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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콜라 Sep 22. 2021

아메리카 갓 탤런트

행복은 수치로 잰다


미국 텔레비전 방송을 보지 않고 살아왔다. 혼자 사니까 케이블 방송을 신청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 유튜브와 넥플릭스, 온 디맨드를 뒤져 볼 시간도 부족했다. 남편과 같이 살게 되었어도 혼자 살던 방식 그대로 사는 데에 별 무리가 없었다. 저녁 식사 후에 그는 안락의자에서 텔레비전을 틀어놓고 스마트 폰을 가지고 놀고 나는 소파에 길게 누워 랩탑으로 한국 드라마나 유튜브를 뒤져 보았다. 이발소에서 하루 종일 영어 속에서 지내다가 집에 돌아오면 영어는 듣기 싫다.  노력없이 절로 흡수되는 모국어를 들으면서 초콜릿 한쪽과 고구마 과자 한 줌을 우물거리면서 유투브와 넥플릭스를 뒤진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같이 보자고 하는 프로가 있었다. 아메리칸 갓 텔런트였다. 이유는 준준 결승전에 태권도 데모 팀과 한국 남성 보컬 팀이 올라왔기 때문이었다. 스무 명이 넘을 듯싶은 태권도 팀은 군계일학으로 깔끔하고 멋진 액션을 보여주면서 공중 격파란 격파는 종류별로 다 선보였다. 여러 명이 동시에 날아올라 동시에 판때기 격파하기, 혼자서 계속 높이 뛰어오르면서 동지들이 들어주고 있는 대여섯 장의 판때기를 차례로 모두 격파해대기, 여러 명이 동시에 시작하여 동작을 맞춰 여러 장의 판때기를 차례대로 격파하기, 무대에 놓인 여러 장의 불럭을 주먹으로 한 방에 부숴놓기 등등. 무대 위엔 파괴된 잔해들이 낭자했다. 무술을 무대 예술로 승화시킨 멋진 태권도팀에 아갓텔의 네 명의 심판들과 그곳에 모인 관중들은 시작부터 마칠 때까지 놀라움의 탄성을 연발했고 기립박수를 쳤다. 지켜보던 우리도 감탄의 소리가 마구 나왔고 박수가 절로 나왔다. 다양한 인종으로 섞여 있었던 팀 멤버들은 어렸던 그들에게 다가왔던 삶의 힘든 시기에 태권도를 만나면서 건강하고 긍정적으로 그 고비를 넘겨낼 수 있었다는 각자의 인생 스토리까지 들려주어 더욱 감동스러운 무대였다. 화요일 저녁을 기다리며 준결승전과 결승전을 지켜보다보니 참가한 사람들의 재능과 창의성, 그리고 개개인의 삶의 이야기는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였다. 꿈을 꾸고 도전하고 설렘과 긴장의 순간을 겪어내고 또 다시 꿈을 꾸고 도전을 하는 것은 가슴 뛰고 근사한 일이다. 장기적인 목표를 갖고 조금씩 어려운 단기적인 목표에 도전하는 일은 몰입될 수 있어 행복하다. 지금 아니면 언제 해보겠는가. 도전하고 공부하고 노력하고 연습한 것은 내 것이 되었으니까  떨어지는 것도 좋은 일이다. 붙을 때까지 계속할 것이니 실력은 계속 늘 수밖에 없다. 장기적으로 보면 이미 붙은 것이니 맘 편하게 공부하고 연습하고 시험을 치를 수 있다. 코앞의 결과에 초연해있으니 당락에 상관없어 자신을 괴롭힘 없이 즐겁게 계속 하는 것이다. 도전자들의 개인기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이 안 가는 종목은 노래이다. 요즘엔 좋은 목청으로 근사하게 뽑아내는 노래를 워낙 많이 듣다 보니 완벽하게 잘 부르는 노래보다는 잘 못 부르면서 재미난 노래가 이제는 훨씬 듣기 편하고 좋다. 노래도 그렇게 잘 부르기 위해서 얼마나 공을 많이 들였겠는가마는 여럿이서 창의적으로 기획하고 연습하고 준비한 무대는 관중들의 관심을 끌어당기는 흡입력이 훨씬 강하고 더 큰 감동을 준다. 얼마 전 한국에 사는 친한 친구가 장년 색소폰 대회에서 본선을 통과하여 준준결승에, 준결승전까지 통화하였다. 그녀는 싱글맘으로 아이들을 키우며 생계를 스스로 책임져왔다. 아이들이 장성하여 여유시간이 많아지자 색소폰을 배우면서 일하는 시간 외에는 연습실에 틀어박혀 실력을 닦아오다가 결승까지 진출하더니 대상까지 받았다. 유튜브로 그녀 결승 무대를 보면서 내가 그 상을 받은 듯이 기뼜다. 인생의 희로애락이 모두 담겨있는 듯이 여겨지는 그녀의 연주에 빠져들어 공감 하고 공명 하였다. 나같이 끈기가 약한 사람들에게 악기 연주라는 것은 조금 배워보다가 집어치우기 쉽 상이라 넘지 못할 벽인데 프로 수준에 도달할 정도의 실력을 갖추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았을까 생각해보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생계를 위한 것외에 좋아서 하는 뭔가가 있는 사람들은 행복한 시간을 훨씬 많이 가질 수 있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행복한가 안 행복한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행복지수로 재보자. 하루 중에서 좋다, 편안하다, 즐겁다고 느껴지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행복지수가 올라가는 것이다. 아침에 눈뜨면서 밤에 눈감는 동안뿐 아니라 잠자는 시간까지 행복해보자. 꿈도 원하는 대로 꿀 수 있다고 하니 그 수준까지 가보고 싶다. 행복지수는 0에서 24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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