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나뜨 Jan 08. 2025

새로운 도전

끝맺음과 새출발

  벌써 30화로 [ 집 나가면 개고생 ] 브런치북도 마지막을 향해 왔다. 몰랐다, 30회차가 마지막이라고는. 계속 쓰다가 30회 이후로는 목차 추가가 안된다는 사실을 꽤 최근에야 알았고, 얼떨결에 마무리를 지어야 했다. 더 쓰라면 쓸 수 있지만, 다음 브런치북으로 넘어가 이어 쓰기엔 너무 쳐지는 것 같기도 하고 첫 브런치북이었으니 더 다양한 이야기를 넣었지만 이 정도의 애정으로 이어가기에는 내가 집중하기도 힘들 것 같아서 이 정도에서 마무리하려고 한다. 아직 하고 싶고, 더 많은 썰들과 더 많은 친구들이 있지만, 여기서 끝내고 싶다. 이제 장장 30화 동안 끌어온 [ 집 나가면 개고생 ] 브런치북의 비밀을 밝힐 때인 것 같다. 말하자면 너무 길고, 그렇다고 딱히 숨길 생각도 별로 없었고, 숨겨야 할 명목도 사라진 참이었으니 밝여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아마 본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 중에 예상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의 터키 여행은 단순히 공부를 목적으로 갔던 것은 아니다. 수많은 만남과 대화 속에서 나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전했다. 청년의 시간을 보내며 나와 비슷한 고민을 가진 영혼들에게, 나와 비슷한 걱정거리를 갖고 있는 친구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러 간 것이다. 이를테면, 선교 말이다. 나는 선교사의 사명을 받들어 터키로 1년간 사역을 하다가 복귀했다.


  세상의 많고 많은 업(業) 중에서 나에게 가장 값진 일은 전도였다. 소극적이고, 친구 사귀기도 어렵던 내게 머나먼 타국 땅에 팀이 있었지만, 든든한 응원자이자 지지자였던 가족 없이 살아간다는 것이 어려웠던 내게 선교란 가장 큰 벽이었다. 중고등학생 때 짧게 2~3주 정도의 단기선교를 다녀왔다지만 임팩트 있게 전하고 양육 없이 끝인 단기선교와는 달리 1년간의 장기선교는 복음을 전하고 영혼들과 친구가 되어 교제를 통해 양육한다는 점에서 걱정이 한가득이었기에 헌신하고 다짐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내가 선교사로의 마음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의 사랑이 컸다.

  세상 그 누구보다, 가족들보다 먼저 사랑하신 하나님은 모두를 똑같이 한 없이 사랑하셨고, 사랑하시며, 사랑할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모두 죄인이기에 구약시대처럼 멸하시고, 멸망시키시고, 멸족하셨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심으로, 대신 죄를 대속하심으로 은혜로 내가 살아있음을, 살아가고 있음을 안다. 전 세계 모든 나라, 모든 민족의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기 위해 내가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성공을 위해서만 달린다. 심지어 그리스도인들조차도 말이다.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해. 돈이 없으면 마음대로 살 수 없어. 돈이 없으면 끝이야. 맞다, 맞는 말이다. 사탄은 물질을 통해 태초부터 지금까지 거짓된 진실로 하나님의 자녀를 끌어내리고 있으니 돈이 없으면 죽는다는 어찌 보면 말은 맞는 말이다. 정말 돈이 없으면 아플 땐 치료받을 수도 없고, 배고플 땐 배부르게 먹을 수도 없고, 쉬고 싶을 땐 편히 발 뻗고 잘 수도 없다. 하지만, 이것을 이길 능력은 하늘로부터 온다고 말했다. 모든 능력과 권세는 하늘로부터 시작된다. 신이 그 능력과 권세를 주지 않았다면 애초 시작되지 않았을 일이니까. 신이 사람에게 번성할 능력과 세계를 다스릴 권세를 주었으니 우리가 나라를 세우고, 그 안에서 편히 살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담과 하와를 통해 죄가 들어왔고, 우리는 죄로 인해 죽을 운명이었다. 이것을 먼저 사랑하신 하나님께서 예수님을 통해 극복하시고, 사탄을 이기셨다. 하나님의 능력은 컸다.

  그것을 전하고 싶었다. 내가 너희들에게 줄 것은 없어. 돈을 줄 수도 없고, 나만큼도 이 정도로 더러운데 너희들의 이면을 보고도 사랑할 수 없고, 내가 너희들을 구원해 줄 능력도 없고, 내가 너희 삶의 인도자 되어줄 수 없어. 하지만 하나님의 능력은 강하고 위대해. 세계를 창조했다는 신인데, 사탄을 못 무찌를까. 내가 전하는 건 세상에서 가장 볼품없고, 세상에서 가장 쓸 때 없을 무언가겠지만, 그의 사랑은 너희를 살려줄 거야. 그의 사랑이 너희를 이끌어줄 거야. 그의 사랑이 너희의 걱정을 보살펴줄 거야.


  선교사의 사명은 조용한 영광이다. 대통령, 연예인, 국가대표, 부자, 저명한 CEO 등 많은 사람들로부터 박수를 받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의 소식이 뜰 때면 언제고 기자들이 몰리고, 언제고 플래시를 터뜨리고, 언제고 팬들의 관심을 받는다. 하지만 내가 터키에서 한국으로 입국할 때 나를 맞아주었던 것은 가족들과 몇 없던 친구들이었다. 하나님의 크나큰 원대한 꿈을 이루고 돌아왔지만, 내게 돌아온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딱히 무언갈 바란 것도 아니었지만, 내게 주어진 건 하나님의 소망뿐이었으니. 하지만 기뻤다. 지금은 아무도 하나님을 찾지 않고, 하나님을 모르는 사람이 많지만, 나는 하나님을 경험했기에 박수갈채받지 않았어도, 나의 헌신을 알아주는 사람 없었더라도 기뻤다. 하나님은 아신다. 내가 죽고 천국에 갈 땐 하나님은 내 섬김만 기억하실 것이다. 이곳에서 힘들었던 일들, 슬펐던 기억들은 모두 사라지고 내가 섬겼던 친구들과, 내가 전한 복음과 함께 하나님의 옥좌 밑에서 그만을 찬양하기를 소망한다.


  요즘은 시대가 바뀌면서 그리스도인들조차도 선교는 위험해, 선교는 안 좋은 것이라고 말한다. 각자의 자리에서 주변 사람들을 전도하면 된다, 가족들도 살리지 못하는 주제에 뭐 하러 외국까지 가느냐, 위험하게 사건사고 많은 그곳까지는 왜, 선교는 공격성이 짙다는 등으로 말이다. 하지만 하나님은 말했다. 선교는 원래 전쟁이라고. 전쟁일 수밖에 없다. 다른 문화권, 다른 생활방식, 다른 언어권에서 다른 것을 말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전쟁하겠다는 뜻이다. 

  하나님의 시선은 육의 세계와 영의 세계로 나뉜다. 육의 세계는 말 그대로 우리가 보는 사실을 뜻하고, 영의 세계는 영적인 시선을 뜻한다. 하나님과 우리의 관계, 믿음 등을 뜻한다. 그래서 믿음이란 눈으로 보이지 않는 것을 있다고 믿는 것을 믿음이라고 한다. 하나님은 꿈으로도 역사하시기 때문에 꿈에서 하나님을 봤다고 하는 사람들도 물론 있지만, 보통 하나님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을 살아계신다라고 표현한다. 이것이 믿음이다. 영적 전쟁이라고 성경에서 말했다. 전쟁일 수밖에 없다는 거다. 당연히 위험할 수밖에 없고, 사건사고 가득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실제로 터키에서 일어났던 일 중에 총소리 가득했던 선거날 말고도 내 하우스메이트가 폭력을 당했던 적이 있다. 길거리에서 전도하다가 만난 청소년 무리가 하우스메이트를 둘러싸고 폭행했다. 체격이 좀 있으셨는데, 청소년 친구들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하우스메이트의 양팔을 이쪽저쪽에서 잡고 가슴을 발로 가격하는가 하면, 칼을 꺼내 허벅지를 긋고, 담뱃재를 떨구거나 욕을 하고, 침을 뱉는 등의 일이 있었다. 다행히 빠르게 경찰이 도착해 상황이 마무리되었지만, 병원비로 많이 빠져나가면서 생활비의 어려움이 있었고, 이후 시내를 돌아다닐 때 그냥 지나가는 청소년만 봐도 떠는 등의 공포증이 생겨 어려웠기도 했고, 한적한 골목을 다닐 때는 청소년 무리가 우리를 따라다니는 건지 몇 번 정말 위험했던 적도 있었다. 그 외에도 불법체류자가 되면서 경찰과 위험한 대치 상황이었던 적도 있었고, 마을에서는 심한 인종차별로 돌에 맞기도 했으며, 시내 길거리에서는 동성애자들에게 성희롱을 당하기도 했다. 심지어 자매들은 지나가던 형제들에게, 그리고 마을에서 초대받은 집에 들어갔다가 할아버지에게 이상한 짓을 당하기도 했다. 당연히 어렵다. 당연히 그들 진짜 한 대 쳐버리고 싶고, 그들 경찰에 신고해서 죽여버리고 싶고, 욕이라도 한 번 시원하게 하고 싶다. 그래서 한 적도 있다. 그래야 그들이 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이 모든 상황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의 사랑이었다. 이런 사람들이 있어도 참으라는 말이 아니다. 정말 필요한 상황에서는 정확하고 철저한 조치가 필요하겠지만, 내가 집중했던 점은 이런 사람들에게는 어느 누가, 도대체 어느 누가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냐는 것이었다. 우리가 편하자고, 우리가 편하게 복음 전하자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열방 저 땅의 아무것도 모른 채로 죽어가는 저들은 어떻게 구원받을 수 있냐는 거다. 복음을 듣고도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은 심판의 날에 하나님께서 알아서 처리해 주실 거다. 그러나 한 명이라도 찾고자 하는, 끝까지 기다리는 하나님의 마음을 알기에 나는 갈 수밖에 없었다. 하나님을 사랑하기에 이들을 사랑할 수 있었다. 이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었다.


  당연히 선교는 위험하다. 위험하다 못해 목숨까지 위협받는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었던 마음은 하나님이다. 결국 모든 것은 하나님이었다. 이것이 내가 하나님을 사랑하는 이유고, 내가 죄인임에도 계속 하나님을 바라볼 수 있는 이유고, 내가 열방을 향해 기도하는 이유고, 내가 하나님께 바라는 이유다.


  한국 복귀 후 휴식을 갖고 첫 주일 예배에 갔다. 내가 선교를 다녀온 줄 몰랐던 사람도 있었고, 알았지만 여행은 어땠냐 물어보는 사람도 있었고, 특별히 내가 청년으로서 같은 청년들에게 간증해주고 싶었던 말들도 있었지만, 상황이 안되어하지 못했다. 그래서 내가 이 브런치북을 쓰게 된 것이다.

  한국에서 나를 위해 기도해 주는 사람들에게 내가 매달 편지를 보냈다. 내가 만나고 있는 친구들, 내가 하고 있는 사역들, 갖고 있는 고민이나 어려움들을 나누고 같이 기도하면 좋을 것 같아서 기도편지라는 이름으로 보냈었다. 기록한 것이 있으니 남겨보면 어떨까라는 마음과 부모님께서도 기록으로 남기면 좋을 것 같다는 말에 브런치북을 쓰게 되었다.


  정말 고독하고 조용한 영광이었다. 예전에는 나도 유튜버들처럼 방송해보고 싶었고, 연예인들처럼 유명해지고 싶었고, 나에게도 팬이라는 존재가 있어서 선물 받아보고 싶었다. 하지만 필요 없어졌다. 나는 하나님께로부터 오는 찬사가 더 값지고 소중하니까. 


  터키에서 보낸 1년의 시간은 내 인생 중 가장 값진 일이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아쉽게도 터키는 불법체류로 오랜 시간 있었기에 당장에는 들어가지 못한다. 벌금도 내야 하고, 입국금지 기간도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올 겨울에는 새로운 곳을 도전하려고 한다. 앞으로도 이런 글들을 남길지는 모르겠다. 그 새로운 도전을 하고 아마도 글을 남길 것 같으나 이 정도의 깊은 애정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정말 홀로섬이 어려웠던 내가 홀로 설 수 있게 되었다. 혼자로는 어려웠지만, 이런 기회를 통해 하나님과 함께할 수 있게 되었다. 나 혼자 끝내려 하고, 나 혼자 하려고 했던 지난날을 회개하면서 하나님과 다시 만났다. 정말 나의 울타리 되었던 집에서 밖으로 나갔다. 한걸음 한걸음이 매서운 폭설같이 느껴졌지만, 이제는 상관없다. 내 곁에 고독하리만치 아무도 없더라도 나에게는 하나님이 있다. 하나님만 있으면, 하나님과 함께라면 가능하다는 것이 내 고백이다.


  지금까지 읽어주신 모든 분들, 설령 기독교가 싫다, 선교는 위험하다 말하여도 상관없다. 세상의 시선은 중요하지 않으니까. 나는 실패하고, 나는 철저히 실패하고 오직 하나님만 성공한다. 오직 하나님만 승리한다. 이것이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You were There [Avalon]

당신은 그곳에 계셨어요


'Cause You were there, 당신이 그곳에 계셨기 때문이에요,

You were there 당신이 그곳에 계셨기에

Oh, You were there, 당신은 그곳에 계셨어요,

You were always there 항상 그곳에 계셨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