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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규 Aug 25. 2024

현 시점에서 광주형 일자리엔 실패란 평가가 불가피하다

광주글로벌모터스 이것은 과연 상생인가.

'광주형 일자리, 광주글로벌모터스'는 실패라는 생각이 든다.


이 일자리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마련된 상생형 일자리로 홍보됐으며 광주글로벌모터스(지지엠) 공장을 만들어 완성차 공장을 운용 중인데 실상은 중소기업만 못하다.


현재 이 사업장에는 650여 명이 고용돼 있다. 그 사이 퇴사한 사람이 200명이 넘는다. 안정적 완성차 공장이었다면 그만두긴커녕 평생 다녔겠지만 모두가 한 때를 보내는 곳이라 여기며 이직만 간절히 바라고 있다.


지지엠은 연봉 4천만 원대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대신 부족한 부분을 사회적 임금으로 지급하겠다고 했다. 핵심은 의료, 교육, 주거 지원이다.


의료의 경우 2년에 한 번씩 건강검진이 지원된다. 몸 건강한 청년 노동자의 입장에선 특별할 게 없는 지원이며 사회적 임금이라 할 게 없는 정책이다.


교육의 경우 사내에 어린이집이 있다. 그런데 전 사원의 자녀 중 이곳의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아동은 2명뿐이다. 지지엠 노동자들은 오전 7시 30분에 업무를 시작한다. 회사엔 적어도 7시엔 도착해야 한다. 그렇다면 아이까지 데리고 출근하려면 적어도 5시 30분에는 기상해야 한다. 왜냐면 지지엠은 전남 함평에 있는데 노동자 대부분은 광주에 살기 때문이다. 평균 출근 시간만 생각해도 '그림의 떡'같은 지원이다.


주거는 더 하다. 임대주택을 지원해 주겠다고 했었다. 그런데 이게 밀리고 밀리더니 2029년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착공조차 안 했다. 대신 사측은 주거 지원금 월 30만 원을 준다. 월세에도 못미치는 돈이다. 이것도 7월 전에는 27만 원 수준이었다.


그렇다면 임금은 어떨까?


청년 노동자들의 실수령액, 월 230~260만 원이다. 완성차 공장에서 고강도 노동을 하는데 일반적 중소기업보다도 열악하다.


18년 경력을 갖고 입사한 노조 위원장 김진태씨는 지난해 주 49시간 노동했고, 연말 정산 때 보니 연봉 4250만 원을 수령했다. 이 금액을 12개월로 나눈 후 세금을 제하면, 이건 진짜 '완성차 공장에서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 길이 없다.


지지엠의 편성률(생산 시간 중 실제 작업시간의 비율)은 80% 후반대에 달한다. 현대·기아차는 60%대다. 설비 자동화율이 낮아 다른 곳에 비해 더 힘들게 일한다. 지지엠은 낮은 임금을 받는 저임금, 고강도 노동 현장이다.


노사 분규도 심각한다. 현재 이 같은 현실에 분노해 현장직 노동자 500여 명 중 40% 이상이 뭉쳐 노조를 결성했다. 그러자 사측은 오늘까지도 교섭 요청을 거부하고 있다. 그러면서 각종 현장 탄압을 자행했고, 노조 위원장을 징계하기도 했다. 이에 노조가 현장 탄압을 규탄하자 소식지를 통해 "(이는) 질서지키기를 통제로 여기는 사춘기적 감정"이라고 했다.


아래 사진은 지난 19일에 지지엠 사측이 발행한 소식지다. 회사 문제를 외부 세력을 끌어들여 정치 이슈화하는 건 이미 노조의 순수성을 잃었단다. 이게 사회적 합의로 조성된 사업장의 소식지가 맞나 싶다.



사측은 다른 페이지를 할애해 당초 약속한 사회적 임금이 실현되지 않았다는 노조 측 주장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반론했다.


"사실과 다르다. 공동직장 어린이집, 2년마다 건강검진비 지원, 광주시 예산으로 교통비 보조 차원의 통근버스 운행, 문화 바우처 지급, 상생공동복지기금으로 저금리 대출 등을 시행 중이다. 다만, 300세대 임대주택 지원은 송정역 인근 KTX 투자지구에 부지를 선정하여 추진 중이나 행정적인 절차와 환경평가 문제로 지연되고 있어서 대상자에 한해 주거지원금을 지원하고 있다. 300세대 보다 대상을 확대한 545명이 주택지원금을 받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한 반론은 이 글의 도입부에서 충분히 한 것으로 생각된다.


지금의 지지엠에서 읽히는 건 사회적 합의가 아닌 노동자들의 분노다. 허리 망가지고, 너무 힘들게 일하고, 그 와중에 중소기업보다 낮은 임금을 수령하며 순식간에 200명이 퇴사한 사업체 현장 노동자 40%가 단일 대오로 모여 금속노조 깃발을 들었다.


현 상황을 냉정히 볼 때, 적어도 사회적 합의를 통한 상생형 일자리 마련은 실패했다고 봐야 한다. 좋지 않은 일자리 650개가 만들어졌을 뿐이다. 만약 훗날 지지엠 사업장의 노동 환경이 좋아진다면 그건 노조의 투쟁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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