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빠르게 흘러가고 앞으로의 나에 대한 걱정이 가득한 날이 계속되고 있다. 내가 선택한 길이 맞는 것인지, 잘하고 있는 것인지 두렵기만 하다. 석사를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의욕에 불타고 기대감이 넘쳤던 것 같은데, 이제 석박사 통합과정으로 전환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라 머릿속이 많이 복잡하다.
올 한 해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바쁘게 실험하고 적응을 했지만, 나는 아직 많이 부족해 보인다. 연구를 하는 일말고도 사람을 대하거나 업무를 처리하면서 많이 실수를 하기도 하고 사소한 일들로 오해가 생겨 혼나기도 했다. 아침에 출근을 할 때마다 실수를 하진 않을지 걱정이 많이 들어서 트라우마처럼 머리가 아파오기도 했다.
이번 학기에는 일반화학실험 TA를 했다. 처음 시작을 할 때까지만 해도 나는 화학전공이 아닌데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이 많이 들었다. 담당 교수님께 전공이 아니다 보니 너무 고민이 된다고 메일을 드렸던 게 기억이 난다. 그 교수님께 전화가 와서 혼자 진행하는 게 아니라 조교가 여러 명이 있어서 같이 예비실험도 하고 진행을 할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하셨다. 나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좋아하기 때문에 걱정이 앞서지만 도전을 했다. 매주마다 수업 자료를 준비하고, 예비실험을 하고 보고서 채점을 하면서 힘든 시간들이 많았다. 매번 수업 때 학생들이 모르는 것이 있어서 질문을 할 때에 제대로 답을 해주지 못하면 나 자신을 자책했다. 나 같은 조교를 만나게 했다는 게 미안하기만 했다. 그래서 더 잘하려고 열심히 공부를 했고 그래도 무사히 잘 마쳤다. 한 번은 학생의 눈에 염산이 튀었던 적이 있는데 보건실에 가서 세척하고 약을 받아왔고, 다행히 안과 검진 결과 이상이 없었다. 그때에도 모든 게 내 탓인 것 같아서 자책을 많이 했었는데, 크게 다치지 않아서 너무 다행이었다.
한 주 한 주 시간이 흘러서 드디어 마지막 날이 왔다. 마지막 실험 시간이 더 떨렸던 것 같다. 학생들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고 수업 준비를 하면서 긴장을 많이 했다. 그래도 무사히 끝이 나고 이번 주에는 기말고사 시험감독까지 마쳤다. 마지막에 제출받은 보고서에 나에게 적어준 한 학생의 편지가 있었다. 조교님이 우리 분반을 맡아줘서 너무 좋았다고 감사하다는 말이었다. 그 말을 들은 나는 모든 고민들이 사라지는 것 같이 큰 뿌듯함을 느꼈다.
어제는 그 학생과 점심을 먹었다. 나에게 줄 선물을 사서 들고 온 그 친구를 보면서 나는 마냥 고마웠다. 정말 많이 부족한 것밖에 없던 것 같은데 나를 너무 좋게 봐주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나는 그 친구에게 나의 책을 선물로 주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내가 걸어온 삶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되게 잘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해주었다. 물론 말 뿐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 말을 듣고 나서 내가 이룬 것들과 지금의 현재의 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던 것 같다.
물론 나는 나의 연구에 대해서 아직 확신이 없지만 학부생 때에도 인턴을 하면서 논문을 썼고, 책도 출판했고, 아이패드 속지 사업도 나름대로 잘 운영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이 나를 믿고 응원해줘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고 느꼈다. 이제 내년이면 사수 선배가 졸업을 하시고 나의 실험에 대한 고민을 직접 해야 하는 시기이다. 당장 내일부터 많은 논문들을 읽어보면서 나의 연구분야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결제 업무를 처리하고 기말고사 시험지도 채점을 해야 한다. 할 일이 많이 쌓여 있는 지금이기에 더 나의 능력을 믿고 응원해주기로 마음먹었다. 2주만 푹 쉬고 싶다고 생각할 만큼 그동안 참 쉬지 않고 달려왔던 것 같다. 원래 삶이란 이렇게 바쁘고 힘든 것인가에 대한 회의감이 들긴 하지만 나의 인생을 충분히 즐겨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