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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ntyi Knony Aug 28. 2017

내가 썼던 '잘못된 문장부터 고쳐라!'

글을 쓸 때 자주 저지르는  5가지 오류

정혜신 님. 남궁인 님. 윤홍균 님...    

글 쓰는 의사가 참 많다.

따로 글쓰기 공부와 연습을 많이 하신 것인지 아님 글쓰기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하고 정갈한 문장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시는 것을 보면 놀랍다. 심지어 내 이름이 박힌 책을 내고 싶은 꿈을 포기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글쓰기 교육이라고 해 봤자 중학교 시절 ‘특기적성교육’에 포함된 논술 공부밖에 없는 나는 항상 올바른 문장 쓰기에 어려움을 겪는다. 나의 생각에 따라 논리적으로 글 전체를 밀고 나가는 힘은 있는 것 같은데 깔끔한 문장을 쓰는 능력은 많이 부족하다.     



‘잘못된 문장부터 고쳐라’

그리고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두 책을 읽으면서 벌거벗은 것 같은 느낌이 자주 들었다. 책에서 지적한 30여 가지 이상의 글 쓰기 오류 유형은 작가가 내 글을 한번 읽고 난 후 바로 정리해 놓은 것 같았다.  '지금 느끼는 부끄러움을 다른 사람에게 공개하면 조심해야 할 부분이 뇌 속에 더욱 각인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생각을 바로 실천으로 옮겼다. 두 책에서 언급된 각종 글 쓰기 오류를 종합했고 내가 자주 저질렀던 오류 5가지를 골랐다. 그리고 예전에 내가 썼던 글에서 오류가 있는 문장을 찾아 수정하고 정리하였다.    






 번역체, 대명사나 지시어, 접속사를 남용하는 것       

    ∙ ‘~를 통한’ ‘~에 대한’ ‘~에 의한’ ‘~적인’ ‘~로부터’ ‘~함으로써’    

    ∙ 수동형 문장, 사물 주어 문장    


나의 독서 패턴에는 특이점이 하나 있다. 외국 사람이 지은 글을 번역하여 옮겨놓은 책은 읽기 힘들다. 과격하게 표현하면 독서할 때 ‘팍팍 치고 나가지 못하는 기분’이 든다. 옮긴이가 신경을 기울여 번역을 하더라도 영문에 더 자연스러운 문장 틀이 그대로 국문에 적용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한다. 그래도 읽기 어색한 것을 견딜 수 없어 번역서를 멀리하게 된다. 입장을 바꿔 생각하면 내가 쓴 번역체 문장은 독자들을 힘들게 할 수 있다.

문장의 흐름에 지장을 주지 않는 한 대명사나 지시어에 해당하는 말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면 더욱 쉽게 글을 이해할 수 있다. 영문에서 자주 등장하는 지시어나 대명사를 국문에 그대로 적용하면 문장이 망가진다.


접속어도 자주 남용된다. 문맥과 논리 전개를 자연스럽게 이용하거나 조사를 활용하면 접속어는 필요 없다. 접속어를 자주 쓰는 것은 글 쓰는 사람이 문장의 앞뒤를 논리적으로 연결할 자신이 없음을 직접 증명하는 꼴이다.     


불필요한 표현을 사용하는 것     

   ∙ ‘~에게 있어’ ‘~하는 데 있어’ ‘~들 중 한 사람’ ‘그런 이유로’    

   ∙ ‘그러다 보니’ ’ 아마도’ ’ 따라서’ ‘다시 말해서’ ‘동시에’    


보통 군더더기 표현은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을 때 부족한 것을 메우기 위해 사용한다. 글 쓰는 사람 스스로 글이 어색하는 것을 드러내는 것과 같다.     


조사‘~의’를 남용하는 것    

영어와 일본어의 영향을 받은 부자연스러운 표현이다. 의식하지 않으면 아무런 거리낌 없이 ‘~의’를 쓰게 된다. 주어나 목적어로 풀어 주는 것이 좋다.    


주어를 분명히 하지 않아 술어와 잘못 연결하는 것. 논리적인 등식이 성립하지 않는 것     

우리말은 주어가 생략되는 경우가 많은데, 글쓴이 스스로가 주어를 놓치면서 문장을 엉킨 상태로 만든다. 전체 문장 속에서 주어 역할을 하는 단어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술어를 주어에 일치시켜야 한다. ‘A=B’ 등식이 성립하는 지도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복잡하게 이어진 겹문장을 사용하는 것    

긴 문장은 독자의 호흡만 복잡하게 할 뿐이다. 한 문장에는 개념 하나만 담는 다고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장이 길어질 것 같으면 과감하게 분리하는 것도 내용을 명확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2009년에 내가 직접 썼던 칼럼 중 2개를 임의로 선정하여 퇴고를 했다. 많은 오류를 발견했다. 다 수정하여 이 글에 옮기면 스스로에게 상처가 될 것 같아 8개 문장만 정리했다.  원문을 보고 싶다면 아래에 있는 링크를 누르면 된다.   


* 콧수염을 기르는 남자의 매력:

* C의 위기에 대처하는 현명한 자세



[ 잘못된 문장]

그들이 말한 트렌드를 내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위해 그들의 말한 사실을 애써 부인하며 길거리에 나가보니 웬걸 그러한 차림의 남성들이 제법 있었다.    

동료들이 말한 트렌드를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위해 설마설마하며 길거리에 나가보니 여성스러운 옷차림을 한 남성들이 꽤 있었다.     

 ‘그들’ 대명사를 ‘동료’로 구체화시켰다. 일반적으로 눈은 두 개 이므로 불필요한 표현은 삭제했다. ‘그러한’ 지시어도 앞 문장에서 언급되었던 의상이 가진 특징을 요약하여 ‘여성스러운 옷차림’으로 표현했다.


각각의 의견들에 대한 정당성은 이 글에서 논외로 치더라도 분명한 것은, 미네르바의 구속은 기득권의 네티즌에 대한 선전포고였다는 것이다.    

이 글에서 여러 의견이 가지는 정당성을 언급하지 않을 것이다. 분명한 건 미네르바가 구속된 것은 기득권이 네티즌을 겨냥하여 저지른 선전포고라는 점이다.     

문장이 괜히 길다. 내가 쓴 문장이지만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 일단 문장을 나눴다. ‘기득권의’를 주어로 바꾸었고 ‘ 네티즌에 대한’도 ‘네티즌을 겨냥하여’로 고쳐 번역식 표현을 피했다.    


그렇다고 옳지 못함에 대해 옳지 못한 방법으로 대응하는 것은 상황 개선에 절대 도움이 될 수 없다.    

그렇다고 옳지 못함을 옳지 못한 방법으로 대응하는 것은 상황 개선에 절대 도움이 될 수 없다.    

굳이 번역식 표현 ‘~대해’를 쓸 필요가 없다.    


원빈이나 장동건 같은 초 절정 완벽 절세 미남이 아니면 얼굴 전체의 분위기나 느낌이 머리에 의해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이 그것의 주 내용이다.    

원빈이나 장동건 같은 초 절정 완벽 절세 미남이 아니라면 얼굴 전체에서 느낄 수 있는 분위기는 헤어스타일에 좌우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앞 문장에 ‘명제’가 언급되어 있으므로 ‘그것이’는 군더더기 표현이다. 삭제했다. '얼굴 전체의'도 '얼굴 전체에서'로 고쳐 번역식 표현을 피했다. 의미를 좀 더 정확하게 나타내기 위해 '머리'를 '헤어스타일'로 수정했다.  


하지만 3~4번 정도의 치료를 받게 되면 수염 생장 주기가 많이 억제되어 면도의 횟수를 대폭 줄일 수 있다.  

하지만 3~4번 정도 치료를 받으면 수염이 성장하는 주기를 짧게 할 수 있다. 면도를 하는 횟수도 당연히 감소한다.     

‘치료를 받게 되면’은 이중 수동 표현이라 어색하기 때문에 '치료를 받으면'으로 고쳤다.  문장을 둘로 나누었다.  두 문장의 주어는 모두 일반 주어라 생략했다.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지만 수염을 비롯한 여러 신체부위의 털은 언제부턴가 여성들에게는 금지 아이템이 되어버렸다.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수염을 포함한 다른 부위에 나있는 체모는 언제부턴가 여성에게 금지 아이템이 되었다.    

이중 주어 문장이다. ‘여성들에게는’을 '여성들에게'로 바꿨다. ‘~의’라는 표현도 고쳤다. '되어버렸다'도 군더 거기 표현이라 수정했다.   


웹 상의 자유로운 표현의 장에서 경제상황에 관한 의견을 표출했던, 미네르바라는 가진 닉네임을 가진 한 남자는 시대상을 포함하지 못하는 낡은 잣대를 바탕으로, 그리고 객관적인 공감을 확보할 수 없는 지극히 치우친 법적 판단 근거와 함께 피의자가 아닌 범죄자의 신분으로 학력과 이름까지 공개되는 수모를 겪게 되었다.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웹사이트에 미네르바라는 닉네임으로 경제상황에 관한 의견을 표출했던 한 남자가 수모를 겪은 사건이 있었다. 미네르바의 학력과 실명은 피의자가 아닌 범죄자 신분으로 언론에 공개되었다. 시대상을 담지 못한 낡은 잣대와 공감이 결여된 주관적인 법적 근거에서 비롯된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었다.     

역시 문장이 지나치게 길어 읽기도 어렵고 무슨 뜻을 전달하는지도 파악하기 어렵다. 원문이 품고 있던 의도를 그대로 보존하는 선에서 문장 배치를 대폭 수정했다. ‘그리고’도 불필요해서 뺐다.      


백만이 넘는 인파가 모였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사고 없이 질서 있게 그 틀을 유지했다는, 선진 시민적 가치관이 함양되었다는 자긍심은 월드컵 4강의 기쁨에 덤으로 얻은 값진 가치였다.    

 ‘백만이 넘는 인파가 모였음에도 특별한 사고 없이 마치 선진국 시민처럼 질서를 유지했다’라는 자긍심은 월드컵 4강 진출의 기쁨과 함께 얻은 가치였다.   

문장이 괜히 꼬리를 물며 길어져서 의미 파악만 힘들게 한다. 과감하게 삭제하고 문장 배치를 바꾸니 명료한 의미를 가진 문장이 되었다.     





문장을 수정하면서, 오류 투성인 문장은 바꾸기도 힘이 든다는 것을 느꼈다. 부지런하게 책을 다시 읽으면서 주의해야 할 사항을 체화시키고 처음부터 올바른 문장을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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