다. 그저 봄이 왔을 뿐인데 새어 나온 마음을 부여잡고 앉아 조금 들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그냥 봄 핑계를 대보고 싶습니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