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를 소개하지, 직업은 트레블러 취미는 메디테이션
고등래퍼2 라는 프로그램의 우승자인 김하온. 그는 자신을 진리를 찾아 여행하는 traveler라고 소개했었다. ‘힙합=Flex’라는 생각에 절은 다른 참가자들과 대비되던 베시시 웃는 빙구미, 꿀벌을 연상케 하는 티셔츠가 첫방송에서부터 이질적으로 보였다. 그가 자신의 취미가 명상이라고 말했을 때 모두 비웃었지만, 랩을 시작하자 철학적인 가사와 랩핑 실력에 모두 놀라던 그 장면이 아직도 떠오른다. '명상'을 취미로 즐긴다던 그. 우리 모두에게 명상의 스웩을 돌아보게 한 순간이었다.
어린 시절 보습학원에서 처음으로 단전 호흡을 접했다. 수업 전 15분동안 다리에 띠를 매고 바른 자세로 명상 오디오에 맞춰 호흡을 했다. 몸의 기운에 집중하고 심장에서 배꼽으로, 배꼽 밑의 단전으로 그리고 그 빛이 팔다리로 퍼지는 그런 이미지를 떠올리며 호흡을 했던 기억이 난다. 몸의 따듯한 기운에 집중하다보면 가끔 졸리기도 했지만, 그 나이때의 들뜨고 천방지축이었던 마음을 가라앉히는 데 도움이 되었다. 그땐 충분히 알지 못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명상의 중심은 차분함이 아닌 내면의 나를 바라보게 함에 있는 것 같다.
지난 해 회사에서 한참 바쁘고 여러가지 일을 한번에 처리하느라 안절부절하며 나 자신을 괴롭혔는데, 함께 일하던 개발자 친구가 나에게 ‘명상’을 하라고 권했다. 명상 어플도 추천을 받았다. 매체에 자주 나오던 유명한 스님의 목소리로 진행되는 디지털명상 앱이었다. 7일간의 무료이용 기간이 제공되어 사용해 봤다. 바른 자세로 앉거나 누워 음성에 귀기울였다. 상황이 아닌 내 안의 기분에 집중해보라고, 편안함을 느껴보라고 알려주는 목소리가 차분하고 고마웠다. 무료이용기간이 끝난 뒤로는 비슷한 다른 것들을 찾아서 이용했다. 유튜브를 통해 싱잉볼 소리, 가사가 없는 잔잔한 음악을 틀기도 했고, 빗소리같은 ASMR이나 피아노 연주 등을 틀고 생각에 잠기는 일들을 했다.
오늘하루는 어땠는지 누굴 만났는지, 기분이 좋았다면 왜 좋았고 싫었다면 왜 싫었는지, 몸의 상태는 어떤지 깊이 들어가보기도 하고 아무생각없이 비워보기도 했다. 점차 아무런 소리가 없이도 명상에 잠길수 있게 됐다. 편안히 누워있으면 시계의 초침소리와 함께 방안의 고요함도 즐겁게 느껴진다. 저녁시간, 잠들기전 차분하게 나를 비워내는 시간이 주는 감사함을 안다. 자꾸 꽉차도록 요청하는 세상의 기준에서 떨어져 "나"를 깊이 들여다보면 하루종일 고민하던 일들이 비워진다. 내 상황, 내 고민, 세상이 바라는 내 모습과 내가 바라는 스스로의 모습의 격차를 한발 떨어져서 바라보고 나면 더이상 초조하지 않다. '경쟁'과 디스가 당연한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심을 지키고 '자기다움'을 보여줬던 한 소년이 왜 가장 멋있었고 그 존재 자체로 리스펙을 받는 것이 가능했던 것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