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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나뜨 Sep 12. 2024

키메류먼

평범하지 않은

  문화보존기구가 지금까지 해온 일들이 전시되어 있는 이곳은 the CITY의 중심에 위치한 중앙광장의 연구 박물관이다. 원래는 국제연구센터라 불리는 CIS의 핵심 연구소였지만, 대전쟁 이후 세계멸망으로 인한 인류 감소와 역사를 반복하지 않으려 아픔을 기억하려는 그들의 발버둥이자 새로운 역사의 시작의 발판으로 어차피 쓸모 없어진 연구소를 폐쇄하고 역사박물관으로 탈바꿈시켰다.

  전쟁의 현실은 누구도 승리할 수 없는 참혹한 결과를 낳았고, 세계는 황폐해졌다. 생존이 아닌 생존자들은 황폐해진 땅에 자신들의 형제자매를 묻으며 살아갈 이유를 찾고자 했다. 먹을 것이 부족해지고, 서로의 살을 탐하며 야생과도 같은 무법시대를 지나 구원자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the CITY를 건설한 자들이었고, 생존 아닌 생존자들을 구원한 사람들이었으며, 죽어가던 세계 위 푸른 초목을 선물한 영웅이었다. 이들이 어떻게 전쟁에서 살아남아 도시를 건설했는지에 대해 문화보존기구는 이렇게 말한다.



찾았다, Found.


  "그때 그들은 무엇을 찾았을까?"

  여전히 의문으로 남겨진 문화보존기구의 답이었다.


  역사박물관엔 사람이 항상 많다. 그렇게 엄청난 것이 전시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박물관이지만 그 규모도 작기에 많은 사람을 수용할 정도도 아니다. 하지만 the CITY는 전쟁 이후 생존자들을 품어 가르치고 키웠다. 어떻게 보면 우리의 미래라고 할 수 있겠다. 나도 마찬가지다. 머리가 복잡하거나 어려운 일이 있으면 꼭 이곳을 찾아왔다. 슬픔을 기억하며, 새로운 삶의 이유를 찾으러 말이다. 


  이 마감되지 않은 처음 그대로의 콘크리트 박물관에 들어가는 입구의 벽에는 문화보존기구가 공개한 보존자들을 위한 문화 보존 5법칙이 새겨져 있다. 사람들은 박물관에 들어가기 전 이 글을 읽고 들어간다.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해서다.


'우리는 모두 똑같은 시간을 산다. 아니, 주어졌다. 누구도 먼저 살 수 없고, 누구도 먼저 끝낼 수 없는 시간 속 우리를 이끌어주는 건 문화다. 거대한 그 흐름 속 우리는 반드시 잊지 않는 것에서 더 나아가 기억해야 한다. 추억으로 끝내면 안 된다. 그 속에 파묻혀 기억할 때 남아있을 것이다. 그것이 자신, 단 한 사람이라도 상관없다. 그것이 누구이든, 한 명일지라도 남아있을 것이다.'

_30XX. 09 마스터피스


  최첨단 시대, 미래 사회, 모두 평안할 것 같고 모두가 좋아할 아름답고 멋진 사회. the CITY는 그런 도시였다. 맞다. 확실히 기술의 발달은 모두에게 편안함을 가져다주었다. 그리고 도시 풍경도 아름답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오른 부유빌딩 사이사이로 날아오르는 기동차량들,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도시민들, 화려한 빛의 눈길을 끄는 광고, 시가지 복잡하게 얽힌 복합승강장의 대중교통까지. 혼란스러우면서도 시원하게 뚫린 하늘만 바라보면 편안해지는 도시였다. 분명 그랬다. 


  갑자기 하늘에서 괴물들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나는 좀 더 고차원의 존재들이 나타날 줄 알았다. 좀 더 화려하게 포탈이라든지, 게이트라든지 판타지스럽고 흔히 빌런이라 통칭되는 멋진 캐릭터가 나타날 줄 알았다. 하지만 평화롭던 도시에 나타난 것은 푸른 하늘 위로 갑자기 떨어진 괴상한 모양의 생명체들이었다. 

  떨어진 건 뿌리가 촉수 되어 걸어 다니는 해바라기였고, 해만 바라보던 예쁜 꽃이 기괴하게 도시를 활보하며 사람을 집어삼켰다. 대전쟁 이후 평화롭기만 했던 도시는 그저 전쟁을 기억하며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노력하려 했기에 당연 이런 상황을 대비할 대응책도 없었고, 애초 이런 상황을 전혀 겪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속수무책이었다. 도시정부를 자처하던 국제연구센터는 이 괴생명체를 토벌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징그럽게 움직이는 뿌리촉수가 거대한 몸집에 비해 빨랐고 공격 형태도 단순하지 않아 토벌이 실패할 것 같다는 언론과 시민들의 염려도 있었으나 CIS가 선보인 토벌 공격대는 첫 임무였음에도 투입 4시간 만에 완벽 처리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후 CIS는 '기괴 존재'라는 단어를 채택하여 이 괴생명체를 부르기 시작했고, 이 해바라기를 시작으로 이제는 기괴 존재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은 일상이 되었다. 이와 동시 CIS는 국제연구센터라는 이름답게 첫 토벌 공격대였던 사람들이 훈련을 거친 정식 군인이 아닌 공격대 20인 전원 메개융합시술의 첫 임상 실험체였다고 밝혔다.

  국제연구센터가 도시를 기획하고, 건설하고, 전쟁의 참혹한 세계 위 남겨진 생존자들을 찾아 먹이고 키우고 했던 것을 본다면, 기괴 존재의 출현을 이미 어느 정도 예상하고 꽤 오랜 전부터 실험을 준비해 왔던 것 같다. 그들이 정확한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시민들에겐 이것이 임상이건 실험이건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도시가 더 안전하고 평화롭다면 그걸로 만족했기 때문이었다. 


  메개융합시술은 인간의 DNA에 타 DNA를 섞는 시술로, 원래는 전쟁 이전의 인류에서 보다 혁신적이고 발전적인 생존 DNA를 찾고자 했던 연구 프로젝트였다고 한다. 그러다 시술 이후 인간의 DNA가 아닌 타 DNA가 더 우월한 실험체가 몇몇 있었고 그들에게서 타 생명체의 DNA의 형질이 남아 능력처럼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마법을 부리거나, 초자연적 능력을 사용하는 등의 형태였던 것 같다. 이후 이들을 통제할 방법이 없어 연구를 진행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키메라'와 '휴먼'을 합친 키메류먼이라 칭하기 시작했고, 도저히 도시로 그대로 방출할 수 없었던 CIS는 아마도 어딘가 이들을 양육해 왔던 것이다. 그리고 기괴 존재가 하늘에서 떨어지기 시작한 국제연구센터는 마침내 결정한 것이었다. 이들을 사회에 내놓을 있는 수단은 괴상한 존재밖에 없다고 말이다.


  키메류먼은 일반적인 사람과 별 다름없는 생김새를 갖고 있었다. 우리처럼 똑같이 두 손, 두발 다 있고 생식기관도 있으며 붉은 피가 흐르는 혈관과 음식을 섭취하고 소화시키는 기관, 코로 호흡도 하며 눈으로 볼 수 있다. 똑같다. 단지 생식기관이 생식의 기능을 하지는 못했다. 타 DNA가 섞인 인간인 키메류먼끼리 혹은 키메류먼과 일반 인간이 서로 생식을 했을 때,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누구도 몰랐다. 인간이 아닌 아기가 태어날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래서 국제연구센터는 키메류먼의 메개융합시술에 조건을 걸었다. 

메개융합시술은 생식기관의 생리 기능은 유지하나 생식 기능은 제거됩니다. 본 시술을 진행할 시 이를 사전 설명드렸으며, 시술자(융합자)가 이해되었다고 판단하겠습니다. 이로 인해 이후 발생하는 피해는 시술자(융합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이후 CIS 국제연구센터는 메개융합시술을 세상에 내놓았고, 하늘에서 괴상한 기괴 존재가 시도 때도 없이 떨어지는 지금에는 도시민의 40퍼센트 이상이 시술을 받았을 만큼 일반적인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그렇다면 이들의 생식활동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모른다. CIS에서 공개한 시술 확인서, 동의서 말고도 이들은 또 다른 동의서를 받았다고 한다. 아마도 그곳에 생식활동에 대해 적혀 있지 않을까 많은 사람들이 추측하고 있다.


  지금은 키메류먼이라 불리지 않고, 능력자 또는 능력인이라고 불린다. 시술이 처음 나왔을 당시에는 시술을 하는 사람도 적었고, 기괴 존재도 그렇게 많이 없었기 때문에 특별한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당장에 주변을 돌아봐도 많은 사람이 시술을 받았기에 국제연구센터에서 '키메류먼'의 이름을 재정의하는 회의로 인간종이 아닌 '능력인-종'으로 분류하기로 결정했다. 그 이후 이런 사람들을 능력자 또는 능력인이라 부르게 되었다.






미리캔버스 AI 드로잉이라 첨부되는 이미지는 그래픽 툴인 미리캔버스에서 본인이 직접 AI 드로잉 기능을 이용하여 만든 이미지입니다. 어떻게 만들었는지 이미지 묘사 문장을 이미지 밑에 함께 적어드립니다.(2024.09.26 삭제) 글 맨 밑부분에 아래와 같이 적어드립니다. (2024.09.26 추가)


커버 이미지: 미리캔버스 AI 드로잉 '3000년 미래사회의 공원'

사진1 (시멘트 건물): 미리캔버스 AI 드로잉 '시멘트 콘크리트 박물관의 바깥'

사진2 (해바라기): 미리캔버스 AI 드로잉 '촉수로 걸어다니는 해바라기 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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