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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물 Jul 25. 2023

운동의 의미 #2

64 - 48 - 70?!



바디프로필이 끝난 후 한동안은 행복했다. 입어보고 싶어 사기만 해두었던 옷을 입고 외출할 수 있게 되었고 어떻게 사진을 찍어도 지금까지 찍은 사진 중에 가장 잘 나왔다. 직장동료들 사이에서도 독하다는 소리와 함께 멋지다는 소리를 매일같이 들었다. 태어나서 본 중에 가장 갸름한 턱라인에 바디프로필을 찍은 다음날엔 난생처음 인물 프로필도 찍었다. 바디프로필 사진을 액자로 인화에 거실에 두고 SNS에 올려 자랑도 했다.





고작 2주 정도였던 것 같다. 행복감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단기간에 살을 무리하게 뺀 덕에 날씬한 몸으로 어딘가를 나갈 기력이 없었다. 한 가지의 목표만 보고 달려온 탓인지 끝이 나자 허무함만 가득했다. 이래도 흥, 저래도 흥 재미가 없어졌다. 그래서 약속보단 집에만 틀어박혀서 보내기 일쑤였다. 




더 큰 문제가 있었는데 바로 폭식증, 식이장애를 얻게 되었다는 거다. 원래도 먹는 걸 좋아하긴 했지만 디저트류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은 편이었으나 바디프로필이 끝난 후에는 매일같이 일어나자마자 커다란 도넛을 하나씩 먹었다. 식탐 또한 무시무시하게 자라났다. 하나면 될 걸 그동안 못 먹었으니까 하는 보상심리에 배달을 시켜도 두세 개씩의 메뉴를 시켜댔다. 거기에 술 한 잔도 늘 곁들였다. 머리로는 알았다. 이런 시간이 지속되면 기존으로 돌아가는 건 시간문제라는 걸. 그럼에도 멈춰지지 않았다. 먹는 것만 생각하면 폭주기관차가 되는 기분이었다.




우리 몸은 항상성을 유지하려고 하기 때문에 며칠 많이 먹는다고 체중이 쉽게 불진 않는다. 다만 우리 몸이 항상성을 포기하는 시점이 살이 찌거나 빠지는 순간이다. 폭식이 시작되고 나서 한동안은 체중이 급격히 늘어나진 않았다. 그에 안심하며 폭식의 나날들이 이어졌다. 폭식증과 함께 얻은 건 신기하게도 정반대의 측면인 운동강박이었다. 배가 터지도록 먹으면서 살이 찌는 걸 걱정하고 운동을 하지 않는 걸 불안해했다. 6킬로쯤 불어나던 시점에 필라테스를 등록했다.(헬스장은 근처에도 가고 싶지 않았다.) 필라테스는 헬스와 결이 달라서 하고 나면 땀에 흠뻑 젖기 하는데 이상하게 운동을 한듯한 기분이 들지 않았다. 그런데다 불규칙한 퇴근이 반복되자 필라테스는 아예 가지 않게 되었다.




이 시점을 전후로 체중은 무섭도록 급격하게 불어났다. 불어난 정도가 아니라 퇴사를 결심한 시점엔 오히려 다이어트를 시작하기 전보다 더 찐 무려 70킬로에 육박했다. 불규칙한 퇴근, 그로 인한 식사, 잦은 술자리는 프로필까지 찍었던 몸은 온데간데없게 만들었다. 체중이 급격하게 늘면서 면역체계도 망가져 걸핏하면 아프고 원인을 알 수 없는 알레르기까지 생겨 간지러워서 잠을 못 이루는 날들이 늘어났다. 바디프로필 시점으로 줄었던 약의 용량도 다시 처음 방문했을 때 수준으로 올라갔다. 이때 나는 퇴사를 결심했다. 




퇴사를 하고 한동안은 다시 강박에 시달렸다. ('나만의 주기 찾기' 참고) 하루에 두 번 운동을 하는 날도 아예 나가지 않고 틀어박히는 순간의 반복이었다. 망가진 몸과 마음, 생활 리듬을 찾는 건 시간이 아주 많이 필요한 일이었다는 걸 지금은 알지만 그때는 그저 마음이 급했다. 단기로 일하는 지금의 일이 익숙해질 무렵 다시 운동을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이 들 무렵 새로운 트레이너 선생님들을 만났다.



그리고 의무로 느껴지던 운동에 대한 변화가 찾아왔다.





간혹 흔히 말하는 바디프로필 후유증에 대해 바디프로필 스튜디오에서 항변하는 글을 본다. 바디프로필의 진정한 목적은 건강한 나 자신을 남기는 것이지, 비쩍 마른 몸에 복근만 만들어서 오는 게 아니라고. 그 글에 정말 동감한다. 


누군가 다이어트의 목표를 바디프로필로 삼는다고 하면 도시락 싸들고 다니면서 말리고 싶은 심정이다. 나 또한 시작할 때만 해도 당연히 유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수많은 유튜브 영상들이 말하는 식이장애와 운동 강박은 남 이야기고 나는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바디프로필은 하나의 과정이지 절대 끝이 아니다. 바디프로필을 결심한 누군가도 이 글을 읽으면서 본인은 다를 것이라고 생각할 거라는 걸 안다. 나도 그랬으니깐. 그러나 목표로 삼더라도 하나의 과정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꾸준히 운동하는 다음 단계를 이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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