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은 종종 "아무것도 안 했다"고 말합니다
주말을 보내고 돌아온 월요일. 동료가 “주말에 뭐 했어?”하고 물어봤습니다. “How are you?”처럼 진짜 주말에 뭐 했는지 궁금해서 물어보는 게 아니라 안부 차원에서 물어보는 것이겠죠. 그래서 저는 사회적 관습에 맞게 “아무것도 안 했어.”라고 대답했습니다.
아무것도 안 했다니. 오늘따라 아무것도 안 했다는 말이 입에 남았습니다. 말 그대로 아무것도 안 할 수 있을까요? 카페에서 노트북과 스마트폰 없이 가만히 앉아 있는 사람은 사이코패스일지도 모른다는 농담처럼. 아무것도 안 하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입니다.
몸이 가만히 있으면 머릿속은 더 바빠집니다. 내일 해야 할 일, 아니면 어제 있었던 일을 온갖 잡념이 떠오릅니다. 그러면 곧 릴스와 밈 뒤에 숨어있던 내가 나와서 말을 겁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정말 어렵습니다.
사실 아무것도 안 했다고 대답한 주말. 나름 바빴는데 말이죠. 분리수거를 하지 않아 쌓여있던 쓰레기를 정리했고, 겨울옷도 넣어 놨습니다. 집은 좁은데 옷이 왜 이렇게 많아, 이제 옷 그만 사야지 하고 효력 없는 다짐을 하면서요.
집에 만 있는 게 좀이 쑤셔 해가 진 뒤로 긴 산책을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몰랐는데 마침 그날이 마침 보름달이 뜨는 날이었습니다. 크고 둥근달이 가로등처럼 떠있는 게 신기하고, 하늘에 걸린 둥근 광원이 비현실적이어서 우주를 상상하며 괜히 조금 오래 걸었습니다.
나름 바빴던 주말이지만 뭐 했는지 묻는 사람에게 “달을 보고 걸었다”라고 대답으로 하기엔 어딘가 민망합니다. 이상하게도 어느 순간부터 내 마음이 말랑해진 순간을 남에게 보여주는 게 민망해졌습니다. 내 스스로가 검열을 한 걸지도 모릅니다. 내 사소한 순간과 찰나는 가치가 없어. 재미있거나 유용한게 아니면 남들은 관심 갖지 않을 거야하고 말이죠. 유용함, 생산성과 산책은 거리가 머니까요.
직장인인 나는 “달을 보고 걸었어.”라고 말 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달을 보고 조금 오래 걸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이렇게라도 남겨봅니다. 사실은 달을 보러 긴 산책을 나갔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