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버른(Melbourne) - 매력적인 독립 서점들
어릴 적 우리 가족의 매주 정해진 스케줄은 일요일마다 도서관에 가는 것이었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지 왜 가야 하는지도 모른 채 시간을 보내고 돌아오곤 했는데 그래도 이 영향 때문인지 지금도 책 있는 공간에 가는 것을 좋아하고 특히 여행을 가면 꼭 서점과 도서관을 기웃거린다.
여행 중 서점을 구경하는 것이 재미있는 것은 아마 이국적인 공간을 구경하는 재미와 더불어 현지인들이 관심 있는 주제의 책들을 구경할 수도 있는 점이 아닐까. 거리를 거닐다가 잠시 서점에 들러 책이 소개하는 또 다른 세계를 여행해보자.
멜버른에서 지내는 동안 가장 많이 방문한 서점으로 카테고리별 큐레이션 한 책들의 구성이 좋으며 호주 문학 작가들의 다양한 문학 작품을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소소한 문구류를 구경하는 재미도 있어 꼭 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방문하여도 좋을듯하다. 리딩은 독립서점이지만 도시 안에 여러 군데 지점을 가지고 있어 시내에 있다면 빅토리아 도서관 지점을 방문하고 시간이 있다면 라이곤(Lygon) 스트릿에 있는 칼튼(Carlton) 지점을 방문한 후 근처 이탈리아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하는 것도 멋진 계획이 될 것이다.
멜버른에서 최초의 에스프레소 기계를 도입한 곳으로 유명한 펠레그리니스 카페(Pellegrini's Espresso Bar) 근처에 위치하고 있는 이 서점은 책 디스플레이가 영화 속에 나오는 오래된 서점과 같이 높이 쌓여있고 공간이 미로처럼 되어있어 책더미 속을 탐험하는 듯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통로가 좁아 책을 자세히 살펴보지 못하지만, 공간이 주는 재미와 그 안에서 재미있는 주제의 책을 발견 가능성이 있는 보물찾기같은 곳이다. 펠레그리니스에서 커피를 마신 후, 서점에서 소설책 한 권을 구매하여 근처 공원에서 책을 읽는 것도 좋은 휴식으로 추천한다.
여행에 와서 복잡한 글을 읽고 싶지 않다면 눈을 사로잡는 사진들과 삽화 그리고 읽기 쉬운 단문 형태의 글로 구성된 잡지야말로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매체가 아닐까. 매그네이션은 멜버른 시내에 위치하고 있어 접근이 쉽고 라이프 스타일 주제의 잡지뿐만 아니라 과학이나 경제 등 특정 주제의 잡지들까지 다양하게 구비하고 있어 원하는 취향의 잡지를 찾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잡지 한 권을 구매하여 집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읽으며 여행에 대한 기억을 되돌아보는 것도 좋은 여행의 마무리가 될듯하다.
*내가 방문하였던 지점은 Elizabath.st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이 지점은 폐업하고 현재는 엠포리움 쇼핑몰에만 남아있다.
한국으로 귀국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정처 없이 교외 지역을 돌아다니다가 발견한 서점으로 메이저 잡지 이외에 사진, 디자인 등 다양한 예술잡지를 좋아한다면 꼭 방문해 보아야 할 곳이다. 서점에서 시내로 걸어가는 길(High Street)에는 소소한 소품샵들이 있고 도시가 주는 바쁜 풍경과는 다른 모습으로 거리를 거닐며 구성하는 재미가 있다.
이외에도 글에 담지 못한 많은 서점이 멜버른에 있다. 만약 시간이 난다면 시내 중심(CBD)을 벗어나서 길을 걸어보자 걷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보물 같은 서점을 발견할 수도 있다. 내가 서점에 가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는 나의 무지를 깨우치는 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동경심과 더불어 여행이지만 서점에서는 관광객이 아닌 현지 사람같이 일상을 들여다 볼 수 있기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에서 사 온 책은 좋은 추억이 된다. 책을 볼 때면 장소에 대한 풍경과 기분이 혼합되며 좋은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다음 여행에서는 기념품으로 책을 구매하여 다른 방식으로의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