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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Sep 07. 2020

도시 여행자를 위한 호주의 자연

누사(Noosa) - 아름다운 호주의 자연

호주에서 7-8개월가량 지낼 때 짧게나마 여행을 할 기간이 생겼는데 한 지역밖에 갈 수 없는 상황이어서 어느 곳을 가야 호주를 제대로 느낄 수 있을까 여러 가지 고민을 하던 중이었다. 마침 호주와 뉴질랜드 곳곳을 모두 여행한 친구에게 물어보니 'Noosa was the best'라고 추천을 받아 호주 동부 해안에서 유명한 골드 코스트와 케언즈보다 비교적 덜 알려진 누사행 비행기 표를 예약하게 되었다.


누사는 은퇴 후 자리 잡은 호주인들과 파도를 사랑하는 서퍼들 그리고 유럽 백패커들에게 사랑받는 도시이다. 규모는 크지 않은 도시지만 작은 바닷가 마을이 주는 편안함과 동시에 훼손되지 않은 깨끗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곳이다. 친구의 추천처럼 누사에서의 경험은 호주에서 머물던 동안 아니 평생의 기억에서 아름다운 추억으로 마음에 자리 잡았다.


누사에서 가장 좋았던 경험은 프레이저 아일랜드(Frasier Island)에서의 캠핑이었다. 프레이저 아일랜드는 세계에서 가장 큰 모래섬으로 열대 우림, 모래 언덕, 호수 등 다양한 자연환경을 만나 볼 수 있다. 살면서 자연이 주는 순수한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해 본적이 별로 없는데 프레이저 아일랜드는 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인위적인 훼손을 금하기 때문에 깨끗한 자연을 느껴볼 수 있다.


섬 투어는 투어객들이 팀을 이루어 지프를 타고 이동하는데 섬이 규모가 나름 있어서 하루에 볼 수는 없고 며칠에 걸쳐서 섬을 둘러보게 된다.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섬이지만 중간중간에 와비 호수(Lake Wobby)와 맥킨지 호수(Lake Mckenzie)와 같은 멋진 호수들도 있다. 각각의 호수들은 위치하고 있는 장소에 따라서 햇살에 비쳐 투명한 에메랄드 빛이나 주변 식물들에 의해서 짙은색을 띠기도 하는데 각기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나는 잔잔하고 시원한 호수에 몸을 맡기고 둥둥 떠다니면서 일상의 스트레스는 잊고 평화로움을 즐길 수 있었다.


섬에서 가장 황홀했던 경험은 일몰 시간대였는데, 길게 펼쳐진 해안에 해가 바다로 떨어지면 온 사방을 빨갛게 물들이는 것 그리고 이후에 바다가 해를 완전히 집어삼킨 후 칠흑 같은 어둠에 밝게 빛나는 무수한 별들과  날씨가 좋아서 보게 된 레드문, 별똥별, 은하수까지.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끼며 나는 연신 "너무 아름답다."라고 혼잣말을 되뇌었다.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다른 시공간에 있다 왔던 것 같고 이러한 경험을 했다는 사실이 너무 감사하고 자연 앞에서 작디작은 나의 존재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섬 투어뿐만 아니라 누사 메인 또한 아름다운 해변이 많다. 하지만 나는 무엇보다 누사 국립공원(Noosa National Park)에서의 트레킹이 기억에 남는다. 섬에서 투어 하는 동안 너무 피곤하기도 했고 비가 와서 에어비앤비에서 혼자 차분히 쉴 요량이었는데, 엄마뻘의 호스트는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 왔는데 침대에서만 머물 수는 없다고 나가서 이곳저곳 둘러보라고 말했다. 해변은 이미 한번 둘러봤기 때문에 어디를 갈지 고민하던 중 국립공원을 한 바퀴 둘러보기로 했다. 비가 약간 오는 날씨였기 때문에 트레킹 코스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진 않았는데 비를 촉촉하게 머금은 나무 사이를 차분차분 혼자 걸었다. 빗소리가 들리고 흙냄새가 스미는 고요한 숲 속을 비옷을 입고 신발이 진흙 범벅이 되도록 걸었는데 몸은 힘들었지만 숲이 주는 좋은 기운들을 받고 돌아왔다. (하지만 너무 오래 머물러 해가 질 때 길을 잃을뻔했었던 사실을 호스트가 알고 숲에 혼자 가지 말라고 했는데 갔다고 혼냈다. 혼자 숲 속 깊숙이 가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누사 여행은 자연경관을 둘러보는 것 이외에도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세계관을 넓혀 볼 수도 있는 좋은 기회였다. 호주는 다인종 국가이기 때문에 아시아인을 굉장히 많이 만날 수 있는데 누사에 머물 동안은 거의 보지 못하고 캠핑할 때는 나를 제외하고 전부 유럽인이어서 나의 정체성에 대한 생각과 더불어 서로의 문화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생각에 대한 반경을 넓힐 수 있었다. 또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그린 커리 레시피를 알려준 것이나 와인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 것 또한 소소한 추억으로 남았다.  호주를 방문하게 된다면 대도시도 좋지만 호주의 자연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곳을 방문해보자 그리고 무엇보다도 여행은 단순히 방문하고 둘러 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의 서로의 경험을 나누어 이야기를 더 다채롭게 만드는 것은 어떨까. 자연으로 그리고 사람으로 나의 세계를 확장할 수 있는 여행을 또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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