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의 고양이 셀프검진 이야기

수의사도 내 고양이는 힘들다

by 김정민

수의사도 망설이는 본인 고양이 건강검진


"수의사 고양이들은 직접 검진하면 되어서 싸고 좋겠다."

많이 듣는 반응입니다.


반면 수의사들은 자신의 고양이 검진을 직접하는 것을 망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채혈, 엑스레이, 초음파 검사 과정에서

고양이가 받는 스트레스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고양이 입장에서는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고,

그저 집사가 자신을 괴롭히는 것으로만 느껴질 뿐입니다.


하지만 7살과 9살,

시니어 연령대에 접어든 우리 아이들에게는

1년에 한 번 건강검진이 필수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이번에도 어김없이 검진을 진행했습니다.


검진을 결심한 계기

특히 이번 여름, 둘째인 9살 장모종 페르시안 달이의 변화가 눈에 띄었습니다.

작년 여름 3.8kg에서 올해 3.3kg까지 체중이 감소했고, 평소보다 활동성이 떨어져 보였습니다.

다행히 식욕은 유지되고 있었지만, 더위 때문인지 기력 저하가 느껴져 검진을 결심했습니다.


첫째인 7살 샴고양이 별이는 워낙 식욕이 좋아서 동생이 남긴 음식까지 모두 먹어치우는 아이입니다.

다만 해산물 알레르기가 있어서 가끔 문제가 되곤 합니다.

달이가 해산물을 좋아해서 식단 관리가 쉽지 않지만,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날 때는 소독이나 저용량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으면서

해산물류를 최대한 배제하고 있습니다.


또한 두 아이 다 제가 한 끼니는 가정식으로 직접 해먹이는 만큼

과연 내가 아이들을 잘 챙겨주고 있는 것일까

객관적인 검사를 통해 증빙하고 싶은 생각도 들곤합니다.


현대적인 검진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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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병원은 신식 병원답게 채혈부터 엑스레이 촬영까지

모든 과정을 보호자가 함께 볼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해두었습니다.


엑스레이 촬영실은 방사선을 차단할 수 있는 납문이지만

바깥에서 안이 일부 보일 수 있도록 안전한 차단 창을 만들어두었습니다.


투명하고 개방적인 진료 환경이 보호자와 환자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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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혈 시에는 한국 보호자분들이 미용상의 이유로 삭모를 싫어하시는 경우가 많은데,

털에 묻은 미생물 등의 오염물질이 카테터를 통해 혼입될 수 있는 위험을 고려하면

삭모를 권장합니다.



검진 결과와 의외의 발견

혈액검사 결과

두 아이 모두 전반적인 혈액검사에서는 특이사항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달이의 경우 칼슘 수치만 높게 나왔습니다.

이는 단순한 칼슘 섭취 과다로 보기에는 애매한 상황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칼슘과 인은 체내에서 균형을 맞추는 편인데,

만약 가정식의 비타민D 과다나 칼슘 과다가 문제였다면

같은 식단을 먹는 별이에게서도 높은 수치가 나왔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달이만 높게 나온 것은 이 아이 특유의 문제가 있다는 신호였습니다.


초음파와 요검사의 아이러니

흥미롭게도 초음파와 요검사 결과가 상반된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별이의 경우: 초음파에서는 방광에 크리스탈이 확인되었지만,

정작 요검사에서는 크리스탈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요비중은 높은 편이었지만 고양이 기준으로는 양호한 수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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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의 경우: 초음파에서는 방광이나 신장,

요관에서 크리스탈이나 결석이 전혀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요검사에서는 칼슘옥살레이트 크리스탈이 발견되었고,

요비중도 상당히 높았습니다.

마치 드래곤볼의 베지터 스카우터가 이상 신호를 보내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20241018_124257.jpg 예시. 달이는 1.05보다 높게 나옴.



추가 검사와 고민


체중 감소와 함께 나타난 칼슘 수치 이상으로 인해,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갑상선 패널 전체 검사를 의뢰했습니다.


외부 검사기관을 이용하기 때문에 검체를 2주간 보관해주어서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검사를 해보고,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으면 추가적인 검사 의뢰를 할 수 있는 것이죠.


달이의 활력이 갑상선 기능 항진증의 전형적인 증상은 아니었지만,

배제 진단을 위해 검사를 진행했고, 당일 결과가 나와 다행히 갑상선 문제는 배제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비타민D 과다가 원인일까요? 비타민D 검사를 고려해봤지만,

원가가 높은 검사이기 때문에 조만간 한 번 더 모니터링한 후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비타민D가 문제라면 가정식에서 비타민D를 줄이거나 배제할 수 있겠지만,

하루 한 끼만 가정식을 급여하고 있고 별이도 같은 식단을 먹고 있어서 판단이



수의사로서의 고민

결과적으로 여전히 오리무중인 상태입니다.

검사 결과들이 명확한 답을 주지 못하고 있어서, 수의사로서도 보호자로서도 답답한 마음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바로 반려동물 의료의 현실입니다.

모든 검사가 명확한 답을 주는 것은 아니며, 때로는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경과 관찰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정말 더위를 잠시 먹었던 것일지.

다시 며칠내 회복하여 집안을 날라다니는 달이를 보며 조금은 마음이 놓였지만.


고칼슘혈증이 종양 등으로도 나타날 수 있는 부분이기에 마음 한편에 걱정되는 찜찜함은

떨쳐버릴 수가 없습니다.


앞으로도 달이의 체중과 활력, 그리고 칼슘 수치 변화를 주의 깊게 관찰하면서,

추가 검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수의사도 결국 하나씩 배워가며 최선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특히 고양이는 답이 없고 더욱 어려운 것 같습니다.




막간의 병원 고양이 호텔 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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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아동물병원의 자랑인 3층 고양이 전용 층입니다.

고양이 전용 특실이 3칸있는데,

모두 한 세트당 100만원 이상을 호가하는 마스꼬띠안 고급 캣타워를 구비하고 있습니다.


이사 때 잠시 신세를 졌었는데,

아이들이 병원에서 더욱 행복해보였다는 슬픈 이야기가 있습니다.


맡기는 기간동안 당연히 CCTV 영상도 실시간으로 확인가능하니, 보호자분들은 더욱 마음을 놓을 수 있죠.

개별 라이팅도 다이얼로 조절가능하며, 에어컨도 설치되어 있습니다.

프라이빗함을 원하는 분은 세 방을 심지어 다 트고 우리 애들만 쓰게 할 수도 있다는 점....



편하게 언제든 놀러오세요.

저는 수,일요일에만 있지만... 병원은 10시-20시까지 연중무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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