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의 몇 친구들은 20대의 시절에 이미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부모님께 받아 명품가방을 가졌던 것 같다. 나는 지금 30대 중반이지만 아직 명품가방을 내 손으로 사본 적이 없다.
2016년에 의류 회사에서 몇 달간 일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 회사에서는 아침마다 '착장 촬영'이라는 이름으로 직원들 한 명 한 명을 흰 벽에 세워서 입고 온 옷과 액세서리 착용샷을 촬영했다.
회사에서 만든 옷과 액세서리를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 매치하는 모습을 연령대별/스타일별로 보겠다는 취지였지만 그 사진이 회사 전 직원 단체 톡방에 팀별로 올라왔기 때문에, 그곳에서 일하는 디자이너들은 점점 더 잘 입기 위해서 명품과 매치하려고 했던 것 같다. 누군가는 가끔 본인에게 어울리지 않는 모습으로 비웃음을 당했고, 또 누군가는 환호를 받았기 때문에, 나도 가끔은 그들이 가져온 명품가방이나 유명 브랜드의 옷이 부러웠던 것 같다.
명품의 로고보다도 디자인 자체가 예쁘다고 생각한 것들도 가끔 있었는데 아직까지 한 번도 사지 않은 이유는, '명품이 나에게 어울리는가?'에 대한 질문과 '나에게 그것이 필요한 이유가 있을까?'라는 두 개의 질문 때문인 것 같다.
20대에 처음으로 다닌 직장을 퇴사하고, 첫 퇴직금과 인센티브를 한 번에 받았을 때 샤넬의 매장에 방문한 적이 있다. 샤넬의 시그니쳐인 2.55 클래식 백을 착용해봤었는데 그때 그 매장에서의 내 모습을 거울에 비춰보곤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물론 나뿐만 아니라 함께 방문했던 엄마도 그렇게 느꼈는지, '너(의 나이에) 그 가방이 꼭 필요하냐'는 질문을 하셨었다.
지금도 나는 캐주얼한 복장을 좋아한다. 회사에서도 과장이라는 직급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도 여전히 후드티에 청바지를 자주 입는다. 재킷에 슬랙스를 입는 일은 한 달에 한번? 혹은 스커트를 입는 일도 자주 없는 일이다.
그럼 나에게 명품이 필요한가?를 고민해야 하는데 사실 명품이 주는 의미를 잘 모르겠긴 하다.
명품을 입고 쓰는 사람들은 본인이 그만큼의 가치가 있기 때문에 자신이 그것을 소비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느끼거나, 혹은 명품을 씀으로써 본인의 가치를 높이고 싶어 사용하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내가 아직 그만큼 큰돈을 벌고 있지 않기도 하고 또 그걸 사서 나를 치장해야 할 만큼의 갈급함? 도 없기 때문에 아직까지 명품을 사지 않았던 것 같다.
20대의 나는 '내가 30살이 되면 꼭 정신 상담을 받아봐야지'라는 목표를 세웠었고 실제로 약간 늦은 33살에 상담치료를 받고 도움을 많이 받았었는데 30대의 나에겐 이런 목표를 세워줄까 한다.
'나이에 불문하고 어느 날, 나 스스로 멋지다는 생각이 들 때 명품을 한 개 꼭 선물해야지'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