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감자이모 May 13. 2016

커피가 식어도 괜찮을까?

생활글쓰기#00

머그컵에 드려도 괜찮으세요?
커피전문점에서 종종 물어보는 질문. 내가 머리가 나쁜 탓인지 어떤 경우에 묻는 건지 아직도 그 규칙을 잘 모르겠다. 어느 컵이건 크게 상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괜찮으세요?’ 라는 말미 때문인지, ‘네 괜찮아요’ 라고 습관적으로 대답해버린다. 사실 내 마음은 뭘까? 생각해 보지도 않았는데. 그 질문을 받은 찰나의 나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나는 종이로 만든 일회용 컵과 두꺼운 도기의 머그컵 중 어떤 것을 더 원하고 있었을까?

머그컵은 뚜껑이 없다.

어떤 커피를 주문했느냐에 따라 뚜껑이 필요할 때가 있고, 아닐 때가 있다.
갓 뽑은 뜨거운 추출 커피는 뚜껑에 있는 구멍으로 먹기를 급하게 시도하면 입술을 대기 십상이다. 이 경우는 뚜껑을 잠시 열어둔다. 이것만 생각하면 머그컵이 더 나을법 하지만 이동성이 중요하다. 한 번에 다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면 나의 경우에 2시간 이상이 걸린다. 쓴 맛을 음미하면서 식을 때까지 홀짝거렸다가 마지막에 원샷. 카페에서 2시간을 버티는 것은 아주 특수한 경우이거나 시간이 남는 경우다. 뚜껑 있는 일회용 컵이 딱이다.


라떼나 카푸치노는 거품이 뚜껑에 묻는다. 그리고 그 풍성한 거품을 뚜껑으로 덮어버리는 것은 왠지 내키지 않는다. 시나몬 가루도 솔솔 뿌리고 잠깐이라도 눈요기를 해줘야만 한다. 주로 배고플 때 시킨다. 그래서 빨리 마실 수도 있고 상대적으로 갓 추출한 블랙커피보다 빨리 식는다. 머그컵이 훨씬 나은 이유다.

커피가 식는다.

식지 않은 커피는 안정감을 준다. 따뜻한 향을 내뿜는다. 하지만 머그컵이든, 종이컵이든 커피는 그 안에서 식게 마련이다.
카페에서는 절반 정도 다른 생각을 한다. 집중해야 할 무언가가 있었다면 카페에 나는 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 절반의 빈 머리에서 계속 맴도는 하나의 걱정. ‘커피가 점점 식고 있다. 따뜻할 때 다 마셔야지’
점원이 물었을 때 나는 이 생각을 했을거다. ‘머그컵에 담긴 커피가 빨리 식을까, 일회용 종이컵이 빨리 식을까’ 과학적으로 따지자면 답을 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머그컵의 두께와 유리의 열보존도 그리고 순물질과 혼합물질의 열손실도의 차이, 심지어 커피를 내렸을 당시의 날씨 변수와 내가 앉은 자리가 창가인지 아닌지도 고려해야 하겠지.
하지만 결국 많지 않은 차이로 둘 다 식어버린다. 카페에 앉아있는 동안 바보같은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이 이상한 걱정. 커피가 식어도 괜찮을까? 이 불안감을 어떻게 잠재울 수 있을까? 식지 않고 계속 뜨거운 커피가 있을 수 있다면 나는 더 행복하고 불안해하지 않을 수 있을까?

작가의 이전글 숫자판 돌리기가 주는 유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