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일기
별이 움직였다.
여자는 <몽상가들>을 생각했고, 남자는 <어벤저스>를 생각했다. 남자와 여자는 눈이 마주쳤고, 남자는 말한다.
“우리 아직 풀밭에 안 누웠어!”
여자는 밤이슬이 맺혀 축축한 잔디 위를 가볍게 달린다. 남자는 따라갔고, 그들이 사는 도시 전부가 시야에 들어오자 둘은 동시에 눕는다. 이번엔 남자와 여자 모두 <비포 선라이즈>를 생각했다.
둘은 방금 움직인 저 별이 진짜 별인지, 가짜 별인지에 대해 토론한다. 열띤 토론을 하다 이내 멍하니 별들을 쳐다본다.
“별이 꽤 멀리 갔어.”
별은 원래의 자리에서 꽤 많이 벗어났다. 다른 곳을 바라보며 다른 곳으로 향한다. 생각해보면 꽤 매정하다. 원래의 자리도, 지나온 길도 더 이상 뒤돌아 보지 않잖아. 지금의 우리처럼.
우리는 삶의 전부였던 보금자리에서 나와, 그곳의 하늘을 볼 수 없는 곳으로 온 두 이방인이다. 우리는 서로가 지구 반대편에서 어떤 모습을 하고 어떤 삶을 살았는지 모른다. 무엇을 잃었는지, 누구와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그곳에서 매일 밤 어떤 생각을 했는지. 어쩌면 서로를 속이고 있는지도. 하지만 괜찮아. 아무리 거짓된 이야기라도, 진실이 없다면 거짓도 없는 거니까. 그리고 우리는 서로의 진실을 알고 싶지 않으니까.
둘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가만히 느낀다. 별들도 그들을 가만히 바라보는 밤, 그들은 눈을 감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