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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남지 씀 Mar 10. 2024

언젠가 지나갈 거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말이 나에게는 참 위로가 된다. 마치 “언젠가 지나갈 거야.”라는 말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언젠가 지나간다는 말은 막연하게 들리지만, 그동안 나의 경험들을 생각해 보면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하루라도 견디지 못할 것만 같았던 일들이 그저 흘러가고, 주저앉아 울고 싶어지는 날들을 지나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요즘의 나는 상황이 퍽 나아졌다. 여전히 아침이 오는 일은 두렵고, 다가오지 않았으면 하는 일들의 연속이지만 그저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출근을 해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건네고 잠시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과의 친밀감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예전에는 가벼운 장난이나 말들에 대해 이해를 하지 못했고, 그저 꼴 보기가 싫었던 날들도 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 마음은 ‘부러움’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들에 대한 마음도, 그저 마음의 가시를 한껏 내뿜으며 피하곤 했었다. ‘이 사람도 결국 나를 떠나겠지.’, ‘이 사람도 뒤에서는 나를 욕하겠지.’라고 생각하며 거리를 두었다. 이제는 다른 사람이 나를 뒤에서 욕을 하든 말든 신경 쓰지 않는다. 그저 내가 다가가고 싶은 사람이라면 나의 진심을 다한다. 최근에는 실험 일정이 많아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주지 못하는 날이면 괜히 내가 미안해지고, ‘이렇게까지 유난을 떨면서 실험을 해도 되는 건가.’라고 생각한다. 그런 감정이 들 때는 참 신기하다. 예전의 나였다면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의 나는 어떤 모습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것일까 문득 궁금해진다. 이 관계의 끝은 어디일까.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 걸까. 실험 일정들로 밤늦게 퇴근을 하고 나서는 주변의 사람들을 챙기지 못하는 나 자신의 모습에 죄책감을 가지게 된다. 하고 싶은 것과 사고 싶은 것은 많지만 감당할 만큼 돈을 벌 능력이 없는 나 자신이 그저 한심하다. 잘 정돈된 나의 모습을 생각하면 그저 너무 가식적으로 느껴진다. 내가 느끼는 나의 모습은 그렇게 좋은 사람이 아닌데, 다른 사람이 나를 보고 “네가 너무 착해서 그래.”라고 말할 때마다 너무 양심에 찔린다. 언제쯤 내가 나 스스로를 온전히 사랑할 수 있을까. 나는 아직도 끊임없이 나 자신을 평가하고 의심하는 것만 같다. 언젠가 이 고민의 시간들도 흘러가고 내가 나를 사랑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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