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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물 Jul 26. 2023

운동의 의미 #3

내가 다녀본 헬스장 그리고 만난 선생님


첫 번째 선생님 - 바디프로필 동지.


이전 편(운동의 의미 #1)에서도 적었듯이 나는 피티샵을 등록함과 동시에 바디프로필을 목표로 달렸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선생님의 주된 분야는 '재활'이셨다. 이 부분이 문제가 되진 않았지만 운동을 하는 내내 신기한 소도구로 다양한 맨몸 운동을 주로 했다. 운동에 관심이 생기고 나서야 이게 어떤 분야의 어디를 강화하는 운동이라는 걸 어렴풋이 알게 되었지만 그때는 그냥 무작정 가르쳐주시는 대로 따라 했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나도 참 다루기 힘든 회원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무사히 종착지까지 끌어주신 선생님께 감사한 마음이다. 본인이 선택해 놓고 거의 매일 하기 싫다, 배고프다, 먹기 싫다는 소리를 달고 살고 운동 강도를 조금이라도 높이면 온갖 힘든 척은 다하는 이 회원을 보며 선생님은 남몰래 수없이 화를 삼키셨을 것 같다.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먼저 결정하고 가르쳐주시는 선생님의 주된 분야가 맞는지도 고려해봐야 한다는 교훈을 얻기도 했다. 물론 기본적으로 전문적으로 운동을 가르쳐주시는 직업이시기에 일반인 바디프로필 정도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지만 그래도 운동 목적과 방향이 일치한다면 좀 더 시너지 효과가 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의식 과잉일 순 있지만 바디프로필 홍보 이후로 선생님도 두 분 더 영입되고 단기 바디프로필 커리큘럼도 생긴 것으로 보아 기대효과는 충분히 발휘된 것 같다. 이로써 은혜는 갚은 걸로.



두 번째 선생님 - 관장님의 정신교육.


'운동의 의미 #2'를 쓸 당시 기억 복기에 약간의 누락이 있었는데 필라테스를 실패(?)하고 나서 한참 뒤에 등록한 곳이 여기다. 당시 나는 10시 출근, 19시 퇴근이었기 때문에 아침 PT를 할 수 있는 곳을 찾았고 숨고를 통해 센터 오픈과 동시에 등록한 초기 회원이다.


이곳 트레이너 선생님은 한눈에 봐도 평생을 운동한 분이라는 게 단번에 느껴지는 분이셨다. 일단 매장 입구에 있는 입간판의 선생님의 프로필 사진부터가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선생님의 분위기와는 반대로 매장은 전체적인 화이트톤 인테리어로 웨이트 기구들이 아니었다면 필라테스 샵이라고 해도 믿을만한 깔끔하고 예쁜 인테리어였다. 


이 선생님을 만나면서 바디프로필 준비 때는 해보지 못했던 다양한 기구를 사용해 보게 되었고 이른바 삼대 운동이라고 불리는 운동들도 발만 담그는 정도로 해보기도 했다. 내가 이 선생님을 관장님이라고 부르게 된 건 운동과 함께 병행되는 정신교육(?)이었다. 


역시 운동과 평생 함께해 오신 분이라 그런지 'FM'을 인간으로 형상화한다면 이 분이 아닐까. 그런 분답게 선생님은 나의 한껏 무너진 몸과 마음을 일으켜주시려고 많은 노력을 하셨다. 다만 말 그대로 'FM'방식으로. 나의 우울과 불면을 의지로 이겨낼 수 있다고 굳게 믿으셨고 약물 복용을 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기셨다.


늘 많은 말씀과 함께 프로필도 다시 찍고 대회도 출전하고 급기야는 트레이너 준비도 하길 바라셨는데 당시의 나는 그런 염려와 기대가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수업이 있는 날을 제외하고는 개인 운동을 전혀 안 가게 되었다. 


선한 의도라고 해서 모두 다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걸 깨닫게 해 준 곳.

가르치는 자의 의도와 받아들이는 입장이 일치해야 더더욱 효과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세 번째 선생님 - 너무너무 죄송한 과장님.


관장님의 피티샵을 다니다 주말에도 운동하고 싶고 새로운 곳에서 다시 시작하고 싶은 마음에 덜컥 처음으로 등록한 헬스장. 내내 피티샵만 다니다가 수동적으로 피티만 받으니 혼자 운동하려니 쑥스럽기도 하고 할 수도 없어서 처음으로 끊어본 헬스장이었다. 회원권만 끊으려고 했지만 호구답게 홀라당발라당 상담 선생님의 유려한 말솜씨에 넘어가 피티를 또다시 결제했다.

그리고 만난 지금 과장님이 되신 선생님. 카리스마 있고 강하게 운동을 가르쳐주시지만 마음은 참으로 따스운 분이었다. 그러나 그분에게 나는 말썽쟁이, 노쇼왕 회원으로 기억될 것이다. 이때 즈음의 나는 일어서고자 하는 나와 스러져가는 나와의 싸움에서 져가는 중이었기 때문에 운동이라고 제대로 할리 만무했다. 

결국 선생님께서 승진하실 때까지 수업을 마치지 못하고 다른 분으로 이관되었다.

이관되는 그 와중에도 단순히 미의 목적이 아니라 몸과 마음이 정말로 건강해졌으면 좋겠다고 말씀해 주셨던 항상 죄송하고 감사한 분.



네 번째 선생님 - 마음 트레이너.


관장님의 피티샵에서 관장님의 수업이 너무 많아져서 이관된 새로운 여자 선생님. 강인한 인상과는 다르게 몹시 마음이 따스운 분. 맹목적인 다이어트보다는 마음건강이 우선적으로 중요하다고 첫 수업에서 말씀하셔서 나를 왈칵하게 만들었던 분이다. 수업방식도 직접 본인이 만드신 커리큘럼으로 진행하셔서 독특했고 회원님은 소비자이기 때문에 원하지 않으면 굳이 연장을 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하셨던 정직하고 장사수완(?)은 없으신 분. 트레이너와 회원이 아닌 친구가 되자던 선생님의 말 한마디가 너무나 따스워서 요새는 귀찮을 정도로 연락하는 분.


화려한 운동 스킬과 커리큘럼도 중요하지만 회원의 상태를 파악하고 무엇이 필요한지 캐치해 내는 능력도 중요한 부분이라는 걸 알게 해 주셨던 분.



다섯 번째 선생님 - 자상한 악마.


현재 수업을 받고 있는 선생님이다. 자상하고 다정한 목소리로 운동할 부위를 정확히 타깃 해서 부숴버리시는 분이다. 찬란히 부서진다는 말이 너무나 잘 이해가게 해주신다. 운동한 곳에는 눈물인지 땀인지 모를 알갱이들이 떨어져 빛에 반짝인다. 운동이 끝나갈 즈음에는 눈을 질끈 감고 의지만으로 진행한다. 운동한 다음날이 되면 정확히 그 부위가 아프다. 소위 말하는 식단은 강요하시지 않고 일반식을 조절하는 형식으로 꾸준히 진행하자고 하셔서 그 점이 참으로 신박했다.


자상한 목소리와 그렇지 않은 운동 강도. 일률적인 식단이 아닌 적정한 일반식. 더하지도 않고 덜하지도 않은 적당한 무심함. 


멋진(?) 운동은 하고 싶지만 먹을 건 포기 못하는 뚱뚱이인 지금의 나에게 수많은(?) 선생님을 거쳐 정착하게 된 분인 것 같다.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나름 경험이 많다. 

본인에게 맞는 선생님을 찾는 게 일대일 수업에서 가장 중요하다는데 거치고 거쳐 이제는 찾은 것 같다.

퍼스널 트레이닝을 고민하시는 분이라면 요새는 OT형식으로 1~2회 진행도 많이 한다고 하니 꼭 바로 나처럼 결제하지 말고 받아보시고 결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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