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동규 Mar 11. 2024

민주당 양부남과 정의당 강은미, 둘의 삶을 생각해 봤다

2024년 총선, 우리 모두 패배에 투표하자

 제22대 총선 광주 지역구 대진표가 속속 확정되고 있다. 이낙연, 송영길이 대항마로 나오는 광주 광산을과 서구갑을 제외한 여섯 곳의 국회의원은 민주당이 후보를 변경하지 않는 한 사실상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고 광산을과 서구갑도 민주당이 압승할 가능성이 높다. 늘 그래왔듯, 광주는 선거를 치르지 않고도 결과를 알 수 있는 곳이다.


 이번 광주 서구을 선거도 마찬가지다. 총선을 한 달 앞두고 민주당이 양부남 전 부산고검장을 공천하며, 사실상 양 후보의 등원을 확정지었다.


 직전 여론조사에서 양부남 후보는 37.4%의 지지율을 얻었다. 당내 후보 적합도에서도 김광진, 김경만 전·현직 의원들에 비해 압도적인 강세를 보였다. 민주당 후보들을 제외하고 나면 9.2%의 지지를 얻은 녹색정의당 강은미 후보가 2위였다. 양향자 개혁신당 의원은 강은미 후보에 이어 3위에 해당하는 6% 지지를 얻었으나 이 지역에서의 선거를 포기했다.


 이후 양 후보는 김광진, 김경만 후보를 제치고 공천됐다. 이제 이번 광주 서구을 선거는 양부남, 강은미의 '양강'구도로 치러지게 된다. 강은미 의원은 이 지역에서 5번이나 출마했고 2번 당선되어 광주 서구의원과 광주광역시의원으로 일하며 바닥을 다졌기 때문에 그가 상당한 득표를 해 '2위' 자리를 지키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한 달 뒤, 이 지역의 국회의원이 양부남 후보일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말의 의심도 들지 않는다.


 양부남 후보는 전남대 법과대학을 졸업한 후 사법시험에 합격해 검사가 됐다. 그는 최종적으로 부산고검장에 오를 때까지 평생을 검사로 살았다. 지방에서 대학을 졸업했음에도 차관급에 해당하는 고검장까지 지냈으니 그의 유능함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할 것이다. 그는 특수부와 형사부를 전전하며 각종 기획수사를 이끌었다. 대검 중수부에서 한나라당 불법 대선자금 전달 사건을 맡는 등, 굵직한 사건도 여럿 담당했다.


 지방대학 출신으로서는 드물게 검사장이 된 입지전적 인물인 양부남 후보는 광주시민들이 지지하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법률적 방패로써 활동하며 당내 입지도 탄탄히 다졌다. 그동안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검사 출신 인사들을 비판하며 "평생 검사만 한 사람은 외교, 안보, 경제, 교육 등을 아우르기 어렵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으나 나는 검사 출신도 선거에 나올 수 있고 선택은 시민의 몫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의 화려하고 멋진 삶을 보면, 그의 삶이 평범한 광주시민들의 삶과 닮지 않았음이 느껴져 씁쓸하고도 불편한 마음이 든다. 양부남 후보는 부산고검장을 지내던 2020년 3월에 본인의 재산으로 63억 5235만 원을 신고했다. 당시 검찰에 속한 인사들 중에서도 압도적인 상위권이었다. 그의 두 자녀는 그의 배우자가 보유했던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의 단독주택을 1/2씩 증여받았고, 그가 배우자와 함께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아파트는 광주 남구 봉선동의 한국아델리움 1차 아파트였다. 신고서를 보면 전용면적 155제곱미터인 이 아파트의 공시지가는 8억 9600만 원이었다.


 공시지가는 이 아파트의 실질적 가격보다 낮게 책정된다. 오늘을 기준으로 한국아델리움 1차 아파트(56평) 매물은 총 8건이었다. 이중 5건이 부른 호가는 17억 원이었고, 나머지 3건은 17억 2천만 원이었다. 광주에서 17억 원이 넘는 아파트에 거주하면 어떤 기분이 들까? 적어도 이 지역에서 성실히, 일상의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은 평생 느껴볼 일 없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지난해 KB경영연구소가 발표한 부자보고서에 따르면 광주시민 중 10억 원이 넘는 금융자산을 보유한 사람은 8300명에 불과했다. 양 후보는 가족들의 재산을 합쳐 예금으로만 40억 620만 원을 신고했으니 그는 확실히 141만 시민 중 압도적인 부자에 해당한다. 그의 대단한 성취를 깎아내리고 싶지는 않다. 그는 담양공고를 나왔음에도 전남대 법과대학에 입학, 사법시험까지 통과했으며 지방대학 출신으로서는 드물게 고검장의 자리까지 오른 인물이다.


 그러나 제아무리 계급투표가 실종된 세상이라지만, 보통의 광주시민들과는 너무도 다른 삶을 살아온 후보가 이렇게 쉽게 시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되는 일에, 나는 작은 조약돌을 하나 던지고 싶다. 그가 이번 공천을 받는 과정에서 지키고 보호해온 건 시민의 삶이 아니라 이재명 대표였다. 나는 이번 공천 과정을 보며 민생과 유리된 그들만의 리그가 아주 노골적인 방식으로 정당성을 확보하는 모습을 똑똑히 지켜보았다.


 지난 민주당 광주 서구을 경선에서 양부남 후보에게 도전했던 김광진 전 의원은 자신의 선거사무소에 다음과 같은 글귀를 걸었다.


"김광진을 뽑으시겠습니까? 아니면 코인사기, 전세사기를 변호한 검사 출신을 뽑으시겠습니까?"


 양부남 후보에게는 두 가지 의혹이 있다.


 하나는 도박공간 개설 관련 수사 무마를 대가로 온라인 도박사이트 운영진에게 고액의 수임료를 받았다는 의혹이다. 이에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양 후보의 변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변호사법 위반 관련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경찰이 두 차례에 걸쳐 신청한 영장은 모두 기각됐다. 현재 서울경찰청은 양 후보를 검찰에 불구속송치한 상태다. 국회의원은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받으면 그 직을 잃는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그가 당선 후 직을 잃을 가능성은 예단하기 어렵다. 구속영장이 두 차례나 기각됐기에 무혐의 처분될 가능성도 크다.


 이에 대해 양 후보는 의뢰인이 자발적으로 성공 보수를 주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사건 수임료를 법인계좌로 받아 세무신고까지 마쳤다고 해명했다. 나는 변호사가 피고인을 변호한 일을 비판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이 사건이 그가 국회의원이 되어 광주시민들을 대표하기에 적절한 인물인지에 대해 그 어떤 이야기도 들려주지 않는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른 하나는 전세사기범 변호 관련 논란이다. 양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법률위원장이 된 이후였음에도 광주·전남에서 1천억 대 전세사기를 벌인 일명 '광주 빌라왕'의 변호를 맡았다. 그가 구속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구속이 필요한 사안이 아니라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법원은 전세사기범을 구속했다. 이후 양 후보는 구속 방어에 실패해 면이 서지 않는다며 사임계를 제출했다.


 더불어민주당의 법률위원장으로서 당의 법률 사무를 총괄하던 인물이 서민들에게 큰 고통을 준 중대한 민생 범죄 사범의 구속을 막기 위해 노력한 점은, 민주당이 그 사이 얼마나 노골적으로 부자들의 정당으로 변모했는지 보여준다. 이 일은 광주시민들을 대표하겠다는 이가, 서민을 대변한다는 민주당의 법률위원장이 민생을 돌보고 피해자들의 곁에 서기는커녕 수많은 사람들에게 경제적 고통을 준 가해자의 구속을 막기 위해 힘쓴 일이다.


 강은미 녹색정의당 후보는 양부남 후보와 같은 전남대를 나왔다. 그러나 대학 시절 우연히 학생운동에 참여했고 이후 공장에 들어가 노동자의 삶을 살며 양 후보와는 사뭇 다른 길을 걸어왔다. 노동자로서 몸담았던 로케트전기에서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부당해고 되어 회사를 상대로 투쟁했고 창사 이래 최초로 복직에 성공한 노동자가 됐다.


 이후 광주 서구의원과 광주시의원, 정의당의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지내며 평범한 시민들의 삶을 대변하기 위해 힘썼다. 그래서인지 강은미의 재산은 이번 국회에 입성한 국회의원 300명 중 '뒤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었다. 그가 한 일들을 열심히 나열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최근 나에게 큰 울림을 준 일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지난 2019년 경동건설 현장에서 산재사고로 세상을 떠난 고 정순규님의 아들, 정석채님의 연설이었다. 이번에 강은미 후보 선거캠프 서포터즈인 '강풍' 단장을 맡은 그가 강은미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한 연설이 내 심금을 울렸다.


 그의 연설문이 널리 읽혔으면 한다.


<정석채님의 연설>


지난 2019년 경동건설 현장에서 산재사고로 돌아가신 고 정순규님의 아들이자, 강은미 서포터즈 '강풍' 단장 정석채 입니다. 유가족인 제가 왜 강은미 의원님 선거캠프에 있는지에 대해 말씀드리려 합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를 동경해왔습니다. 유쾌해서 인기도 많으시고, 거동이 불편한 약자들을 돕곤 했던 아버지가 참 멋있었고 존경했습니다. 그랬던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제 삶은 송두리째 뽑혔고, 우리 가족들의 삶은 지옥으로 변해 치유되지 않는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버지 시신 검시엔 제가 들어갔었습니다. 오래 전 헌병대 수사과에서 그토록 많은 시신들을 마주하고 부검을 봤지만, 시신으로 마주한 아버지는 정말이지 너무 처참했습니다. 언론에 말한 적 없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고작 중학교 1학년이었던 늦둥이 여동생은 자해를 했고, 엄마는 수면제를 몰래 모으고 있었습니다. 저에게는 뉴스로만 접했던 분노조절장애, 공황장애, 우울증이라는 병이 왔고, 현재도 누나와 정신과를 다니고 있습니다. 그 어떤 누구라도 이별을 준비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저희는 지금도 경동건설과 가해자들을 상대로 싸우는 중이지만, 5년 동안 지난한 싸움을 한다는 건 매우 힘겹고 어려운 일입니다.


지금은 천주교를 비롯해 많은 분들이 함께해 주시지만 처음에 정말 많은 이들이 외면했었습니다. 노조에 가입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민주노총을 비롯해 시민사회단체들에게 그리고 경동건설과의 수많은 이해관계로 언론사들에게, 종교계에게 뷔페 음식집어 담기듯이 외면받았습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상처와 스트레스가 배우자를 잃은 것'이라고 의학적 근거를 가지고 전문가들이 말해도, 저희 가족들을 앞에 두고 "가장들은 살 만큼 살았으니 청년들 죽음에 비교할 수가 있겠냐?"라며 잔인하게도 많은 이들이 서슴없이 죽음에 무게를 달았습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을 비롯해 많은 유가족들이 저희가 얼마나 외로운 싸움을 했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얼굴 드러내고 싸우는 유가족들은 소수인데, 우리 가족들은 늘 다른 고인들과 유가족들보다 후순위로 밀려나고 공론화가 어려웠습니다.


그런 상황에 유가족인 우리들이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모를 때 누군가 옆에 있다는 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큰 힘입니다.


그 큰 힘이 돼준 게 유일하게 바로 강은미 의원님입니다. 의원님께서 손을 잡아주셔서 지금까지 싸울 수 있었습니다.


의원님의 국정감사로 경동건설이 은폐하고 조작된 사건임이 세상에 드러나고, 국감 이후 경동건설이 '정순규는 술 먹고 일하다 죽었다'고 악성 댓글작업을 시작했을 때 의원님은 "적반하장 근거 없는 사자명예훼손"이라고, 보도자료를 언론사들에게 배포하시며 우리 가족들에게 방패가 돼주셨습니다.


잘못한 사람이 잘못했다고 말해야 하는 세상인데도 경동건설 아버지 재판은 무죄와 같은 집행유예가 선고됐습니다. 그때 의원님께서 밥 먹자고 우리 가족들 다 나오라며 옆에서 위로해 주셨습니다. 작년 봄에는 경동건설 대응 관련으로 의원님을 필두로 많은 유가족들과 함께 부산에 내려가 적극적인 대응을 간구했었습니다. 이처럼 강은미 의원님은 유가족으로서의 삶이 고단할 때 숨 쉴 공간을 주는 존재가 돼주셨습니다.


제가 작년 연초에 의원님께 "재선 무조건 하셔야 합니다. 내년 광주에 꼭 내려갈게요"라고 말씀드렸는데요. 그랬던 제가 현재 광주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의원님을 처음 만난 날이 기억납니다. 2020년 어느 봄날 우리 가족들과 만났는데요. 제가 참 좋아하는 장화동 보좌관님과 의원님 두 분께서 급하게 컵라면을 드시다가 우리 가족들과 마주치자 컵라면을 급하게 치우셨던 기억이 납니다. 4년이 지난 지금 의원님은 한결같습니다. 제가 현재 서포터즈 단장이다 보니, 새벽부터 함께 움직일 때면 조그마한 초코바로 허기를 달래시고, 늘 항상 바쁘지만 챙겨야 할 민원들, 업무들을 놓치지 않으려 흔들리는 차 안에서도 노트북을 내려놓지 않으시고, 우연찮게 만난 장애인분들과 수어로 인사하고 대화하려 노력하시고.. 저희 아버지처럼 강은미 의원님은 참 멋있는 것 같습니다.


유가족이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말할 수 있겠습니다. 광주 서구을 구민들과 나아가 전 국민들이 이 사실을 꼭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대다수의 국회의원들은 손익계산에 재빠른 이들입니다. 참사, 우리 유가족들과는 사진 찍기용으로 옆에 서 있는 게 대다수의 국회의원들입니다. 하지만 유일하게 강은미 의원님 만큼은 다르다고 확언합니다. 의원님은 국민들과 항상 함께 싸우고, 함께 투쟁하고, 함께 고민하고, 함께 해결합니다. 만약 22대에 강은미 의원님이 국회에 안 계시다는 상상만 해도 정말 끔찍합니다. 플라톤이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한다는 것이다"라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저의 발언이 강은미 찬양, 찬티라고, 유가족이 특정 후보 지지한다고 욕해도 상관없습니다. 저는 다가오는 총선을 TV 뉴스가 아니라 22대 당선을 직접 보려고 서울에서 내려왔습니다. 여기 모두 강은미 의원님을 봐주세요.


죽음을 저울에 무게를 메기지 않고 차별 없이 대하고, 유가족들이 울 때마다 늘 같이 우시고, 유가족들과 약자들의 손을 잡아주고 헌신하는 우리 강은미 의원님을 또다시 국회로 보내야만 합니다. 의원님의 재선으로 광주 서구 구민들과 나아가 국민들에게 숨을 쉬고 소중한 시간이 공유돼길 간절히 소망하며 우리 함께 힘차게 달려봅시다! 감사합니다.


-경동건설 고 정순규님의 아들 정석채-


 민주당 깃발만 꼽히면 자동으로 당선되는 이 지역의 '그들만의 리그'는 양부남과 강은미의 거대한 차이를 애써 무시하고 이미 양부남의 당선을 확정 지은지 오래다. 그러나 광주 서구을 시민들을 진정으로 대변할 수 있는 후보는 과연 누구인가. 서민과 약자를 위해 평생 싸워온 강은미인가 아니면 이 도시의 평범한 시민들에게 끔찍한 경제적 고통을 준 가해자의 구속을 막기 위해 일했던 양부남인가.


 양당의, 그들만의 리그가 광주시민들을 조금도 닮지 않은 고검장 출신 후보자를 이재명의 방패로서 '의회'에 보내려 하는 오늘의 광주에서 나는 서구을 주민들에게 패배가 확정돼 있는 강은미 후보에게 기표할 것을 호소하고 싶다. 광주 서구을 주민들의 대표자는 경동건설 산재 유가족의 방패 강은미여야 하는가 아니면 제1야당 대표와 강자들의 방패 양부남이어야 하는가. 우리 모두 작은 조약돌 하나 던져보자. 우리 모두 패배에 기표하자.

매거진의 이전글 비트코인은 거의 모든 면에서 금보다 우월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